07.18(목)

[CEO 칼럼] ‘부실한 사회적경제인’의 생각

| 2019-06-25 08:14:23

김재경 <사>커뮤니티와 경제소장

경영학자 짐 콜린스는 저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라는 책에서 스톡데일 패러독스라는 개념을 소개한다. 스톡데일은 베트남전에 참여한 장군으로 1965년에서 1973년까지 하노이 포로수용소 생활을 하면서 모진 고문 속에 많은 포로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한 전쟁영웅이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낙관론자가 아닌 현실을 직시하는 현실론자였다고 한다. 낙관론자들은 처음에는 다가오는 성탄절에는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지내다가 성탄절에 출소하지 못하자 다시 부활절에는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버틴다. 그러나 이러한 막연한 희망과 막막한 현실이 거듭되면서 결국 절망해 세상을 뜨게 된다. 반면 현실론자들은 성탄절에는 나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빠른 시간은 아니더라도 반드시 나갈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포기하지 않는다. 스톡데일 패러독스는 아무리 어려워도 성공할 거라는 ‘신념’, 그리고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하는 ‘안목’이 살아남는 생존방식의 근본임을 알려주고 있다. 이는 사회적경제영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해부터 사회적경제 활성화 정책이 전 부처를 망라해 전방위적으로 확산, 추진되고 있다. 공공기관은 사회적가치 담당부서를 만들어 사회적경제와 연계해 사회적가치에 부합하는 역할과 활동을 모색하고 있다. 아직 성장단계인 민간은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최선인지 고민이 많다. 사회적경제에 대한 관심이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증가한 이후 새로운 민간도 최근 많이 들어오고 있다. 기존의 구성원과 새로운 구성원은 서로 서먹서먹해하고 가치지향도 정렬되어 있지 않다.

물 밀듯이 추진되는 정책 속에 사회적경제가 안착하려면 무엇보다도 현장의 건강한 추진주체가 많아야 한다. 기업으로서 경쟁력이 있고, 윤리적 기획력과 실행력, 선한 영향력을 가진 사회적경제 기업이 많아야 한다. 아직은 그 수가 매우 적다. 이것은 하향식으로 계획대로 되는 사업이 아니다. 개별 사회적경제 주체의 공익성과 수익성의 두 축을 지탱하려는 비즈니스모델의 구축노력과 사회적경제 주체들 간에 공부하고, 협의하고, 고민하면서 사회적경제의 핵심을 놓치지 않으려는 연대노력이 필요하다. 서로가 서로를 함께 돌보는 공동체성을 협력해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하는 방향으로 서로의 지향을 흐르게 해야 한다. 여기서 현실의 필요에 근거하지 않은 계획과 막연한 낙관은 금물이다. 현실직시가 필수다.

현장에서는 단기적인 성장과 함께, 어떻게 하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사회적경제 기업을 만들어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이미 깊다. 이 고민의 근저에는 사회적경제가 새로운 발전모델로 자리 잡게 하고, 삶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전환의 기제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철학이 담겨 있다. 이 원칙을 지키고자 하는, 스스로 사회적가치를 품은 주체로서의 사회적경제 조직의 자기성찰기능 역시 필수다.

결국 사회적경제 기업은 자기의 정체성에 대한 자기확인과 반성의 기반 위에 현실을 직시하는 용기와 냉철한 현장인식, 그에 근거한 치밀한 계획, 그리고 의도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실행력, 그 어떤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사회적경제는 현실비판이 아닌, 문제 하나라도 대안을 모색하는 실용주의적 쇄신의 성격을 가진 혁신영역으로 간주되면서 정책적 지지 속에 성장모멘텀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민간부문에서 사회적경제의 불씨가 만들어졌다. 사회적경제 활성화정책으로 이 불씨가 꺼지지 않고 확산될 수 있도록 사람과 기업, 협업 메커니즘을 잘 만드는 것은 민간의 몫이다. 서둘러서는 안 된다. 장기전이다. 힘들지만 그러는 사이 사람들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와 관계를 고민하면서 경제활동을 재조직하는 사회적경제의 역동적 힘은 켜켜이 쌓일 것이다. 치열한 현장에서 적잖이 위로받는 ‘부실한 사회적경제인’의 생각이었다. 김재경 <사>커뮤니티와 경제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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