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24(수)

[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인성교육 - 언어문화개선이 아이들 지킨다

| 2019-06-24 08:30:35

“아이들 어휘 수준, 주변환경 살피고 감정상태 파악해야”

일러스트=최소영기자 thdud752@yeongnam.com

얼마 전 한 학모가 심각한 표정으로 학교에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6학년인 자신의 딸이 휴대전화로 친구와 통화하는 것을 우연히 엿들었는데 사용하는 어휘 수준이 사뭇 충격적이라는 것입니다. “야, 씨팔. 뭐 그런 거 갖고 난리 부르스래. 그년 조낸 재수 없다.” 집에서는 한 번도 사용한 적 없는 비속어와 욕설로 가득한 딸아이의 대화를 그냥 들어 넘길 수가 없었던 그 엄마는 다그치듯 물었습니다. “너 어디서 그런 말 배웠니?” 딸의 대답이 걸작이었답니다. “엄마, 이렇게 얘기 안 하면 반에서 왕따 당해요. 다른 데선 안 쓰니까 걱정마세요”라고 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학교에서 아이들이 비속어와 욕설을 많이 사용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잠시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수업시간과 쉬는 시간 아이들의 비속어와 욕설을 들어본 기억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렇게 엄마가 걱정할 정도의 사용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만약 학교에서, 그것도 선생님 앞에서 수업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비속어와 욕설을 사용하였다면 꾸지람이 겁이 났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우리 아이들은 비속어와 욕설을 언제 사용한다는 것일까요. 그래서 자기들끼리 대화 중에, 전화 중에, 온라인상으로 비속어와 욕설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외부의 영향으로 행위 배우는 아이들
부모부터 모범 보여 ‘좋은 모델’ 돼야
욕설·비속어는 스트레스 표출 가능성
독서통한 인문소양·간접화법 체득을


최근 연구통계에 따르면 우리 아이들이 75초마다 한 번씩 욕을 한다고 합니다. 엄청난 수치입니다. 그럼 우리 아이들은 왜 비속어와 욕설을 하는 것일까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몇 가지 욕을 하는 원인의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첫째는 행동주의 이론에 입각하여 아이들은 주변 환경 등, 인간 외부의 영향으로 인해 행동을 일으키게 됩니다. 즉, 우리 아이들에게 중요한 지위에 있는 인물을 모델로 관찰한 결과 어떻게 행위를 하는지 배우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 모델은 부모님이 될 수도 있고, 선생님이 될 수도 있고, 매체에서 등장하는 인물 등 다양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아이들이 바른 언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모델이 될 수 있는 주변 사람들의 모범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아직 어려 비속어, 은어, 욕설 등에 대해서 빠르게 습득하고 문제의식 없이 사용하게 됩니다. 따라서 무작정 아이들의 비속어와 욕설에 화를 내고 다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나 스스로부터 모범을 보이는 노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둘째 원인으로는 과도한 스트레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아정신과 전문의들은 아이들이 비속어와 욕설을 하는 원인을 과도한 사교육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매일 같은 잔소리와 훈육에서 오는 부모와의 부정적인 관계에서 기인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만약 우리 아이가 비속어와 욕설을 사용한다면 지금 우리 아이의 정서상태가 어떠한지를 파악하는 등 아이들에게 절대적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혼자서 욕을 중얼거린다거나 부모와의 대화중에 욕을 함께 섞어서 표현한다는 것은 일종의 반항일 수도 있고, 자신의 상태를 전달하는 의사표시 방법일 수도 있다는 것을 반드시 부모가 알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아이들의 부담을 줄여 나가는 것, 또 항상 사랑과 관심을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것 등이 아이들이 비속어와 욕설에 빠져드는 것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셋째 원인으로는 인문소양의 부족을 들 수 있습니다. 사람의 화법으로는 직설 화법과 간접 화법을 들 수 있습니다. 직설 화법과 간접 화법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시기는 각각 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직설 화법보다는 간접 화법이 효과가 더 큽니다. 직설적 간언은 목숨을 걸고 하는 간언이라서 멋있어 보이나 실제로 의도 달성 없이 목숨을 잃는 경우가 역사적으로 많았습니다. 반면 간접 화법을 활용한 간언은 그 순간 바로 화를 낼 수 없게 만들뿐더러 한 번 더 사고하게끔 만들어 주어 상대방에게 오히려 의도 전달이 많이 반영되었습니다. 즉, 간접 화법은 부드럽게 직언하는 방법으로 마음을 녹이는 화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비속어와 욕설은 직설 화법의 가장 전형적인 부정적 방법입니다. 반면 간접 화법은 인용, 비유, 풍자 등을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이는 많은 독서를 통해 형성되는 것입니다. ‘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 안중근 의사의 친필유묵에 새겨진 글귀입니다.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는 표현은 바로 남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즉, 책은 풍부한 어휘를 담고 있습니다. 고전일수록 더욱 정제되고 품격 있는 정보를 주게 됩니다. 독서를 꾸준히 하면 뇌 속에서 비속어와 욕설의 우선순위가 뒤로 밀려나게 됩니다. 점점 말씨는 자연스럽게 아름다워지는 것입니다.

13세기 페르시아 시대의 시인 사아디가 쓴 ‘고레스탄’이란 책에서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말이 있기에 사람은 짐승보다 낫다. 그러나 바르게 말하지 않으면 짐승이 그대보다 나을 것이다.” 욕설을 사용하게 되면 스스로가 사람임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바르고 고운 말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바르고 고운 말은 우리 스스로를 더욱 가치 있게 또 더욱 사람답게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최근 뇌신경학회의 연구에 의하면 뇌 속의 언어중추신경이 우리 몸의 모든 신경계를 지배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언어가 몸의 신경을 지배하고 더 나아가 언어가 인간의 삶을 지배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사람이 언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언어가 그 사람의 운명을 결정짓는다는 의미입니다. 욕설 없는 좋은 말을 쓰도록 노력하는 것은 뇌 속의 언어중추신경을 좋게 자극하여 나 자신을 더욱 밝고 긍정적인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

김원구 (대구포산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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