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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서 가장 오래된 ‘동인아파트’…48년前 무허가 판잣집 철거한 터에 건립…피란민들 입주 1순위

2017-07-05
20170705
옛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동인’의 나이는 어느덧 ‘하늘의 명(命)을 안다’는 지천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동인아파트의 특징 중 하나인 나선형계단도 사진에서 보인다.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근 50년. 대구시 중구 동인아파트의 나이는 어느덧 ‘하늘의 명(命)을 안다’는 지천명을 향해 가고 있다. 동인아파트는 옛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는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다. 이 아파트가 머금고 있는 세월은 곧 ‘대구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런 이곳에 최근 아파트 재건축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영남일보는 언젠가 사라질지도 모르는 동인아파트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조명했다.

◆동인아파트의 어제 = 대구 중구 국채보상로 149길 50. 일제강점기 이곳 인근에는 일본인들을 위한 수영장이 있었다. 광복이 되고 6·25전쟁이 터지자 피란민들은 주인이 사라진 이 땅 근처에 터를 잡았다. 자연히 판잣집이 늘어선 피란민촌으로 발전했다. 대구시는 무허가 판잣집을 정리하기 위해 정착지를 개발하는 사업을 계획했다. 그 결과 1969년 동인아파트가 건립됐다. 대구시는 당시 철거된 무허가 판잣집에 살던 피란민을 1순위로 아파트에 입주시켰다. 남은 입주권은 5만원에 거래됐다. 예비 주민들은 대구시민회관에 모여 제비뽑기로 호수를 배정받았다. 71년 동인아파트에 입주한 구자형씨(70)는 “26세에 군에서 제대하고 할머니, 부모님과 들어와서 살았어. 경산 마당 딸린 주택에 살다가 처음 아파트로 이사 오니까 형무소에 있는 것처럼 갑갑하더라고. 들어가기 싫어서 혼자 경산에 가서 자고 그랬어”라고 했다.


벽에 금가는 등 안전문제 우려
내달 재건축조합 설립인가 신청
입주민 가운데 25%가 기초수급자
절반 넘는 세입자 갈 곳 마땅찮아



입주자들은 도배, 장판 등을 알아서 해야 했다. 초인종도 없었다. 겨울엔 연탄으로 불을 지폈고 그 불에 요리도 했다. 연탄 배달 리어카는 나선형 계단을 타고 4층까지 오르내렸다. 동인아파트의 내부는 공용면적 포함 약 43㎡(13평)의 규모에 방 2칸, 욕실, 주방으로 동일하다. 아파트를 처음 지었을 때는 5개동에 328세대가 있었지만 90년대 중반 아파트 뒤편 도로를 넓힌다고 56세대가 잘려나가 지금은 272세대다. 가·나·다·라·마동으로 불리던 각 동은 1~5동으로 호칭이 바뀌었다.

◆동인아파트의 오늘 = 약 50년 동안 동인아파트의 모습은 많이 변했다. 단단하게 지어 못도 잘 안 들어갔던 콘크리트 벽은 금이 가거나 부서지는 현상이 계속해 나타나고 있다. 벽 사이로는 붉은 철근이 모습을 드러냈다. 2동 난간 일부는 수년 전부터 기울어 결국 허물고 알루미늄판으로 교체했다.

갈라진 벽 틈으로는 빗물이 스며들기도 한다. 한 주민은 “물 안 새는 집이 운 좋은 집”이라고 했다. 맨 처음 나무였던 현관문은 절반 이상 철문으로 교체됐다.

오래된 세월만큼 월세나 관리비는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월세는 20만~25만원, 관리비는 한 달에 5천~8천원 수준이다. 이 때문에 세입자 가구가 많다. 세 들어 사는 가구는 전체의 절반을 넘는 60.7%(165세대), 입주민 중 기초수급자는 25%(63세대)다. 거주자 가운데 268명이 만 65세 이상 노인으로 노인 혼자 거주하는 세대도 꽤 된다.

동인아파트의 매매가는 해가 갈수록 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동인동 일대 재개발과 동인아파트 재건축 논의가 물살을 타면서 집값이 급상승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1978년 동인아파트 한 채는 200만원 안팎에 거래됐다. 하지만 84년 700만원, 2015년 7천~8천만원 수준으로 올랐다가 최근에는 1억1천만원에 팔렸다.

◆동인아파트의 내일 = 지천명의 세월을 머금은 동인아파트의 명(命)은 어떻게 될까. 주민들은 안전을 위해서라도 아파트 재건축이 ‘필수’라고 입을 모았다. 동인아파트는 과거 재건축 논의가 있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90년대 한 민간건설사와 추진한 재건축은 이해타산이 서로 안 맞아 실패로 돌아갔다. 이후에도 민간업자들은 아파트 단지 규모가 작다며 재건축에 대한 사업성을 낮게 평가했다.

그러다 최근 또 다른 재건축 논의가 시작됐다. LH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시행하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이다. 이는 대규모 재건축 공사가 힘든 소규모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삼는다. 동인아파트 주민들은 지난 5월 재건축 추진을 위한 준비위원회 구성을 마무리지었다. 오는 8월 구청에 정식 조합설립 인가를 신청한다.

대다수 주민은 재건축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는 분위기이지만 넘어야 할 과제도 있다. 재건축이 이뤄지면 절반 이상에 달하는 세입자들은 당장 갈 곳이 마땅치 않다. 또 재건축에 따른 분담금을 부담하기 힘든 세대주도 일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갑순 입주민대표는 “재건축은 선택과목이 아닌 필수과목”이라며 “다만 경제여건이 안 좋은 주민도 있어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낼 방안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최보규기자 cho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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