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회담 성사 여부를 놓고 완전히 상반된 발언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회담의 긴장감을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트럼프의 압박 속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2차 판문점 회담을 제의하고 직접 면담하면서 북한 핵문제의 3각구도가 한층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베네수엘라에 억류됐다가 풀려난 자국 시민과 만난 자리에서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우리는 6월12일 싱가포르를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며 “여기서 멀지 않은 어떤 장소에서 미팅이 진행 중"이라고 언급, 북미 간 사전 접촉 사실까지 공개했다.

美, 이틀만에 취소서 재추진 공식화
트럼프식 벼랑끝 전술로 충격요법
‘6·12 불가능’ 보도엔 “오보” 일축

‘위임’ 따라 발표된 北 김계관 담화
“아무때나 어떤식으로든 마주앉겠다”
미국의 회담 주도권 회복 의도 먹혀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정상회담을 되살리는 것에 대해 북한과 매우 생산적인 대화를 하고 있다”며 “(정상회담을) 한다면 여전히 (예정일과) 같은 날짜인 6월12일에 싱가포르에서 열릴 것 같다"고 밝혔다. 지난 24일 자신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북미회담을 취소한 지 하루만의 번복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심지어 26일 6·12 북미정상회담 개최가 촉박한 일정 등을 이유로 성사되지 않으리라고 전망한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대해 ‘오보’라고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 계정에서 “망해가는 뉴욕타임스(NYT)는 존재하지도 않는 ‘백악관 고위 관계자’가 ‘만약 (북미정상)회담이 재개되더라도 6월12일 개최는 시간과 계획의 양(量)을 고려할 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면서 “또 틀렸다"고 조롱했다. 트럼프와 NYT는 지난 미 대선때부터 적대적인 관계였다.

트럼프의 태도 돌변은 물론 북한의 사실상 ‘반성문’에 가까운 한결 부드러워진 해명성 담화의 영향이 컸다. 김계관 제1부상은 지난 25일 오전 ‘김정은 위원장의 위임에 따라’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다”고 제안하면서 특히 미국이 구상하는 북핵 해법인 ‘트럼프 방식’에 대해 “은근히 기대하기도 했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일련의 반전을 놓고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거래의 달인’을 자임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판 깨기’를 감수하며 대북 지렛대를 극대화하는 ‘충격요법’ 카드로 일정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 측에 맹비난을 퍼붓던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유도, 길들이기와 함께 주도권을 회복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출한 ‘외교 롤러코스터’는 특유의 협상 스타일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25일 ‘북한이 게임을 하고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누구나 게임을 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제안으로 26일 ‘문재인·김정은의 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김 위원장이 이 자리에서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거듭 확인하면서 북미정상회담 복원은 긍정적인 쪽으로 흐르는 양상이다.

박재일기자 park11@yeongnam.com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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