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
    스토리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190223.010050735220001

영남일보TV

“광장 대신 유튜브서 유권자 소통”…극단적 확증편향 확산 폐단도

2019-02-23

여의도, 유튜브에 빠지다
한국당 ‘오른소리’·민주당 ‘씀’ 비롯
‘○○○TV’ 당·정치인 채널 진영 대결
‘색깔 있는’ 콘텐츠 저비용 고효율 효과
각종 현안 시간·장소 구애없이 공론화
지지층 결집·신인 정계진출 발판 주목

“광장 대신 유튜브서 유권자 소통”…극단적 확증편향 확산 폐단도
그래픽=최소영기자 thdud752@yeongnam.com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가 최근 서울 여의도 정치권에서 새로운 정치문화의 지평을 열고 있다.

자기만의 색깔 있는 소통공간을 원하는 정치인들에 의해 ‘저비용 고효율’의 유튜브 동영상이 적극 활용되는 추세이다. 이런 흐름이 글과 사진 위주로 자신을 홍보해온 기존 방식을 완전히 뒤바꿔놓을지, 아니면 일시적인 현상인지는 좀 더 두고볼 일이다.

일단, 원외에 머물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유지해야 하고 차기 도전을 위한 준비 공간이 필요한 대권주자들에게는 유튜브가 최적의 정치무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홍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유튜브 채널 ‘TV홍카콜라’를 개설한 뒤 지금까지 동영상을 100편 가까이 제작해 업로드했다. 가입 구독자는 25만3천여명. 정국 현안을 평론하는 ‘뉴스콕’, 전문가와 대담하는 ‘홍트나이트쇼’ 등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알리고, 지지자를 결집하고 있다. 지난 11일 당대표 불출마 선언 이후에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이제 석방할 때’ ‘문 정부에 날아든 민노총의 청구서’ 등을 올려 여전히 ‘목표’를 향해 뛰고 있음을 보여줬다.

홍 전 대표가 나서기 전에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보수 정치인 중에선 가장 많은 구독자를 갖고 있었다. 2017년 12월 개국한 ‘김문수TV’는 그간 주간평론, 박정희 아카데미, 전문가 대담 등 500여개의 동영상을 올려 구독자 19만6천여명을 확보했다. 2년 동안 거의 하루 1건씩 동영상을 올린 셈이지만 홍 전 대표의 명성에 순위가 밀렸다.

이에 맞서 진보 진영에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진행하는 ‘유시민의 알릴레오’가 지난달 4일 ‘사람사는노무현재단’이란 채널을 통해 첫 방송을 내보냈다. 지금까지 구독자는 70만5천여명에 달해 ‘TV홍카콜라’를 2배 넘게 앞서고 있다. 유 이사장의 장래 거취에 대한 진보층의 관심과 맞물려 짧은 기간에 구독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는 정국 현안 정보를 제공하는 ‘알릴레오’ 외에 “가짜뉴스를 바로잡겠다”며 ‘고칠레오’를 추가로 만들어 지지층의 갈증에 부응하고 있다.

당초 유튜브는 제도권 밖의 인사들이 국민과 만나는 공간에서 출발했다. 현역 의원은 국회라는 보장된 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 데다, 기성 언론을 가까이 두고 있기 때문에 유튜브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본 것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원외 인사들은 유튜브 같은 것으로 살아 있음을 보여주지 않으면 금세 국민 기억 속에서 존재감이 지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튜브는 또 편파성을 기피하는 기성 언론과 달리 오히려 이념과 색깔이 분명한 콘텐츠가 인기를 얻고 있다. 시청자 입장에선 보수층은 보수의 관점에서, 진보층은 진보의 시각에서 특정 사안을 어떻게 봐야하는지 통찰력 있는 해석을 접하기 위해 유튜브를 찾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확증편향’(자신의 가치관, 판단과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는 사고방식)만 강화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치인에게는 유튜브가 ‘집토끼’의 결집을 다져주는 역할은 해도 ‘산토끼’를 위한 외연 확대나 확장성은 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탈하는 지지자를 붙들어놓기 위해 점점 강경 발언을 쏟아내다가는 개혁적 보수나 합리적 진보와는 영영 멀어질 가능성도 지적된다.

일부 현역의원도 활발한 유튜브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이 진행하는 ‘이언주 TV’는 의원 중 가장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7년 전부터 꾸준히 동영상 130여개를 올린 덕분에 최근 구독자 10만명을 돌파해 자축하는 분위기다. 의원실에서 촬영한 ‘생각해봅시다’에선 주로 문재인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면서 보수층의 호응을 얻었다. 자신의 국정감사 질의와 토론·연설 장면도 많이 올라 있다.

자유한국당에선 전희경 의원이 2016년 ‘전희경과 자유의 힘’을 개설해 지금까지 구독자 6만여명을 확보했다. ‘브리핑룸’에선 정국현안을 보수적 관점에서 평가하고, 인사청문회와 법안소위 질의 등 의정활동 동영상 200여개도 업로드돼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사립유치원 비리를 폭로했던 박용진 의원의 ‘박용진TV’가 구독자 5만5천여명으로 가장 많다. 의원실에서 촬영한 시사 평론을 비롯해 의정활동, 방송출연 장면 등 동영상 295개가 올라 있다.

‘목포 부동산 투기’ 논란을 일으켰던 무소속 손혜원 의원도 채널 ‘손혜원’을 운영하며 4만6천여명의 구독자를 갖고 있다. ‘팩트체크’에선 자신과 관련한 언론보도 내용을 해명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현역 의원의 유튜브는 과거에 유행했던 ‘홈페이지’를 대체하는 양상이다. 홈페이지에는 보도자료와 활동사진 등이 많이 게재됐지만, 유튜브에선 모든 콘텐츠가 동영상으로 제작돼 올라가는 차이점이 있다. 훨씬 생동감 있게 메시지가 전달되는 효과가 있다.

정당 간 유튜브 대결에선 한국당이 조금 앞서가고 있다.

한국당의 공식 채널인 ‘오른소리’는 2012년 이후 동영상 3천800여개를 올렸고 5만여명의 구독자를 갖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 영등포 중앙당사에는 영상 콘텐츠 제작을 위한 ‘프리덤 스튜디오’도 개설하는 등 당력을 지원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10월 ‘씀’을 출범시킨 뒤 4개월 사이에 구독자 3만2천여명을 확보했다. 여의도 당사 지하에 유튜브 전용 스튜디오를 만들기도 했다. 당 소속 의원들이 출연해 정치현안에 대한 평론과 야당을 비판하는 대담 콘텐츠 등을 내보내고 있다.

이밖에 바른미래당과 정의당도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으나 구독자는 각각 4천600여명, 6천600여명에 불과해 존재감이 약하다.

정치권 밖에는 평론가나 논객들이 운영하는 유명 채널이 상당수 있다. 보수든 진보든 색깔이 분명한 채널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수십 만명의 구독자를 갖고 있는 막강 채널은 대부분 보수 진영에 속한다.

최다 구독자 52만6천여명을 가진 ‘신의 한수’ (2012년 가입, 동영상 2천700여개)에는 최근 한국당에 의해 5·18 진상규명위원으로 추천됐던 전 월간조선 기자의 현대사 강연 동영상도 걸려 있다. 탄핵 정국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인터뷰해 유명해진 ‘펜앤드마이크 정규재TV’(구독자 38만8천여명, 2012년 개국, 동영상 5천800여개)와 ‘황장수의 뉴스브리핑’(34만8천여명, 2011년, 5천900여개), ‘조갑제TV’(19만4천여명, 2012년, 4천400여개)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여권 정치인들을 도마 위에 올려 놓고 언행을 풍자하는 멘트로 인기를 끄는 ‘배승희 변호사’ 역시 14만9천여명의 구독자를 갖고 있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황태순 TV’는 정통보수의 관점에서 진보진영을 비판하고 정국현안을 평론한 180개의 동영상을 올려 3개월 사이에 7만3천여명을 확보했다.

반면, 진보 진영에선 ‘김용민 TV’가 동영상 2천700여개로 12만8천여명의 최다 구독자를 갖고 있다. 정청래 전 의원의 ‘정청래TV떴다’도 구독자 7만4천여명을 거느리고 보수진영을 겨냥한 공격수 역할을 하고 있다.

유튜브는 각종 현안에 대해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또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채널을 골라 볼 수 있는 편리성도 있다. TV나 신문과 같은 기성언론의 일방적인 정보전달에서 벗어나 유튜브 방송 중에도 댓글을 통해 시청자와 진행자가 쌍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다. 그럼에도 방송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시청자들이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정치권에선 15~30분 정도로 끊어 ‘다품종소량생산’ 방식이 선호된다.

정치권에선 내년 4월 총선이 가까워오면 정계 진출을 모색하는 신인을 중심으로 유튜브 개설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당의 한 분석가는 “유튜브는 정치 신인이 저부담으로 자신을 알리고 유권자와 소통하는 최적의 공간”이라면서 “풍부한 콘텐츠와 조리있는 언변을 겸비한 신인이 유튜브를 잘 활용하면 성공적인 정계 진출의 새 패턴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혁식기자 kwonhs@yeongnam.com


Warning: Invalid argument supplied for foreach() in /home/yeongnam/public_html/mobile/view.php on line 399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남일보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