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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칼럼] 국민은 늘 옳은가

2024-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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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석윤 논설위원

한국인의 의식수준은 세계에서 어느 정도일까. 이를 파악할 만한 공인된 지표는 없다. UN이 각 나라의 행복지수는 만들었지만 의식지수는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물론 이유가 있다. 의식(意識)이란 말 자체가 너무 포괄적, 다의적이다. 챗GPT에게 '인간 의식'이 뭔지 물어봤다. △주관적 경험 △자기 인식 능력 △사회적 인식 3가지 의미를 포함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 중 사회적 인식으로서의 의식은 개인적·집단적 정서나 사상을 나타낸다는 의미다. 시민의식이나 특권의식 같은 표현으로 자주 쓰인다. 하지만 이 정도 개념만으로는 의식 전반을 논하기는 부족하다. 인간이 영적 존재라는 걸 인정한다면 의식의 본질은 '영성'이라고 봐야 한다. 인간 공통의 영성을 바탕으로 의식수준 척도를 만든 사람이 있다. 정신과 의사이자 현대의 영적 지도자인 데이비드 호킨스 박사다.

호킨스 박사는 인간의 영적 발전 수준을 단계별로 구분한 '의식지도'를 개발했다. 상상만으로 대충 만든 게 아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20년간 수백만 번의 임상 시험을 거쳤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이유다. 의식지도는 인간 의식 척도를 0에서 1천(룩스) 사이로 규정한다. 0은 죽음과 같은 상태다. 1천은 부처나 예수처럼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궁극의 경지다. 의식의 부정성과 긍정성을 가르는 기준은 200이다. 호킨스 박사에 따르면 전체 인류의 의식 수준은 1999년에 207이었다. 그러면 한국인은? 놀랍게도 310이다. 인류 평균보다 100이나 높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호킨스 박사가 추켜세운 한국인의 의식수준에 대해서는 예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다. 이를 다시 소환한 것은 새삼 자부심을 느껴보자는 게 아니다. 이번 총선이 남긴 의문 때문이다. 한국인의 의식수준이 높은 게 맞다면 정치의식 역시 그래야 한다. 하지만 우리 정치가 나아지기는커녕 퇴행하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야당 압승의 총선 결과만 놓고 말하는 건 아니다. 정부와 여당이 국민에게 밉보였으면 선거에서 지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야권은 국회 의석의 3분의 2 가까이를 가져갈 정도로 그리 잘했을까. 물론 득표율 5.4% 차이에 의석수 차가 71석이나 됐다는 점에서 야당의 절대 승리는 아니다. 하지만 정치만큼 결과가 중요한 게임은 없다. 승자독식의 소선구제가 낳은 모순이긴 하지만 어쨌든 국민은 야권에 더 많은 힘을 실어줬다.

그동안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무능한 모습을 보였고 적지 않은 잘못을 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도덕성으로 따지면 야당이 누굴 심판한다는 게 가당찮다. 지금까지 민주당의 정치 행태는 어떠했나. 증오와 분열, 위선의 정치 아니었던가. '청담동 술자리' 거짓말로 온 나라를 뒤흔든 것도 모자라 코인 투기, 방탄 국회, 입법 폭주, 사법 방해로 많은 이들의 속을 뒤집었다. 이번 총선에선 더했다. 범죄 피의자까지 가세해 정권 심판을 외쳤고 부동산 투기, 저질 막말 후보도 선거판을 누볐다. 그야말로 내로남불의 전형이지만 그들 대부분은 금배지를 달게 됐다. 진영논리에 갇혀 야당 후보라는 이유만으로 최소한의 도덕성조차 따지지 않는 게 정상일까. 국민이 늘 옳다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과거 독일 국민도 히틀러를 열렬히 지지했다. 그때처럼 교활한 정치권력에 가스라이팅 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한국인의 의식수준 정도라면 당연한 얘기다.

허석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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