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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의 패션디자이너 스토리] 고샤 루브친스키

2018-04-20

격변의 시대가 낳은 천재, 반항기 가득한 스트리트 패션

20180420
고샤 루브친스키가 버버리와 협업해 만든 의상. 아래 작은사진은 2016 SS 파리 패션위크 베트멍 쇼에서 오프닝 모델로 등장한 고샤 루브친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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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샤 루브친스키가 러시아 최초의 항구 도시 아르한겔스크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티셔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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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천재가 세상을 바꾼다. 최근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스트리트 패션의 열풍을 불러일으킨 러시아 출신의 사진작가이자 패션 디자이너인 고샤 루브친스키가 그 주인공이다. 늘 새로운 것을 원하는 패션계에서 그의 등장은 신선함과 파격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레트로 문화와 감성을 젊은 세대들에게 유행으로 전파시키며 전 세계 패션계의 판도를 단숨에 바꾸어 놓았다. 일상생활에서 무신경하게 입을 수 있는 티셔츠, 청바지, 점퍼 등 실용적인 아이템들을 위주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며 그는 기존과는 다른 파격적인 패션의 흐름을 구축하고 있다.

구소련 붕괴, 80∼90년대 유년 시절
자유분방한 문화에 혼란 겪으며 성장
스포츠 브랜드 리복·카파·휠라 협업
브랜드 재도약 이끌어내며 인정받아

오버사이즈 트렌치코트, 배바지 매치
버버리 재해석…출시 제품 인기몰이

담배공장·발트해연안 ‘파격 패션쇼’
젊은세대 아이콘…청춘 키워드 상징


이처럼 패션계에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고샤 루브친스키는 1984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릴 때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아 대학에서 미용과 메이크업을 배우며 러시아 패션계에 입문하게 된다. 2008년 냉전시대에서 영감을 받은 본인의 첫 컬렉션 ‘악의 제국’을 시작으로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하며 꾸준히 컬렉션 발표를 이어가던 중 전 세계 패션계의 주목을 받을 기회가 생긴다. 바로 세계적인 디자이너 레이 가와쿠보가 전개하는 ‘꼼 데 가르송(Comme des Garcons)’의 대표 아드리안 조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게 되면서부터이다. 당시 꼼 데 가르송은 신진 디자이너들을 발굴하여 의상 제작비를 지원하고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유통까지 연계해주며 차세대 신진 디자이너들을 육성하였다. 꼼 데 가르송에서 전개하는 유명 편집숍 ‘도버 스트리트 마켓(Dover Street Market)’의 전 세계 매장에 그의 브랜드가 입점하게 되면서 크게 주목을 받게 되고 이는 고샤 루브친스키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사실 그의 컬렉션은 예술적인 작품성이 느껴지거나 우아한 고급스러움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편으로 다소 거친 느낌의 실용적인 옷들이 대부분이다. 반항기가 느껴지는 트랙슈트와 야구모자, 러시아어인 키릴문자가 프린트된 티셔츠가 고샤 루브친스키의 대표적인 제품으로 손꼽힌다.

그의 이러한 디자인적 영감의 원천에는 무엇보다도 조국인 러시아가 있다. 격변하는 구소련의 1980~90년대에 유년시절을 보낸 당시의 젊은이들은 공산주의가 붕괴되면서 팝과 록 음악, 영화, TV 쇼 등 쏟아지듯 유입되는 자유분방한 외국 문화로 혼란을 겪으며 시대를 거스르는 반항적인 기질을 표출하였다. 그런 모습들은 지금 그의 컬렉션에 고스란히 담겨져 많은 사람들을 그 시대의 러시아로 초대한다. 이제까지 러시아는 패션계에서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스트리트 패션의 열풍을 이끌어내며 청춘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로 수식되는 고샤 루브친스키와 베트멍(VETEMENT)의 뎀나 바잘리아로 인해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처럼 비주류로 분류되던 스트리트 패션은 이제 패션시장의 중심에 서서 전 세계의 패션계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고샤 루브친스키는 많은 이들의 러브 콜을 끊임없이 받으며 유명 브랜드와의 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스포츠브랜드 리복(Rebok)과의 성공적인 협업을 시작으로 이탈리아 스포츠 브랜드인 카파(Kappa)의 트레이닝 세트는 10~20대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끌며 품절이 되는 등 출시와 함께 단기간 매출이 30% 늘어나면서 고샤의 브랜드 가치는 입증되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휠라(FILA)와의 협업은 비욘세, 리한나, 에이셉 라키와 같은 유명 셀럽들이 입으면서 젊은 브랜드로서의 가치까지 인정받으며 브랜드의 재도약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고샤 루브친스키가 진행한 모든 브랜드와의 협업에는 성공적인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가 최근 진행한 영국 대표 브랜드 버버리(Burberry)와의 협업은 오버 사이즈의 트렌치 코트와 일명 배바지로 불리는 통 넓은 하이웨이스트 팬츠가 클래식하고 올드한 이미지를 탈피하여 신선하다는 평가와 함께 일부는 시대를 앞서가는 촌스러움이라는 상반된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 1월 두 번째 협업이 진행되면서 그의 시선으로 바라본 버버리의 재해석은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입증하면서 출시된 제품들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패션시장에서 이제 그의 입지는 매우 확고하다. 패션의 본고장 이탈리아에서 개최되는 유명 남성복 박람회인 피티 워모(Pitti Uomo)는 매년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를 선정 및 초청하여 컬렉션을 개최한다. 로베르토 카발리, 라프 시몬스, 발렌티노 등 유명 디자이너들이 이 패션쇼를 거쳐갔으며 고샤 루브친스키 또한 2016년 선정되어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쇼를 만들었다.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은 아름다운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패션쇼를 선호하였지만 고샤 루브친스키는 1930년대 세워진 담배공장에서 활주로를 연상케 하는 무대와 그가 찍은 사진들, 그리고 영상과 함께 패션쇼를 진행하며 확실히 기존과는 다른 그만의 정체성을 드러내 찬사를 받았다. 고샤 루브친스키는 파격의 아이콘이라는 수식어답게 아디다스(adidas)와의 협업 패션쇼에서는 패션과는 다소 거리가 먼 발트해 연안의 칼리닌그라드에서 축구팬과 소년들이 등장하는 쇼를 선보이기도 하고 2016 SS 파리 패션위크 베트멍 쇼에서는 노란색 바탕에 택배사(DHL)의 붉은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오프닝 모델로 등장하는 등 기존 디자이너와는 명확히 구분되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고샤 루브친스키의 패션 정체성이 비록 유년시절을 함께한 격변의 시대가 낳은 결과물일지라도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전 세계 패션시장의 중심에는 현재 그가 있다는 것이다. 사진작가이자 패션 디자이너, 그리고 영상을 제작하는 그는 이제 진정한 아티스트로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그가 만든 스트리트 패션의 열풍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젊은 세대를 상징하는 청춘이라는 키워드로 오래도록 회고될 것이다. 비록 우리의 청춘은 이미 지나갔을지라도 앞으로 고샤 루브친스키가 만들어내는 계속되는 작업들이 우리 기억 속 오랜 청춘으로 남아있기를 희망한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 (rh0405@krif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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