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17(월)

[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꿈은 이루어진다

| 2019-06-03 07:52:46


2019년 5월 봉준호 감독이 우리나라 영화감독으로는 처음으로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인터뷰를 보니 본인은 12세 때부터 영화감독을 꿈꾸었다 합니다. 이제 영화감독으로는 최고의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였으니 불후의 명작을 남긴 행복한 영화인으로 영원히 남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봉준호 감독이 칸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황금종려상을 받는 장면을 보니 마치 언젠가 이런 순간이 올 줄 알고 오랜 시간 준비한 사람처럼 자연스러웠습니다. 어쩌면 봉준호 감독은 매일 이 순간을 상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은 자신의 감각적 경험을 뇌에 저장하여 추후 직접적인 감각적 경험이 없이도 이를 다시 진짜처럼 느끼는 경험이 가능합니다. 이런 것을 심상(心象, mental imagery)이라고 하는데, 물리적 세계나 자신의 감각 혹은 운동 활동에 대해 사람 뇌 속에 그려지는 이미지를 말합니다. 심상을 활용하면 어떤 일을 상상할 때 더욱 실감나는 상상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정말 현실에서 그 일이 일어나면 마치 과거 자신이 경험했던 일처럼 자연스럽게 행동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즉 봉준호 감독은 ‘나는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을 거야’라고 막연히 상상한 것이 아니라 아마도 ‘내가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는다면 내가 가장 아끼는 배우에게 무릎을 꿇고 경의를 표하며 상을 건네는 퍼포먼스를 해야지’라는 구체적인 시각적 상상을 아주 오래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실제 시상식에서 마치 황금종려상을 몇 번 받은 감독처럼 그렇게 자연스럽게 행동했던 것 같습니다.

심상은 이미지 트레이닝에도 많이 활용되는데, 예를 들어 스켈레톤 국가대표 윤성빈 선수는 경기 직전에 눈을 감고 명상을 하며 실수 없이 코스를 질주하는 자신을 구체적으로 상상한다고 합니다. 실전에서도 실수 없이 질주하여 우승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또 이렇게 심상을 잘 활용하면 장애를 극복하는 데도 크게 도움이 됩니다. 많은 사람들은 작곡가 베토벤이 청각을 상실한 이후에도 많은 명곡을 작곡한 사실에 놀랍니다. 이런 기적이 가능했던 것은 베토벤 자신이 청각을 상실하기 전에 단련된 청각적 심상능력 덕분에 귀는 소리는 들을 수 없었지만 머릿속에서는 마치 아름다운 음악을 실제 듣는 것처럼 떠올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향기박사가 매우 재미있게 읽은 책이 있는데, ‘호모 아스트로룸’이란 책입니다. 19세기 공상과학작가인 쥘 베른이 쓴 ‘지구에서 달까지’란 소설을 읽고 우주로의 여행을 꿈꾸기 시작한 항공우주기술자들의 이야기인데, 이들은 불꽃을 뿜으며 지구 중력을 이기고 우주로 날아가는 로켓을 상상하고 깜깜한 우주를 조용히 날며 행성을 탐사하는 우주탐사선을 상상하며 연구하고 또 연구합니다. 이런 시각적 심상이 담긴 꿈을 꾸던 이 사람들이 결국 아폴로 우주선을 만들어 사람을 달나라에 보내고 보이저호를 띄워서 태양계를 탐사하며 우주의 신비를 해결하는 데 성공합니다. 이처럼 동물 중에서 유일하게 사람만이 미래를 위한 꿈을 꾸며, 또 그 꿈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존재입니다.

얼마전 U-20 축구 월드컵에 참가 중인 막내 이강인 선수는 인터뷰에서 자신의 목표는 우승이라고 당당히 말했습니다. 그 어린 소년의 눈은 이미 시상대에 올라 우승트로피를 높이 치켜들고 환하게 웃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는 듯했습니다. 이처럼 우리 대구의 미래과학자들도 자신의 꿈을 이룬 모습을 상상하며 열심히 노력한다면 언젠가 그 꿈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 믿습니다.

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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