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25(일)

[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인성교육 - 수업시간에 꽃피우는 우정

| 2019-07-22 07:49:13

“친구에 줄 열쇠고리 속엔 격려와 사랑의 문구 가득”

폴리스티렌으로 제작하는 수업 가져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표현 등 눈길

선물 받은 학생들 “너무 고마워” 감동


수업참관 중에 우정을 녹여내는 수업을 보고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1학년 기술가정 ‘제조 기술 문제의 창의적 해결’ 소단원에서 ‘폴리스티렌(PS)으로 친구에게 줄 열쇠고리를 만들자’라는 주제였습니다.

“PS의 성질을 이해한 후 PS 필름에 예쁜 글귀를 적어서 친구에게 전해줍시다.” “여러분, 말을 찾을 때는 충고의 말보다는 용기와 위로가 담긴 말을 찾고, 예쁜 그림을 그려도 좋겠지요?”

일주일 동안 관찰하면서 적은 아이들의 성격에는 ‘부끄러움이 많다, 장난을 좋아한다, 밝고 활발하다, 차분하고 잘 웃는다, 친구들과 잘 어울린다’ 등이 있었고, 잘하는 것은 ‘축구하기, 그림 그리기, 웃기기, 노래 부르기, 무거운 것 들 때 도와주기, 정리정돈하기’ 등이 있었습니다.

학습지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친구에게 전하는 열쇠고리의 문구와 도안이었습니다. 요즘 힘들어 보이기에 그 상황에 기죽지 말고 소중한 것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지 말 것’이라고 적은 아이, 작은 실수 때문에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문구에 장미 한 송이와 별 하나를 그려준 아이, 살면서 자기 자신을 못 믿는 것 같아서 앞으로 자신을 믿으라는 격려를 담아 ‘아무 조건 없이, 너니까 믿고, 너니까 잘할 거야. 그동안 잘해 왔듯이’ 하고 용기를 뿜뿜 뿜어주는 아이, 학교에서 매일 즐겁게 생활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며 지금처럼 살면 좋겠다는 뜻으로 ‘매일매일 행복하게 살자’라고 적은 아이도 있었습니다. 문구를 쓰고 예쁜 무늬를 그리느라 교실은 초집중 상태입니다.

“도안을 완성한 후 수업용 오븐기에서 열을 가하면 손바닥만 하던 것이 확 줄어들어 아주 작고 귀여운 열쇠고리가 될 것입니다. 자, 한번 시작해 볼까요.”

아이들은 잔뜩 기대하는 표정으로 두 눈을 말똥말똥 뜨고, 오븐을 뚫어져라 봅니다. “진짜요? 이렇게 넓적한 것이 정말 작아질까요?” “열을 받으면 단단해지니까 굽기 전에 모서리는 둥글게 잘라 주세요. 고리를 끼울 구멍도 뚫고요.” 면장갑을 낀 선생님은 아이들을 차례대로 줄 세우고 안전하게 구워줍니다. “와아, 넓적하던 판이 예쁜 열쇠고리로 확 줄어들었네요.” “어머머, 이렇게 귀여운 열쇠고리가 되다니 완전 신기해요.” “너무 예뻐서 친구 주기가 아까워요. 그래도 친구를 위해 만들었으니 주어야겠지요?”

열쇠고리를 받아든 아이들의 표정은 신기함과 놀라움으로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이제는 친구가 만들어준 열쇠를 받은 소감을 발표해 볼까요?” 아이들은 손편지를 받았을 때처럼 두근두근거리는 표정을 감추지 못합니다. 조금 전의 조용하던 교실이 열쇠고리를 주고받으면서 ‘고마워’ ‘예쁘네’라는 인사말을 주고받느라 왁자지껄합니다. 아이들의 얼굴엔 여름철 분수대의 쏟아지는 물줄기 사이를 헤집고 다닐 때의 환한 웃음이 출렁출렁합니다. 더위를 말끔하게 씻어주는 분수처럼 행복과 감사의 하얀 물방울이 마구마구 튀겨집니다.

“이제는 열쇠고리를 만들면서 재미있었던 점이나 힘든 점을 발표해 볼까요?” “친구를 위해 PS 필름으로 열쇠고리를 만드는 것이 재미있고 신기했어요.” “친구에게 전해줄 문구를 정하는 것이 어려웠어요. 이렇게 작게 줄어드는 것도 놀라워요. PS 필름이 열에 약하고 줄어든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어요.” “그림은 꽝이지만 글만큼은 내 마음을 몽땅 담았어요. 내 성의를 알아주니까 뿌듯해요.” 아이들이 하는 소감에서 친구를 위로하고 격려하고자 했던 마음이 실개천의 물살처럼 잔잔하게 전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친구가 준 열쇠고리를 받은 소감을 발표해 볼까요?” “문구가 내 마음에 쏙 들었어요. 나를 위해 정성껏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감동입니다.” “기분 좋은 문구라서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어요.” “문구가 짧지만 강한 힘이 느껴졌어요. 너무 고마워요.” “친구가 준 선물이라 소중하게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특별하기도 하지만, 나를 위해 골라준 문구가 마음에 와닿았어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수업용 오븐기 앞에서 작품을 일일이 구워주던 기술 선생님은 PS의 성질을 이용하여 혼탁한 언어 속에 허우적이는 아이들에게 온기가 담긴 따스한 언어로 우정을 따뜻하게 녹여내고 있었습니다. 교육과정의 성취수준을 살리면서도 인성교육까지 겸비한 수업설계가 참 놀랍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선생님의 수업 이야기를 전해들은 동료교사들이 쉬는 시간을 이용하여 아이들처럼 서로서로 예쁜 문구를 주고받았습니다. 작은 열쇠고리의 문구 하나에 동료의 마음이 진하게 농축되어 전달되었습니다. 무더위를 식혀주는 분수처럼 마음을 시원하게 해 줄 용기와 격려의 한마디를 주변 사람들에게 건네보는 것이 어떨까요?

원미옥<대구 동변중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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