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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5천개까지 달리는 750살 먹은 ‘하늘아래 첫 감나무’…서울 백화점에 납품

2019-01-18

[이춘호기자의 푸드로드] 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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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감마을인 외남면 소은리의 터주 감나무로 불리는‘하늘아래 첫 감나무’. 많을 땐 5천개 이상의 감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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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전통음식의 현주소를 알려주는 고조리서 ‘시의전서’를 토대로 만들어진 ‘상주골동반’.(사진=시의전서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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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차 등 한방차로 유명한 카페 버스정류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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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에 핸드드립 커피붐을 일으킨 커피가게 대표 김민호씨. 그는 시내에 이어 문경에도 커피가게를 열었다.

2010년 곶감의 고장 상주의 상징적인 고목 감나무를 경북도와 상주시가 국립산림과학원에 의뢰해서 조사를 해봤더니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접붙여 자란 나무였다고 한다. 소유주는 ‘쪼매난 농원’ 김영주씨(77). 다른 농가처럼 3대째 곶감을 만들고 있다. 특히 하늘감나무 곶감은 특별한 대접을 받는다. 많을 때는 5천개도 달렸다. 지난해 10월21일 2천450개를 수확했다. 50일 말려 얻은 곶감은 전량 서울의 주요 백화점 등에 납품됐다. 30개들이 곶감을 27만원에 팔기도 했다.

외남면은 속리산이 서쪽에서 불어오는 습한 바람을 막아주면서 건조하고 찬 바람이 많이 불게 만든다. 당연히 일교차가 커 맛있는 곶감이 만들어진다. 이 마을이 개벽하기 시작한 건 8년 전 마을형 곶감축제가 열리면서부터. 2015년에는 전국 첫 곶감테마공원까지 개장된다. 거기 가면 유달리 호랑이 모형이 많다. 일제강점기 마해송 등 여러 작가가 우는 아이의 울음을 뚝 그치게 만든 ‘곶감과 호랑이’ 동화를 새롭게 스토리텔링했다. 상상력을 동원해 하늘감나무를 동화와 연결시켰다.

소은리에는 지금 40호가 옹기종기 모여산다. 초입의 곶감농원 등 10여호가 집중적으로 곶감을 내다판다. 한창 때는 45호가 곶감을 생산했다. 그러나 너무나 깊게 고령화 되는 농가들. 묵히는 감나무가 적잖다. 곶감을 만들기 버거우면 땡감을 공판장에 20㎏(2만원선) 단위로 팔면 된다.

마을 초입에 자리 잡은 곶감농원의 서상원·정혜원 부부를 만났다. 홈쇼핑, 할인마트 등이 등장하기 전 부부는 아침 일찍 트럭을 몰고 무작정 서울 도심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곶감을 팔았다. 물론 상주시 중앙시장 옆에 형성된 ‘곶감도가(都家)’에 가서 난전형태로 팔기도 했다.

◆이젠 사라진 곶감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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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중국산 곶감의 급습에 맞서기 위해 상주곶감농이 힘을 합쳐 만든 상주곶감유통센터 입구에 서 있는 곶감 캐릭터.

곶감유통은 오랫동안 상주 남문시장 곶감도가에서 전담했다. 12곳 도가에 소속된 200여명 안팎의 상인들이 곶감을 사고팔았다. 그랬던 곶감이 1990년대 중반 우루과이라운드(UR)로 농산물시장이 개방되고 지방자치제가 시작되면서 새로운 소득작목으로 부상, 산업화의 길을 걷게 됐다. 처마 밑에 주렁주렁 달려 가을풍경을 대표했던 곶감은 번듯한 첨단 건조장으로 옮겨졌다. 둥시 생산농가와 곶감생산 농가가 각각 나눠진다. 연간 몇 백 동의 곶감을 생산하는 기업형 곶감농가가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곶감유통은 점차 ‘곶감공판시대’로 건너간다. 1997년 상주농협공판장에서 시작돼 지금은 상주원협과 남문시장, 유통센터 등으로 확산됐다. 상주농협공판장만 해도 곶감철이면 하루 평균 5억원 안팎의 곶감이 거래됐다.


3대째 곶감 ‘쪼매난 농원’김영주씨
소은리 하늘감나무 작년 2450개 수확
50일간 말려 30개들이 27만원에 판매

아이 울음 그치게하는 곶감과 호랑이
남문시장‘곶감도가’긴세월 유통 전담
농협공판장·상주원협·유통센터 확산

포도당·과당 삐져나온 하얀 분 ‘시상’
건조대 60일간 말려…10%는 품질미달
인건비·연료비 더한 개당 원가 1천원

422개 음식, 상주 古조리서 ‘시의전서’
비빔밥 한글고어 부띡밥 첫등장 문헌
대표 커피숍‘커피가게’‘버스정류장’



곶감도가의 안부가 궁금했다. 상주시청 산림녹지과 곶감팀을 통해 15년 전쯤 명맥이 끊어지기 시작한 곶감도가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마지막 상인과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덕일상회 서정병 사장이다. 그의 아버지 서문섭씨는 작고했다. 덕일상회는 1970년대초 자릴 잡았다. 그때는 다들 간판이 없었다. 12개 업소 중 간판이 있는 건 2곳(덕일·풍년상회)이었다. 곶감철이 되면 청수여관은 상인들의 봉놋방이었다. 이제 그 여관은 사라지고 목욕탕만 남았다. 덕일상회도 더 이상 소매 유통이 안 되고 손님도 찾지 않는 곶감도가에서 철수했다. 현재 서 사장은 냉림동 덕장에서 매년 100동의 곶감을 만들어 대량유통시키고 있다.

다 같은 감이 아니다. 팔도에 별별 감이 다 있다. 얼추 200여종으로 추산된다. 쟁반같이 생긴 청도의 ‘반시(盤枾)’는 감말랭이용으로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이 밖에 전남 구례·광양이 주산지인 ‘장둥이’, 전북 완주군이 주산지인 ‘수홍’, 충북 영동과 논산 등이 주산지인 ‘월하시’, 경남 함안, 의령 등지에 많이 분포한 ‘수시’, 경남 산청의 ‘단성·고동·고종시·꾸리감’, 표면이 먹물을 뿌려놓은 것처럼 검은 전남 장성군의 ‘먹시’, 남해안 지역에 분포하는 재래감인 하동 ‘월예감’, 전남 광양군 진상면은 꿀감으로 불리는 ‘밀시’, 의성 ‘사곡시’, 고령 ‘수시’ 등이 유명하다. 고종시는 조선의 왕인 고종이 좋아한 감이라 한다. 고동시는 고동처럼 길쭉하여, 수시는 물이 많아 붙은 이름이다. 예천은 ‘은풍준시’로도 유명하다. 둥시와 달리 네잎클로버처럼 생긴 수종시를 손으로 직접 깎아 곶감을 만든다. 다른 곳은 모두 씨가 있는 곶감을 생산하는데 전북 진안군 정천면 학동과 마조마을은 씨 없는 곶감단지로 정평이 났다. 그럼 제주도에도 감나무가 있을까. 모두 감귤 만 알고 있는데 감도 있다. 제주감은 제주의 옷으로 불리는 갈옷 염색재로 사용된다. 하지만 울릉도는 아직 감과는 인연이 멀다.

◆곶감의 뒷이야기

단감으로 곶감을 만들면 더 달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단감은 그냥 날것으로 먹는 게 낫고 홍시는 재래감 중 가장 큰 대봉감이 제일이다.

너나없이 배가 고팠던 그시절 농가에선 감 껍질도 말려서 간식으로 먹었다. 곶감철 농가에 가면 깎아낸 감껍질도 그냥 버리지 않는다. 제주도 귤피처럼 활용된다. 이 감 껍질은 사료로 사용되기도 하고 감식초를 담그기도 한다. 궁핍했던 시절 감 깎아주는 일을 하고 그 품 삯으로 감 껍질을 받기도 했다.

곶감은 수분관리가 너무 어렵다. 자연건조는 20일 정도 걸리나 인공건조는 처음 37℃에서 말리다가 32℃ 정도로 낮춰 건조하면 4일 정도면 된다. 탄닌의 산화, 갈변을 막아 색조가 선명한 제품을 내기 위해서 ‘황훈증’을 한다. 둥시곶감은 다른 곳보다 조금 더 말리는데 60일 정도 자연건조를 한다. 상주 둥시는 약간 큰 감에 속하고 건조 기간도 그만큼 길다.

곶감 표면에 하얗게 이는 분을 ‘시상(枾霜)’이라 한다. 포도당과 과당이 넘쳐 밖으로 삐져나온 것이다. 곶감을 손으로 주무르면 분이 더 많이 일게 되는데 옛날에는 이 분을 따로 모아 단맛을 내는 조미료로 썼다.

기계건조를 하게 되면 겉껍질은 질기고 속은 단단해진다. 색깔도 짙고 불투명해진다. 곶감 속에 빈 공간이 있는 것은 채 여물지 않은 감으로 건조한 것으로 맛이 떨어진다. 덕장으로 옮긴 뒤 10일 정도는 특히 대형 선풍기를 가동해서 초벌 건조에 신경써야 된다. 겉이 빨리 말라야 내부와 외부 사이에 꾸덕한 막이 생겨 잡균이 붙지 않고 모양도 잘 잡히기 때문이다.

대형농원은 모자라는 감을 확보하기 위해 감을 사오거나 감밭을 임차하기도 한다. 양질의 큰나무를 임차하려면 수십만원을 줘야 한다. 껍질 깎는 기계가 감꼭지를 밀어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는 플라스틱으로 된 ‘인공 감 꼭지’를 끼운다.

우린 비싼 곶감이라고 투덜대지만 내막을 알고나면 입을 다문다. 감을 매입해 선별하고 건조대에 걸어 60일간 말리면서 10% 정도는 품질 미달로 달아난다. 인건비, 연료비 등을 더하면 생산원가가 감 1개당 1천원에 이른다. 여기에 포장, 보관, 운송비 등을 감안하면 소매가격 1개당 1천500원을 받아도 남는 게 별로 없다.

◆상주 별미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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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척막걸리의 전통을 이어가는 곶감막걸리.

상주가 중시하는 고조리서가 하나 있다. 바로 ‘시의전서(是議全書)’다. 심환진이 상주군수로 부임한 1919년쯤 그곳의 반가에 소장되어 있던 조리책 하나를 빌려서 대구인쇄합자회사에서 인쇄한 상주 군청의 편면괘지(片面罫紙)에 모필로 적어놓은 것이다. 이 책은 며느리 홍정한테 전해진다. 이후 1970년대에 홍정의 조카인 탐구당 출판사 홍성우 대표를 통해 한양대학교 이성우 교수에게 전달되어 세상에 알려진다. 1981년에는 같은 대학의 이효지 교수가 ‘시의전서의 정리학적 고찰’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였다. 시의전서는 상·하 2편 1책이며 상권에 226가지, 하권에 196가지로 총 422가지 음식이 기록되어 있다.

시의전서가 우리에게 주는 중요성은 뭔가. 비빔밥의 옛 한자가 ‘골동반(汨董飯)’, 한글 고어인 ‘부띡밥’이 최초로 등장하는 문헌이기 때문이다. 부띡밥 만드는 방법도 쓰여 있다.

밥을 정히 짓고, 고기는 재워 볶아 넣고, 간납(간과 천엽)을 부쳐 썰어 넣고, 각색 나무새(채소)도 볶아 넣고, 좋은 다시마로 튀각을 튀겨 부숴놓는다. 고춧가루, 깨소금, 기름을 많이 넣어 비벼서 그릇에 담는다. 위에는 잡탕거리처럼 계란을 부쳐서 골패짝만큼 썰어 얹고, 완자는 고기를 다져 잘 재워 구슬만큼씩 비비어 밀가루 약간 묻혀 계란을 씌워 부쳐 얹는다. 비빔밥 상에 장국은 잡탕국으로 해서 쓴다.

음식연구가 노명희씨가 이끄는 <사>시의전서 전통음식 연구회는 2012·2013년 마을기업상을 받았다. 재차 전통음식 명품화 사업 일환으로 만든 시의전서 음식체험관인 ‘백강정’을 운영하고 있다. 예약해야 먹을 수 있다.

토박이가 좋아하는 탕이 있다. 함창읍 지하도 초입에 있는 ‘굴다리식당’이다. 곱창 등 네 가지 내장으로 만든 탕인데 점심 때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빈다. 소곡동 농가맛집 ‘두락’에 가면 뽕잎비빔밥, 임봉동 ‘산버섯식당’은 자연산 버섯 전문점, 안봉동 ‘들밥상’은 도림사 승려가 운영한다.

상주의 대표 커피숍이 있다. 시내 ‘커피가게’와 함창읍 시외버스정류장 옆에 있는 ‘버스정류장’. 커피가게는 화가, 기타리스트, 바이커, 로스터 등 1인4역의 삶을 사는 김민호 내외가 꾸려가며 상주에서 처음 핸드드립 커피를 낸 곳이다. ‘시외버스정류장’은 박계해 사장이 2011년 차린 수채화 같은 카페인데 대추차가 ‘엄지척’이다.

그런데 상주를 떠날 때 아쉬움이 남았다. 예전 상주에서 맛보았던 뽕잎육개장은 맛볼 수가 없었다. 누가 뽕잎칼국수와 함께 갈무리하면 미식가의 사랑을 듬뿍 받을 것 같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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