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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 듣는다] 불편하지만 말하기 힘든 항문질환…말 못 할 고통 '항문 질환' 화장실, 오래 있지 마세요

2024-02-27

치질 대부분은 치핵, 주로 장시간 화장실 머물 경우 생겨
모두 수술 필요한 건 아냐…결정은 전문의 상의 후 시행
예방법은 올바른 배변 습관, 장시간 같은 자세는 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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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강수진
칠곡경북대병원 대장항문외과 강수진 전임의

일을 보고 휴지로 닦는데 피가 묻는다. 큰 병이 아닐까 덜컥 겁이 난다. 혹시 대장암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하지만 휴지에 빨간 피가 비치는 것은 흔히 치질이라고 알려진 항문 질환이다. 피가 비치는 정도야 그냥 참고 살 수 있지만, 항문 밖으로 뭔가가 삐져나오면 그땐 고민이 된다. 다른 병과 달리 치질은 예민한 부위에 생겨 주위 사람과 상의하기도 쑥스럽다. 괜히 상의했다가 "쟤 치질이래!"라고 소문이라도 나면 민망하다. 항문 쪽 질환에 대한 편견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지만, 말도 못 하고 끙끙 앓기만 하는 시민이 상당수다. 질환에 따라 조기 관리가 가능하지만, 방치하게 되면 심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다양한 치질 종류

치질은 항문과 그 주변에 발병하는 질환으로 치핵, 치루, 치열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치핵은 항문 안쪽 점막조직이 압박을 받아 덩어리가 만들어지면서 발생하는 질환으로 치질의 70~80%를 차지한다. 여러 이유로 발생할 수 있는데 주로 장시간 앉아서 볼일을 보거나 변비로 인해 치질이 생긴다. 이외에도 가족력, 스트레스, 흡연, 과도한 다이어트 등으로 인해서도 생길 수 있다. 치핵은 주로 혈변이 보이고 항문 불편감, 기분 나쁜 통증을 일으킨다. 치열은 항문 입구에서 내부에 이르는 일부분이 찢어지는 질환이다. 보통 딱딱한 변을 보는 과정에서 항문 내부가 손상을 받아 배변 시 피가 보이거나 통증이 느껴지는 질환이다. 치루는 항문 주변에 만성적으로 고름이 배출돼 항문 바깥쪽 피부로 통로가 만들어져 발생하는 질환이다. 증상으로 통증, 항문 주변 고름 및 분비물이 나타날 수 있고 전신 발열도 동반될 수 있다. 기저질환 없이 나타날 수도 있으나 크론병이나 대장염과 같은 질환과 관련성이 있는지 평가가 필요하다. 장시간 방치하면 드물게 항문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어 신속한 치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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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질 원인 중 하나는 스트레스다. 식단 관리만 잘해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칠곡경북대병원 제공>

◆증상에 따른 치료법

치핵은 정도에 따라 변을 볼 때 탈항 됐다가 쉽게 들어가면 변완화제, 좌욕 등과 같은 보존적 치료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통증이 있거나 치핵이 쉽게 들어가지 않는 경우, 출혈이 반복되는 경우는 수술하는 것이 좋다. 치열은 급성으로 나타나면 대부분 배변 습관 및 항문 청결을 통해 비수술적 방법으로 좋아질 수 있다. 반면 만성 치열의 경우 괄약근을 절개해 항문관을 넓혀주는 수술이 필요하고, 수술 후 통증은 거의 없다. 치루는 수술적 방법만으로 만 완치될 수 있다. 수술할 때는 항문 괄약근 손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모두 수술이 필요한 건 아니다. 우선 증상이 있을 때는 온수 좌욕을 통해 청결을 유지하고, 변을 볼 때 과도하게 힘을 주지 않아야 한다. 변비가 있는 경우 변비약을 복용하는 것도 좋다. 잦은 설사도 치핵을 악화시킬 수 있어 치료가 필요하다. 시판되는 좌약이나 연고를 함부로 사용할 경우 오히려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위의 방법으로 한 달 이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 외과 전문의와 상담 후 수술적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좋다. 유의해야 할 점은 보존적 치료와 수술 결정은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이유는 대장암 증세도 치핵의 증세와 비슷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자칫 스스로 치료 방법을 결정해 대장암을 치핵으로 잘못 알고 놓칠 수 있다.

◆50세 이상 2명 중 1명 진단

얼마나 많은 사람이 치핵을 앓고 있는지 파악하는 건 쉬운 게 아니다. "치질 있으세요?"라고 물을 때 솔직하게 그렇다고 할 사람도 없을뿐더러, 1기에 속하는 사람들은 병원에 가지 않으니 말이다. 직장경을 시행한 환자에 국한해 통계를 냈을 때 86%가 치핵이라는 보고가 있고, 우리나라 외과 교과서에는 "50세 이상에서는 적어도 50%가 이 병을 갖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미국에서 시행한 조사 결과 4.4%가 치핵이며, 45~65세가 가장 흔하다고 한다. 좌변기 증가 등 사회경제적 수준의 향상과 치핵의 빈도가 관계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미국과 영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20세기 후반부에 치핵이 오히려 감소한 걸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닌 듯하다.

◆예방에 각별한 노력 필요

항문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항문을 항상 청결히 유지하며, 올바른 배변 습관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첫째, 대변 보는 시간은 가급적 짧게(3~5분 이내) 끝내고, 아침 식사 후 대변을 보는 습관을 갖는 것이 가장 좋다. 둘째, 따뜻한 물을 이용한 좌욕을 자주 하되, 쪼그려 앉지 말고 편안한 자세로 5~10분 정도 엉덩이를 푹 담그고 앉는다. 셋째, 가능하면 대변 후 휴지보다는 비데나 샤워기를 이용해 씻어내고 잘 말리는 것이 항문질환 예방에 좋다. 넷째, 변비를 예방하는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고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 좋으며, 과도한 음주나 맵고 짠 음식은 무조건 피하는 것이 좋다. 다섯째, 앉아서 일하는 사람은 자세를 수시로 바꿔주는 것이 좋으며, 장시간 같은 자세를 취하는 과도한 운동과 운전은 피하는 것이 좋다. 2시간 정도 스키나 스노보드를 탔다면 30분 정도는 실내에서 몸을 녹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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