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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사건 속으로] 음주 역주행 참사 막은 경찰의 직감

2024-03-28 17:01

26일 음주단속 중 역주행 도주 차량 붙잡혀
대구경찰청 4기동대 8팀, 도주차량 육탄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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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밤 11시쯤 경찰이 대구 북구 국우동 일원에서 음주 역주행 차량 운전자를 검거하고 있다. 독자 제공.

지난 26일 밤 11시쯤 대구 북구 국우동 일원 도로에서 음주단속 중이던 이태하 대구경찰청 제4기동대 8팀장의 눈에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일방통행인 도로 저 너머에서 음주 측정을 기다리던 쏘나타 차량의 바퀴가 오른쪽으로 조금씩 돌아가는 걸 감지한 것이다. 이미 1시간 넘게 단속을 하며 2건의 음주 차량을 적발하는 등 감각이 곤두서있던 이 팀장과 팀원들은 그 작은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음주 차량임을 직감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다. "잡아라"는 외침과 함께 그와 팀원들은 해당 차량으로 달려갔다. 차량과의 거리는 30m 정도. 그와 팀원들이 음주 의심 차량에 도달했을 때는 이미 차량의 방향이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틀어진 상태였다. 그대로 도로를 역주행한다면 2차 사고는 물론, 심각한 인명 피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이 팀장은 "팀원들이 차량까지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은 5초도 안 걸렸다. 그 짧은 시간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고, 정말 아찔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끔찍한 사고를 막기 위해 그와 팀원들은 몸을 내던졌다. 한 팀원은 차 문 열기를 시도했고, 다른 팀원은 팔꿈치로 창문 깨기를 시도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차량 앞을 가로막았다. 목숨을 건 실랑이가 이어졌고, 5m가량 역주행하던 차량은 경찰들의 육탄공세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멈춰 섰다. 이 모든 것은 이 팀장의 외침 후 1분여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이 과정에서 팔꿈치로 창문 깨기를 시도했던 경찰이 간단한 타박상을 입었지만,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다.

긴박한 순간에서도 이 팀장은 베테랑답게 현장 기록 및 사진 촬영을 잊지 않았다. 차량에서 걸어 나온 사람은 40대 남성으로, 지인과 회식 후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다고 진술했다. 그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0.098%, 면허 취소 수치였다. 만취 상태로 운전대를 잡은 것이다.

이 팀장은 "역주행 차량 운전자를 잡은 것은 사회는 물론, 해당 운전자에게도 천만다행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만약 차량을 놓쳐 2차 사고로 이어졌다면, 운전자는 평생을 후회하면서 불행하게 살았을 것"이라며 "팀원들이 다 했다. 나는 그저 현장에 함께 있었을 뿐"이라고 겸손해했다.

대구 강북경찰서는 온몸을 던져 2차 사고 및 대형사고를 막은 이 팀장과 팀원들에게 표창을 수여할 계획이다.

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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