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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시론] 포항지진 정신적 피해, 일괄 배상 안 되나?

202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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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창성 동부지역본부장

큰 지진을 한번 경험하게 되면 '쿵' 하는 소리나 작은 진동에도 놀라는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심할 경우 전문가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필자도 2017년 포항지진을 겪으면서 한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려야 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지진이 가져다주는 공포가 얼마나 크고 무서운지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최근 대만과 미국 뉴욕에서 각각 발생한 규모 7.4와 4.8의 지진은 아마 공포 그 자체였을 것이다. 특히 22년 동안 한 번도 지진을 경험하지 않은 뉴욕시민들의 두려움과 공포는 상당했을 것이다. 이들 지역 외에도 올 들어 일본 등 지구촌 곳곳에서 큰 지진이 잇따르면서 포항지진 역시 자연스레 소환되고 있다.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사업을 하다 발생한 촉발지진으로 결론 났다. 시민들은 정신적 피해가 컸다며 위자료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포항지진 피해 소송인단 규모는 최종 집계 결과, 49만9천881명에 이른다. 지진 당시 포항시의 주민등록인구가 51만9천581명인 것을 감안하면 전체 시민의 96%가 참여한 셈이다. 소송비용이 1인당 3만원인 만큼 150억원 정도의 비용이 들었고, 배상액도 1심 판결 기준으로 1조~1조5천억원에 이른다. 따라서 포항지진 소송은 원고인단의 규모는 물론 참여변호사, 배상액 등 규모 면에서 대한민국 사법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집단소송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포항지진 소송의 1심 판결은 지진 등 재해를 국가배상으로 처음 인정한 판결이었지만 지금으로선 향후 재판 결과를 단정 짓기 어렵다. 이 때문에 포항지진 소송의 2라운드인 항소심이 언제 시작돼 어떻게 마무리될지가 관심사로 떠오른다. 변호인단 측은 5년 정도 걸린 1심보다 항소심이 상대적으로 짧을 것으로 예측하면서 1년6개월은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법원까지 간다면 진짜 언제 끝날지도 모를 일이다. 포항시와 정치권 등에서 주장하고 있는 정부의 일괄 배상안은 과연 실현 불가능한 것인지 강한 의문과 함께 궁금증이 커진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에서 진행 중인 포항지진 수사 결과가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정부 주도로 진행된 조사결과와 이번 수사결과의 결이 같은 방향으로 나온다면 '정부 일괄배상'도 가능해진다.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은 2019년 3월 지진이 인근 지열발전소에 의해 촉발됐다고 결론을 내렸다. 또 감사원도 2020년 4월 포항지진에 앞서 전조 격으로 3.1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유발지진 여부 확인과 지진위험도 분석 등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국책사업을 하다 빚어진 인재(人災)라고 못 박았다.

검찰 수사가 이처럼 정부 책임론(論)에 무게가 실린다면 포항시민들에 대한 정부의 공식 사과와 일괄배상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올 것이다. 이럴 경우 정부의 포항지진 피해 위자료 소송은 당연히 포기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해지면서 정치권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생기게 된다. 22대 국회 원(院) 구성이 마무리되면 '포항지진특별법'을 개정, 일괄 배상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검찰 수사결과가 소송을 끝내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2019년 11월 시작된 검찰 수사는 4년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도 진행 중이다. 정부조사단과 감사원 감사 그리고 법원의 민사 재판(1심) 결과까지 나온 만큼 검찰의 신속하고 정확한 수사가 요구된다. 49만명의 포항시민들이 이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마창성 동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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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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