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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동대구로에서] 정치 후진국의 민낯을 봤다

2024-04-17

비상식적 관행 득세한 총선
승자독식형 선거구제 괴리
전문성보다 범죄자 방탄용
검증 이슈, 색깔벽에 좌초
民意 담게 정치판 리셋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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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경 정경부장

지난 4·10총선에서 국민들은 정권심판론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그 이면을 보면 비상식적인 정치관행들이 독버섯처럼 자라날 우려가 있어 걱정이 앞선다. '국민 선택은 옳다' '여소야대 정국엔 소통과 협치가 답이다'란 말만 부각할 때가 아니다. 몰라서 안 한 게 아니다. 알면서도 안 했다. 정치 색깔론에 기반한 '기득권 영구 수호 망령'이 뼛속 깊이 자리한 탓이다. 방치했다가는 국민의 일반적 사고와 가치관을 뿌리째 흔들 수 있다.

이번 22대 총선 때 지역구는 더불어민주당이 161석, 국민의힘이 90석을 확보했다. 격차가 71석이나 났다. 득표율을 보자. 민주당은 50.5%, 국민의힘은 45.1%다. 득표율은 5.4%포인트 차이인데 의석수는 1.8배나 차이 났다. 마냥 여당 참패로 보기엔 께름칙하다. 한 지역구에서 1명만 뽑는 승자독식형 '소선거구제'의 괴리다. 현 선거제도가 민의(民意)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선거 당선자 중엔 범죄인으로 의심받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등에 연루돼 재판받는 피고인들이 대거 당선되는 촌극이 벌어졌다. 불법 대출 혐의로 고발되거나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성적 담론으로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인물도 6월이면 여의도 배지를 단다. 부끄러운 형국이다. 사회적 지탄이 쏟아져도 당최 물러섬을 모른다. 검증용 이슈 제기는 끝내 '색깔의 벽'을 넘지 못했다.

표 호소 방식에선 정치 후진국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야당은 시급한 민생고 해소·경제 살리기 공약은 뒷전이고 정권 탄핵부터 외쳤다. 보복심리가 짙게 깔려 있고 눈엔 살기(殺氣)가 서려 있다. 다중복합 경제위기 속에서 민생 문제는 선거 후에야 언급했다. 2017년 3월 박근혜 대통령 탄핵선고가 화근인 것 같다. 탄핵을 너무 쉽게 보는 정치 악습이 생겼다. 국론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탄핵 언급은 조심해야 한다. 국가 불안을 원하는 국민은 없다.

전직 대통령이 마치 선대본부장처럼 대놓고 선거판을 휘젓고 다닌 것도 볼썽사나웠다. 잊히고 싶다고 언급한 분의 행동이다. 존경받는 조용한 조언자로 남아주길 바랐지만 극단적 편 가르기 진영정치구도를 더 심화시켰다.

정치는 경제, 사회, 문화 정책의 기본 틀을 짜고, 질서를 바로잡는 중요한 영역이다. 특히 입법(의회)권력의 중요성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현 정부의 불도저식 불통 행정과 이를 방관한 여당은 분명 책임이 있다. 그렇다고 탄핵·특검으로 겁박만 하면 국정 불안만 야기한다. 야당이 수용성 있는 해법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 '국민 뜻'이라며 의석의 수적 우세로 밀어붙이는 행위는 총선 표심을 곡해한 것이다. 여당도 진정성 있게 대화에 나서야 한다.

지금 정치판은 '시궁창 속'을 보는 것 같다. 빨리 깨끗하게 청소해야 한다. '소선거구제'를 고수하기보다 한 지역구에 2~3명이 당선될 수 있는 중선거구제로 바꾸는 것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거대 양당체제 공고화와 지역구도 고착화를 해소하는 길이다. 입만 열면 여야가 영·호남 화합을 외치지만 막상 선거 때는 상대 당 후보의 입성을 허락지 않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미국 상원제처럼 도시 규모에 상관없이 우리도 전국 17개 시·도에서 2명씩 별도로 의원을 뽑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 전문성 대신 범죄이력자 보호용으로 전락한 비례대표제를 대체할 수 있다. 대한민국 정치 리셋(Reset)이 시급하다.
최수경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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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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