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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칼럼] 중대재해법이 만능인가

2021-01-20

통제 불가능한 재해 때문에
기업인 실형받는 일 생기면
한국서 사업할 기업 있을까
산재보험·전문관리 강화로
인명피해 막는 게 우선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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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수근 서울대 명예교수 상생협력포럼 위원장

중대재해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중대한 인명 피해를 주는 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한편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산업안전법의 위반 범죄에 대한 권고 형량을 상향 조정하였다. 여기에는 산업재해가 줄지 않는 것은 기업인이 법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므로 처벌을 강화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법 만능주의가 깔려있다. 이는 중대재해를 줄이는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아니며 여러 가지 부정적 영향도 나타날 수 있어서 걱정이 된다.

중대재해법 때문에 기업인들은 분명히 안전을 중요하게 다루게 될 것이다. 이익을 더 남기기 위해 종업원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악덕 기업인들도 줄 것이다. 대기업들은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이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열악한 환경에서 사업을 하는 중소 기업인들이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사업을 시작하는 벤처 기업인들에 있다. 이들은 위험관리를 체계적으로 하지 못함으로써 부지불식간에 법규정을 지키지 못하고, 뜻하지 않은 상황의 발생 시에 중대 재해를 당하여 처벌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중대재해법의 가장 우려되는 영향은 기업가정신의 위축이다. 기업가는 더 큰 뜻을 이루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사업을 하고 있다. 특별히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기업인들에게 가장 큰 위험은 사업에 실패하는 것이었다. 이제 기업인은 통제할 수 없는 재해에 의해서도 감옥에 가게 됨으로써 기업가들이 느끼는 위험은 훨씬 더 커졌다. 이는 더 많은 젊은이들이 사업의 길보다는 위험이 없는 공무원, 법조인, 공기업의 종업원이 되는 길을 택하도록 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또한 한국에서 직접 사업을 할 외국기업도 줄어들 것이다.

중대재해법은 산업재해의 근본 원인이 기업인에게 있는 것으로 전제하고 있다. 이는 마치 양치기 소년이 혼자서 늑대를 막을 수는 없음에도 모든 책임을 안게 되는 것과 같다. 산업재해를 막는 일을 위험관리 역량이 없는 중소 기업인에게 모두 떠맡기는 것은 기업인에게 감옥에 갈 각오로 사업을 할 것인지 아니면 사업을 포기할 것인지의 선택으로 내모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기업인 처벌이라는 돈 안 드는 쉬운 방법보다는 재해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기업을 돕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산업안전 전문가가 아닌 아마추어로서 몇 가지 방안을 생각해본다. 한가지는 국가가 산업안전관리 전문가를 양성하여 중대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사업현장에 파견하는 것이다. 또한 위험관리 전문기업을 육성하여 위험업무를 대행하도록 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 이는 위험의 외주화를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산업재해보험을 강화하여 산업재해의 발생가능성을 비용으로 환산하고 위험이 높은 기업에 가중 부담시킴으로써 재해관리를 제대로 하도록 하는 것이다. 재해방지를 위해 다각적 노력을 한 기업인에게는 실제 중대재해가 발생하여도 실형을 피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고려하여야 한다.

근로자의 안전은 매우 중요하다. 기업인도 나라의 중요한 자원이다. 창조적인 기업인이 감옥에 가고 미래가 밝은 기업이 무너지는 것을 막는 것은 종업원들의 인명 피해를 줄이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국가가 나서야 한다. 산업재해의 실태조사와 원인 분석에 기초한 종합적인 대책을 세우고 기업의 재해관리를 지원해주어야 한다. 국가는 아무 일도 안 하고 문제가 생기면 책임자만 처벌하는 것은 북쪽에서 하는 방법인 것 같다.
곽수근 서울대 명예교수 상생협력포럼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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