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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불만의 겨울'과 새로운 양극화

2021-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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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우 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

소설 '불만의 겨울'은 196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다. 명작 '에덴의 동쪽', '분노의 포도' 등으로 알려진 존 스타인벡은 1961년 이 소설을 발표했고, 이듬해 노벨문학상을 받게 된다. 당시 급속한 공업화로 인해 따뜻한 인정이나 배려, 전통문화 등 미국 사회의 건강한 가치를 잃게 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담았다. 청교도 정신이 사라지면서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하고, 대공황 이후 경제 양극화가 다시 심화되는 것에 대한 그의 불안을 표현한 것이었다.


현재 세계적으로 코로나 광풍이 계속되면서 지구촌 모두가 불안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셰익스피어는 희극 '리처드 3세'에서 "지금은 불만의 겨울이지만, 요크지방의 태양이 멋진 여름을 만들었지"라고 첫 구절을 시작했다. 음산한 겨울이 지나고 여름이 오기를 기다리는 희망을 이렇게 담았다. 당시 불만의 겨울은 장미전쟁을 상징했는데 지금은 코로나 사태라고 할 수 있다.


해마다 정부와 경제연구소 등에서는 다양한 경제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2.0%로, 수출입은 각각 1.6%, 0.9%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한해가 지난 뒤 그 예측이 얼마나 적중했는지에 대한 후속기사를 본 적이 없다. 앞만 보고 달리는 우리의 국민성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큰 변수로 전망은 의미가 없어졌다.


작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를 기록하여 선진경제권에서는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다. OECD는 지난달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효과적인 방역 조치로 회원국 중 2020년 GDP 위축이 가장 작은 국가"라고 평가했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이런 성적을 거둔 것은 대단히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올해 경제전망을 쉽게 낙관할 수 없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경제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와 금융산업이 발달한 주요 선진국과는 달리 제조업이 강한 우리 경제가 선방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 비대면 경제의 확산 등으로 금융과 실물 부문 사이에서도 새로운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저금리와 유동성 공급 확대로 금융자산이 많이 늘어나고 있어 계층 간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다.


원래 경제 양극화(polarization)는 일자리에서 생긴 개념이다. 이것은 중산층의 일자리가 다른 계층의 일자리보다 빨리 사라지는 현상을 가리킨다. 이미 고용과 경제 양극화는 주요 국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경제 위기가 오고 나면 반드시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된다는 점이다. 외환위기 이후 임금 격차가 지속적으로 확대된 것은 여기에 한 이유가 있다.


기관에 따라 우리 경제는 올해 2.7%에서 5.0%까지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성장이 대단히 중요한 화두가 된다. 그러나 외형적 성장만 중시하기보다는 성장으로 인해 생기는 그림자를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따라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실효성 있는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불만의 겨울'이 어서 지나가고 따뜻한 봄이 오기를 모두가 학수고대하고 있다.
김영우<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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