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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Investor] 재생에너지와 VPP(가상발전소)산업 전망

2021-06-01 14:50

51번째 지구의 날인 지난 4월2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정상 40인은 기후정상회의를 가졌다.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이날 회의에서 정상들은 '탄소중립'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다양한 해법을 논의했다. 한국은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상향해 올해 안에 유엔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기류를 반영이라도 하듯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활기를 띠고 있고, 재생에너지 생산량 비중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다. 생산량이 수용량을 초과하면서 발전소의 '출력제어'가 빈번해지고 있는 것이다. 출력제어는 쉽게 말해 발전소 스위치를 내리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후 재가동을 위해 전력생산 가능 수준까지 끌어올리려면 추가적인 전력이 소비된다. 결국 출력제어가 잦아진다는 것은 전체 전력효율이 급격하게 떨어진다는 의미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은 제주도를 예로 들면, 2019년 31회 출력제어로 약 1만 MWh, 생산량이 늘어난 2020년엔 77회 출력제어로 1만9449MKh의 전기를 사용하지 못했다. 2020년 미사용 전기를 주택용 저압 전기요금으로 치환할 경우 약 61억 원의 가치를 갖는데, 여기에 재가동에 드는 전력 비용까지 포함한다면 더 큰 손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 같은 일은 전 세계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로 'VPP(다양하게 분산돼 있는 전원을 모아서 마치 하나의 발전소처럼 운전 및 제어하는 가상의 발전소)'가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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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발전소 개념도. 출처 : KERI(한국전기연구원)


 

◆VPP(Virtual Power Plant·가상발전소)

VPP란 다수의 소규모 분산전원을 ICT 및 자동제어 기술을 이용해 하나의 발전소처럼 운용하기 위한 통합관리시스템이다.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발전소가 아니기 때문에 '가상'이라는 단어가 앞에 붙는다.

 

VPP는 스마트그리드, 즉 전력 공급자와 소비자가 실시간 정보교환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전력망에 클라우드 기반의 소프트웨어를 통합한 개념이다. 기존 전력망이 공급 중심의 일방향성을 갖는 폐쇄형 플랫폼이라면, VPP는 수요 중심의 양방향성을 갖는 개방형 플랫폼이라는 차이가 있다.

 

시스템상 필요한 전력을 예측할 수 있으므로 생산과정에서의 출력제어를 줄이고 전체 전력효율을 높일 수 있다. 

 

잉여전력을 구매 및 저장하였다가 필요한 곳에 판매하기 위해서는 수요와 공급을 예측할 수 있는 VPP 플랫폼이 필요하다. 

 

이에 잉여전력 중개를 통한 높은 수익성이 기대되자 VPP 플랫폼산업을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에너지기업들의 자본투자가 활발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인포메이션(Global Information)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VPP 시장은 2024년 45억250만 달러(약 5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가상발전소에 공급되는 전력 자원, 이른바 ‘소규모 분산전원’은 크게 ▲수요반응(DR, Demand Response) 자원 ▲V2G(Vehicle to Grid) ▲ESS(Energy Storage System, 에너지 저장 시스템) 등으로 나뉜다. 이는 곧 VPP산업이 위와 같은 분류의 산업군으로 세분화된다는 것이다.

 

수요반응이란 전기 사용자가 일상 속에서 전기를 아낀 만큼 

전력시장에 판매하는 것을, 

V2G는 전기차를 ESS로 사용해 전기차에 저장된 전력을 

전력계통으로 역전송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또 ESS는 전기요금이 저렴한 야간 잉여전력을 충전한 후 

낮에 공급해 전력이용 효율을 높이는 장치로, 

저장장치와 연계(PCS) 및 관리(PMS) 장치를 포괄하는 시스템이다.

 

◆세부 산업별 주요 기업

테슬라는 태양광을 이용한 수요반응 자원 인프라 산업 및 전기차를 이용한 V2G 산업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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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파워월, 출처 : 테슬라


 

태양광 패널인 ‘솔라루프’와 가정용 ESS인 ‘파워월’ 및 태양광의 직류전기를 교류전기로 전환해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솔라 인버터’는 미국 내에서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이 중 파워월의 경우 지난 3월 기준 10만대 이상 설치됐다. 

 

미국은 자연재해로 인한 전력수급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수요반응 자원 인프라의 상용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한편 테슬라가 지난 4월29일 ST-Micro라는 회사에 1백만대 이상의 SiC 반도체를 주문한 사실이 확인됐다. V2G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전기차 내 전력효율을 높일 필요가 있는데, 상대적으로 고전압인 전기차의 경우 기존 실리콘 반도체가 전기차의 높은 전압을 견딜 수 없다. 테슬라의 이번 주문은 고전압에 견딜 수 있는 SiC(실리콘 카바이드, 탄화규소) 반도체를 선점해 V2G를 준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ESS와 관련해 국내에선 LG화학(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배터리 및 재활용 기술을 통해 관련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또 국내 여러 스타트업이 아연 금속, 바나듐 이온 등을 이용해 발화위험이 없는 ESS를 개발하고 있다. 

 

국외에서는 애플이 지난 3월31일 태양광 연계 ESS를 캘리포니아 중부에 설치한다는 소식에 윌링스 등 ESS 생산 업체의 주가가 오른바 있다.

 

◆VPP 플랫폼 산업

‘소규모 분산전원’ 인프라가 확대되고 있고, 수년 내 전력공급을 중개하는 VPP 플랫폼 서비스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솔루션은 2020년 5월 호주 에너지관리시스템 업체인 스위치딘(SwitchDin)의 지분 20.26%를 획득했다. 스위치딘은 분산형 에너지자원(DER) 소프트웨어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같은 해 8월에는 미국의 ESS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인 젤리(Geli)를 인수하며 VPP 플랫폼 산업의 패권을 쥐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테슬라는 2018년 4월부터 호주 정부와 함께 호주남부 5만 가구에 태양광 모듈을 기반으로 하는 VPP 시스템을 개발 중이고 2022년 마무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0년 10월에는 태양광 기반 수요반응 인프라 및 V2G를 활용, ‘테슬라 에너지 플랜’을 통해 연간 75%의 전기를 아낄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또 영국에서 전력공급업체로 등록하는 등 유럽에서의 VPP 플랫폼 사업 추진을 위한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정유업계의 강자 로얄 더치 쉘은 지난 2월 유럽 VPP 운영사인 넥스트 크라프트 베르케를 인수해 2030년 560TWh의 전력을 모집·판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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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에너지플랜, 출처 : 테슬라

◆VPP 시장 전망

5G 통신망은 4G에 비해 3.5배의 전력을 사용하고, 클라우드 서비스의 핵심이자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데이터센터의 증설로 인해 기업의 전력사용량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개인의 전기차 사용은 늘어나고 있고, 더욱 효율 좋은 전력반도체를 이용해 더 많은 양의 배터리를 충전한다. 

 

이처럼 신기술의 발전으로 전력사용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감에도 우리나라를 포함해 대부분의 국가는 아직 화석연료가 전력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이상인 것이 현실이다. 이에 더해 탄소중립을 향한 범지구적 움직임으로 인해 글로벌 기업의 탄소배출에 대한 세금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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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PP는 개인에게는 신기술에 대한 적응비용을 줄이고, 기업에게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게 한다. 즉, 머지않아 VPP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다.

  

문건일 <변호사·테크인베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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