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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스케치] 아이들 주머니 털고 공부방해하는 ‘유희왕’

2018-04-11

카드 구입하면 게임장 출입 가능
고가는 한장 3만원∼5만원 거래
좋은 카드는 현금으로 환전도 돼
학교서도 쉬는시간 대결 삼매경
교사 “공부 방해 등 문제가 많아”

휴일인 지난 8일 대구 동구 신천동에 위치한 유희왕 카드 게임장. 33㎡(약 10평) 남짓한 공간에는 학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영업장 한쪽에는 카드 진열장과 계산대가 설치돼 있고 다닥다닥 붙은 테이블에는 학생들이 삼삼오오 앉아 게임에 몰두하고 있다. 게임의 승패가 갈리자 곳곳에서 환호성과 탄성이 쏟아진다.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유희왕’의 캐릭터를 본떠 만든 유희왕 카드 게임이 초중고생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8천점의 점수에서 시작하는 이 게임은 카드를 하나씩 펼쳐 보이며 카드에 적힌 규칙과 점수에 따라 상대방을 먼저 0점으로 만들면 이기는 방식이다.

게임장에서 만난 고교생 A군은 “2천원어치 카드를 사면 게임장에 입장할 수 있고 영업이 끝나는 시간까지 마음껏 놀 수 있다. 원하는 카드를 쉽게 살 수도 있어 매주 토·일요일이면 친구들과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유희왕 게임은 카드마다 부여된 능력치(효과)가 천차만별. 능력치가 높은 카드를 가지고 있는 쪽이 게임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좋은 카드’를 구하기 위해 용돈을 ‘탕진’하기 일쑤다. 특히 게임장에서 파는 카드는 5장에 500원짜리도 있지만 1장에 3만~7만원 하는 ‘고가’도 있다. 카드를 1천장 넘게 갖고 있다는 초등 6학년 B군은 “오늘도 게임장에서 새 카드를 1만원어치 샀다. 한 달에 용돈을 5만원 정도 받는데 용돈 대부분을 카드 사는 데 쓴다”며 “친구 대부분이 적게는 수백 장에서 수천 장씩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일부 학생들은 ‘좋은 카드’를 싸게 사기 위해 완구점이 밀집해 있는 칠성시장까지 ‘원정’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카드 도난 사고도 종종 일어나고 있다. 신천동 유희왕 카드 게임장에서 일하는 매니저 C씨는 “고가의 카드는 게임장에서 현금으로 환전해 주기도 하는데, 이를 알고 일부 학생들이 훔친 카드를 되팔려고 들고 오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유희왕 카드 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능력치가 높은 카드를 파는 인터넷 거래 사이트까지 등장해 학생들을 유혹하고 있다. 중학생 D군은 “다양한 캐릭터의 카드가 있어 게임용으로도 사용하지만 수집하는 재미도 쏠쏠하다"며 “얼마전에는 인터넷에서 80만원짜리 희귀카드가 거래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유희왕 카드 게임 열풍은 학교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중구의 한 초등 교사는 “학생들이 쉬는 시간만 되면 교실이나 운동장에서 유희왕 게임에 빠져 있다”며 “공부에 방해되고 용돈을 많이 쓰는 등 문제가 많아 카드를 가지고 오지 말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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