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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경제 이슈분석] 현대로보틱스 어떻게 유치했나

2017-06-19

‘현대커민스 부지 대구시가 원하는 기업에만 매각’ 조건 주효

20170619
자동차 제조 공정에 투입된 로봇 시스템. 현대로보틱스는 자동차 공장의 생산성 향상과 노동력 절감 목적으로 활용되는 아크용접, 스폿용접, 핸들링, 실링 분야의 산업용 로봇을 제조한다. 연합뉴스

대구시가 대기업 그룹의 지주사인 현대중공업 그룹의 현대로보틱스를 대구테크노폴리스에 유치하면서 ‘대기업 대구 유치’의 오래된 한을 풀었다. 어떻게 대구시는 현대로보틱스를 유치할 수 있었을까. 이는 ‘위기를 기회로 바꾼 끈기’와 ‘미래를 내다본 판단력’, 그리고 ‘행운’이 함께한 결과였다.

◆현대커민스엔진에서 현대로보틱스로

한·일 월드컵의 열기로 뜨거웠던 2002년 9월. 현대중공업과 미국의 커민스엔진이 50대 50 비율로 출자해 만든 건설장비용 엔진 제조업체인 ‘현대커민스엔진’이 대구 테크노폴리스에 둥지를 틀었다.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의 대구 투자에 대구시는 각종 보조금과 부지 임대료 감면 등의 혜택도 줬다. 하지만 공장가동 1년 만에 회사는 청산을 결정했다. 현대커민스엔진에서 생산하는 건설장비용 엔진의 절반 이상이 중국으로 수출되는데 중국의 건설경기 침체로 현지 수요가 40% 이상 감소했고, 전 세계 건설장비 시장의 불황으로 적자가 누적되면서 결국 문을 닫게 된 것이다.


‘현대커민스엔진’공장가동 1년만에 청산
美 커민스, 건물 복구후 철수 상황 놓여
市, 현대중공업과 로봇사업부 유치 협약
황무지 될 뻔한 부지 로봇산업 중심지 도약



먹튀니 혈세낭비니 논란도 일었다. 다행히 투자유치 계약상 사업 개시일로부터 5년 이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회사의 부도 또는 청산으로 계약을 해지할 경우 각종 보조금과 임대료 감면액을 환수토록 되어 있었고, 이를 근거로 20억원가량의 보조금은 돌려 받을 수 있었다.

더 큰 문제는 공장이었다. 현대커민스엔진은 대구시의 부지에 임대형태로 지었던 공장건물을 원상복구한 뒤 철수해야 했다. 350억원의 공장 건축비를 날리는 것은 물론 철거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대구시는 건물을 제3자에게 팔 수 있도록 허용하는 대신 ‘대구시가 원하는 기업’에만 팔 수 있도록 조건을 달았다. 이것이 ‘신의 한 수’였다.

합작 투자에 따른 손실에다 건물매각도 못할 경우 건질 것이 없게 된 미국 커민스엔진 측은 어떻게든 대구시와 적당한 가격에서 타협을 해야 하는 형편이었고, 현대중공업은 대구시가 원하는 기업을 대구에 보내줘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때마침 당시 현대중공업 그룹에선 지게차와 로봇사업 부문의 독립을 고민 중이었다. 대구시는 둘 중에서 당장의 사업과 수익성 등을 고려하면 지게차 부문이 안정적이었지만, 4차 산업혁명 등 미래를 생각하면 로봇사업부에 베팅을 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해 로봇사업부를 점찍었다.

결국 부동산 전문 컨설팅 업체까지 동원해 건물가격을 조율한 뒤 미국 커민스엔진은 현대중공업 로봇사업부가 대구로 이전할 만큼 매력적인 가격으로 현대중공업에 공장을 넘겼다. 이에 따라 지난해 6월 현대중공업과 로봇사업부 유치를 위한 기밀유지 협약이 체결되고, 현대커민스엔진이 청산하면서 허허벌판 황무지가 될 뻔한 그곳에 현대중공업 로봇사업부가 들어오게 된 것이다.

◆시총 대구 최고, 주가 포스코의 1.5배

대구가 현대중공업 로봇사업부를 선택한 것은 야스카와전기(성서 5차단지, 세계 2위), KUKA(로봇산업진흥원, 세계 4위) 등과 시너지를 통해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로봇산업의 중심도시로 도약하겠다는 판단이 한 몫했다.

특히 대구는 그동안 다양한 로봇산업 진흥 정책을 진행해오고 있었고, 그런 정책들은 로봇관련 기업에 연구활동을 하기 좋은 토양으로 제공되고 있었다.

대구시는 로봇산업의 핵심거점 구축 및 집적화를 통해 지역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로봇산업클러스터’를 제3산업단지 내(1만2천91㎡)에 조성 중이다. 현재 이곳에는 38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또 시장 창출과 부품경쟁력 강화를 위해 R&BD 지원, 휴먼오그멘테이션(인간기능증강) 로봇기반기술 연구사업, 대구국제로봇산업전 개최, 로봇산업 육성 국제교류사업, 대구산업융합 커뮤니티 및 워킹그룹(Working Group) 운영 등 지역 로봇산업을 세계 수준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다 국내 1위, 세계 7위의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인 현대중공업 로봇사업부가 대구로 이전하면서 1천500여억원을 투자해 생산규모를 약 2배(4천800→8천대)로 확충하고 의료로봇, 첨단로봇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회사 측은 앞으로 2020년까지 생산규모를 1만대까지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현대로보틱스는 자동차 공장의 생산성 향상과 노동력 절감 목적으로 활용되는 아크용접, 스폿용접, 핸들링, 실링 분야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로 2015년 기준 연매출 2천600억원, 상시 근로자 300명이다.

최근에는 현대로보틱스가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사가 되면서 기대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사인 현대로보틱스의 시가총액은 4조8천764억원(16일 종가 기준)으로, 대구 혁신도시 입주기관 중 규모가 가장 큰 한국가스공사(4조6천895억원)보다 크고, 주가는 40만5천원으로, 대구·경북 상장사 시가총액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포스코(27만4천500원)보다 1.5배 높다. 액면가는 두 회사 모두 5천원으로 같다.

더욱이 현대로보틱스는 지난 13일 현대중공업,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등 3개사의 주식을 공개 매수에 나서는 등 지주사 전환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중이다. 다음 달까지 이 작업이 마무리되면 자회사인 3개사 지분이 20%를 넘어서게 된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현대로보틱스 지분도 10.15%에서 28.54%로 늘어나게 될 것으로 보여, 현대로보틱스 유치에 따른 대기업 파급효과는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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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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