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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하프타임] 화려한 교육 정책보다 중요한 것들

2024-04-15

교육계 이슈 보도하면서
직관적으로 느낀 단어 '모순'
사교육 카르텔·학폭 기사 씁쓸
교육당국 발표하는 많은 정책
불공정·부조리 극복 노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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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실 사회부 차장

교육 관련 기사를 쓴 지 이제 두 달째가 됐다. 기자 생활이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교육 담당은 완전히 처음이어서 많이 낯설다. 교육 관련 자료에 나오는 전문용어도 어렵고, 숫자는 또 얼마나 많은지…. 내가 서툴러서 기사를 잘못 쓸까 봐 늘 전전긍긍이다. 밥솥 사용법이나 운전을 처음 배웠을 때처럼 나는 지금 자신이 없다. 맛있는 밥 짓는 법을 터득하려면 혹은 운전을 잘하게 되려면 시간이 걸리듯, 괜찮은 교육 기사를 쓰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교육 분야에 대한 지식이나 역량 측면에서는 아직 부족하지만, 그래도 기자가 지난 두 달 동안 교육 관련 기사를 쓰면서 직관적으로 느낀 것이 있다. 그 느낌을 단어로 표현하자면 바로 '모순'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모순'의 뜻을 이렇게 정의한다. '어떤 사실의 앞뒤, 또는 두 사실이 이치상 어긋나서 서로 맞지 않음을 이르는 말. 또는 두 가지의 판단, 사태 따위가 양립하지 못하고 서로 배척하는 상태.' 무언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면에서 어쩌면 '모순'은 '위선'과도 참 닮아있는 단어다.

이 나라의 교육은 예나 지금이나 참 모순적인 것 같다. 최근 기자가 다룬 교육 관련 기사들을 보면 그러하다. 지난달 기자는 사교육 카르텔 관련 기사를 쓰며, 입시 불공정 문제에 대해 보도했다. 얼마 전에는 학교 폭력을 주제로 한 기사도 썼다. 오랜 시간 동안 교육계에서 사라지지 않고 진화를 거듭해온 것들이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교육을 통해 이런 것들을 배운다. 반칙하면 안 되고, 남의 것을 탐하면 벌 받고, 약한 친구를 괴롭히면 안 되고, 경쟁은 공정해야 하며, 법과 원칙은 지키는 것이라고. 하지만 이는 실제 교육 현장, 그리고 우리 사회와는 괴리가 있어 보인다. 우리가 배운 것과 반대로 돌아가는 것 같다.

교육계의 이슈는 우리 사회의 또 다른 모순을 드러내기도 한다. 최근 한 지인이 기자에게 말했다. "학생들의 안전과 공정한 경쟁을 위한 문제 제기는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그런데 그 학생들이 어른이 돼 마주하는 세상은 또 어떤가. 어른들의 그릇된 가치관과 욕망이 고쳐지지 않는 한 이 나라 교육의 어딘가는 늘 썩어 있을 것이다."

그 지인은 지금 우리 주변, 네 주변을 보라고 했다.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세상 안에 반칙과 꼼수, 부조리가 판을 치고 있지 않느냐고. 지인의 말이 맞았다. 교육계에서 마주한 불공정과 학교 폭력 등은 어른들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세상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으니 말이다. 이는 곧 단편적으로 교육계의 문제점들을 지적해 본들 한계가 있다는 의미였다.

그걸 깨닫고 각성을 하게 됐다. 이제 앞으로 내가 할 일들이 분명해졌다. 여태껏 수많은 기사를 썼지만, 기사로 '이게 문제다, 저게 문제다' 지적해 본들 한계가 있다. 기사만 쓰는 게 아니라, 나도 변해야 한다. 지금까지 업계의 평판 때문에, 혹은 겁이 나서 조심했던 부분들을 이제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싸우기로 했다. 그게 기사와 현실 사이의 모순, 또 학생들의 현재와 미래 사이의 모순을 극복하는 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교육 당국에서 발표하는 정책들은 참 그럴 듯해 보인다. 하지만 그 정책이 시행되는 환경이 공정하지 못하거나 때론 썩어 있다면 그것만큼 지독한 모순이 또 있을까.

노진실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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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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