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
    스토리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40414010002054

영남일보TV

[동네뉴스] "벽화는 중독이다" 벽화 그리는 시인 곽도경씨

2024-04-17
2024041401000497300020541
곽도경(뒷줄 왼쪽)가 올해 3월 효경복지재단 주간보호센터 벽에 벽화작업을 하던 중 함께 참여한 봉사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곽도경씨 SNS>
2024041401000497300020542
올해 4월 초 곽도경씨가 창녕 디지털 곤충학습관에 딸린 Bug N Joy 카페에 벽화 작업을 마무리하고 인증샷을 남기고 있다. <곽도경씨 SNS 캡처>

"벽에 붙어 서서/ 제 몸을 굽는 여자/ 밤마다 벽을 부수는/ 꿈을 꾸는 여자/ 땡볕 아래 서서/ 우주 한쪽을 색칠하고 있다// 그녀의 뒷목을 굽고/ 남은 빛으로 아스팔트를 녹이는 태양/ 여자의 맨발이 길 위에/ 발바닥 화석을 만든다"

벽화 그리는 시인 곽도경(61·달성군 화원읍 천내리) 씨가 자신의 두 번째 시집 '오월의 바람'(2020년)에서 한여름 뙤약볕 아래 벽화 그리는 고충을 '자화상'이라는 시로 절절히 표현했다.

그런데도 그는 "벽화는 중독이다. 삭막했던 벽에 나의 손길이 미쳐 꽃도 피고 새도 날아다니고 동물들도 뛰어다닌다. 그렇게 벽이 되살아나는 것을 볼 때 희열을 느낀다"고 말한다.

20년 전 거리미술 동호회에 가입해 벽화봉사를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 지금까지 50여 곳의 벽에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는 작업을 해왔다. 법무사사무실에서 38년째 (사무장으로) 근무 중인 그는 주로 공휴일과 주말을 이용해 벽화를 그린다.

벽화 작업 시 애로사항은 작업공간이 넓어서 일어났다가 앉았다가를 수없이 반복해야 한다는 점, 겨울에는 추위와 여름에는 폭염·모기와 싸워야 한다는 점, 높은 곳을 오르락내리락 해야 하기에 늘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된다는 점 등이다. 지난해 9월 그의 고향 화원읍 천내리 골목길에 벽화 작업을 하던 중 의자에서 떨어져 팔에 골절상을 입었다. 아직도 수술한 오른쪽 팔이 다 펴지지 않는다. 하지만 올해만 해도 벌써 4곳에 벽화를 그렸다. 신학기가 시작되기 전 완성한 현풍초등 포토존을 비롯해 지난달 효경복지재단 주간보호센터 봉사자들과 함께한 벽화, 지난주에 마무리된 창녕 디지털 곤충학습관과 버그 앤 조이 카페 벽화 등이다.

2024041401000497300020543
올해 2월 신학기가 시작되기 전 완성한 현풍초등 포토존. <곽도경씨 SNS 캡처>
2024041401000497300020544
지난해 9월 달성군 화원읍 천내리 골목길의 한 벽화. 곽도경씨의 팔 부상으로 아들까지 투입돼 완성해 더욱 기억에 남는 곳이다. <곽도경씨 SNS 캡처>


미술용품이 귀했던 어린 시절, 크레파스와 도화지를 상품으로 타는 재미에 각종 미술대회에 참가했다. 상품으로 받은 36색 크레파스가 어쩌면 그를 화가의 길로 인도했는지도 모른다. 쉬는 시간이면 옆 반 친구들까지 몰려와 그에게 공주 그림을 그려달라고 줄을 서곤 했다. 친구들을 위해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그 마음이 휴일도 반납하고 벽화 봉사를 하는 지금의 모습과 닮았다.

그림뿐만 아니라 문학에도 재능이 있던 그는 결혼 후 직장생활과 육아로 바쁜 와중에도 서울디지털대학 문예창작과와 회화과를 연이어 졸업(2013년)했다. 남편과 돌아가신 시어머니의 지지로 열정을 불태울 수 있었다고 한다.

20여 년간 벽화를 그리다 보니 리뉴얼이 잦은 곳의 벽화는 없어진 곳도 있다. 그래서 오랫동안 남아있는 시골 담벼락이나 동네 골목에서의 벽화 봉사에 더욱 매력을 느낀다. 또한 혼자 하는 작업보다 공동작업을 선호하는데 공동작업에 참여하신 분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위함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그의 자작시 '동파'가 적혀있는 대구국군병원 도서실 옆 벽화다. 그곳에는 한겨울 영하 30도를 오르내리는 최전방에서 군 복무를 하던 아들을 생각하며 쓴 시가 적혀있다. 군 복무 중 다치어 병원을 찾는 군인들에게 부모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보람도 크다. 칙칙한 담벼락을 화사하게 만들어 감사하다는 대구구치소 소장의 전화를 받았을 때, 대학생들과 일주일간 숙식을 함께 해가며 벽화를 완성했을 때, 가끔 지인들이 곽도경이라는 이름이 적힌 벽화를 찾아서 사진을 찍어 보내올 때 등이다.

그는 2004년 등단 후 2010년 '풍금이 있는 풍경', 2020년 '오월의 바람'이라는 시집을 출간한 바 있다. 현재 '시하늘'이라는 시보급운동단체의 운영자로 매달 시낭송 사회를 맡고 있다. 또한 성주미술가 협회 소속으로 활동하며 4번의 개인전을 열었다.

2013년 첫 전시회인 절간이야기 시화전 '북대암'을 비롯해 2019년 '인연의 고리'라는 제목으로 인물 그림, 2021년 '기억속 소녀를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주인공 그림 등을 전시한 바 있다. 4번째 전시회는 2022년 달성군청 참꽃갤러리에서 '달성을 그리다'라는 주제의 풍경화를 선보였다.

진정림 시민기자 trueforest@naver.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시민기자 인기기사

영남일보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