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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신작 대결] 트루스·범죄의 여왕

2016-08-26

트루스
부시 대통령의 병역 비리 의혹…그 사실과 진실 사이


20160826

‘부시는 베트남전을 피하려고 주방위군에 갔을까? 그렇다면 누가 부시를 주방위군에 넣어 줬을까’

2004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선 선거운동이 한창일 무렵, 그의 군복무와 관련된 루머는 정치계의 뜨거운 화두였다. 당시 부시의 재선을 바란다는 의견이 45%, 그 반대의 의견이 49%를 차지하고 있을 때니 그 진위여부에 따라 선거양상은 분명 달라질 수 있었다. 이를 심도있게 파헤친 건 미국 CBS 시사보도 프로그램 ‘60분’을 이끄는 베테랑 프로듀서 메리 메이프스(케이트 블란쳇)다.

특종 보도로 피바디 어워드를 수상하며 승승장구하던 그녀는 부시가 누군가의 청탁으로 주방위군에 입대했고, 복무기간 동안 여러 특혜를 받았다는 제보를 받는다. 메리는 즉시 조사팀을 꾸려 진위여부를 추적하게 되는데, 여기에 CBS 간판 앵커 댄 래더(로버트 레드퍼드)가 합세한다. 메이프스팀은 결국 결정적인 증거와 함께 특종을 터뜨리며 주목받는다. 하지만 곧 증거 조작과 오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역풍을 맞는다.


2004년 美 CBS 60분팀이 다룬 ‘래더게이트’ 소재
특종이 한순간 증거조작·오보 전락하는 과정 그려
실존인물 완벽히 재현한 케이트 블란쳇 열연 눈길



언론의 사명은 진실보도다. 메리 메이프스의 회고록 ‘전실과 의무:언론, 대통령, 그리고 권력의 특권’을 바탕으로 한 ‘트루스’는 진실을 찾는 언론인으로서의 소명을 다루는 한편으로 우회적인 견제와 압박을 통해 결국은 승리자가 된 보이지 않는 힘(권력)을 언급한다. 지난 10년간 가장 중요했던 저널리즘 사건으로 회자되고 있는 ‘래더게이트’ 사건이다. 자연스레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스포트라이트’를 떠올리게 한다. 이 영화는 종교라는 거대 권력에 맞서 진실을 추적하는 보스턴 글로브 소속 기자들의 활약상을 그렸다. 반면 ‘트루스’는 특종이 한순간 오보로 전락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리게 된 후폭풍과 그들의 심리에 주목한다.

결과를 알고 있는 실화를 소재로 다룬다는 건 재미와 감동이라는 측면에선 양날의 검이다. ‘트루스’ 역시 특종과 오보의 간극차를 상업적 재미로 살려내기엔 다소 한계가 있다. 때문에 ‘트루스’는 메리의 관점으로 모든 이야기를 풀어가고 기록한다. 취재 과정에서의 긴장감 넘치는 비하인드 스토리와 진실 보도를 위한 뜨거운 열정을 베이스로 삼고, 여기에 군더더기 없는 연출과 속도감 있는 전개로 그 한계를 극복했다.

결과적으론 주효했다. 내내 짜릿한 흥분이 전해진다. 한편으론 생각거리도 던져주는데 언론사가 마땅히 갖춰야 할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 기능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정권의 눈치 보기에만 급급하고 있는 건 아닌지에 대해서다.(물론 영화에선 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

저널리스트의 사명을 잃지는 않았지만 사실 메이프스팀이 간과한 게 있다. 바로 보도의 가장 기본 원칙인 팩트 체크를 확실히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메이프스팀은 문서 조작 루머가 불거지면서 발목을 잡혔다. 동시에 사건의 핵심은 대통령의 직무유기에 대한 의혹에서 점점 문서의 폰트 진위 여부로 쟁점이 흐려진다. 개미 구멍 하나에 견고한 방죽도 무너질 수 있음을 제대로 보여준 셈이다. 이 일로 메리는 진상조사 직후 해임되었고, 24년간 CBS의 얼굴이었던 댄도 이듬해 앵커 자리를 내려놓아야만 했다.

실제 메리 메이프스와의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준 케이트 블란쳇은 ‘블루 재스민’(2013)에 이어 다시 한 번 인생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장르:드라마 등급:15세 관람가)


범죄의 여왕
“고시원 수도요금이 120만원?”…오지랖 아줌마가 떴다


20160826

발단은 수도요금 120만원이다. 시골 미용실에서 불법 성형시술을 해오던 양미경(박지영)은 서울에서 사법시험 공부 중인 아들 익수(김대현)로부터 고시원 수도요금이 120만원 나왔다는 얘기를 듣고 황당함을 감추지 못한다. 뭔가 냄새가 난다. 누구보다 남다른 촉을 자랑하는 미경인지라 이는 그냥 넘길 수 없는 중대 사안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경한 그녀. 낡고 허름한 고시원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관리사무소로 향한다. 그리고는 다짜고짜 “터무니없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관리사무소 직원 개태(조복래)와 관리자들은 “썼으니까 나왔겠지”라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그렇다면 직접 나설 수밖에. 이후 탐정을 자임한 미경은 고시원에 감춰진 비밀을 밝히기 위해 나선다.

‘범죄의 여왕’은 아들을 위해서라면 쪽 팔릴 것도, 못할 것도 없는 엄마 양미경의 고군분투기다. 하긴 남자 혼자 생활하는 고시원에서 한 달 수도요금이 120만원이 나온다면 의혹을 제기하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듯하다. 미경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범죄의 냄새를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그 전말을 밝히기 위해 직접 추적에 나선다. 2014년 장안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배우 김부선의 아파트 난방비 비리 폭로 사건처럼 영화는 신문 사회면에 나올 법한 소재로 한껏 호기심을 자극하며 출발한다.


젊은 영화제작집단 ‘광화문 시네마’ 세번째 장편
수도료 문제 추적과정서 살인사건 의혹까지 포착
탄탄한 스토리에 독특한 캐릭터 보는 재미 쏠쏠



양미경은 아줌마 특유의 친화력은 물론 여자의 필살기라 할 섹시함과 강단있는 면모를 갖췄다. 그런 그녀의 등장에 음습하고 불온한 기운으로 가득했던 고시원은 즉각 적대적인 분위기가 형성된다. 심지어 아들 익수조차도 “돈 때문에 행패 부리는 깡패같다”며 “그만 좀 쪽팔리게 해달라”고 부탁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여기에 굴할 미경이 아니다. 오히려 그녀는 수도요금의 문제점을 추적해가는 과정에서 살인 사건의 의혹까지 포착한다.

‘범죄의 여왕’은 장르의 다양한 변주를 통해 드러나는 불균질함이 묘하게 조화를 이룬 작품이다. 스릴러 장르의 문법을 토대로 유머와 미스터리를 뒤섞은 접근방식은 근래 본 유사 장르물 중 가장 신선하다. 극을 장악하는 팽팽한 긴장감은 시종 압도적이고, 그 틈새에서 흘러 나오는 유머와 위트는 이야기에 제대로 녹아든다. 무엇보다 충무로에서 쉽게 마주할 수 없는 아줌마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감독의 패기는 꽤나 인상적이다.

영화는 장르물의 문법을 취하는 동시에 청춘들의 고단한 일상에도 관심을 보인다. 고시에 떨어지면 돈과 연인이 함께 떨어져 나간다는 ‘삼자동락설’, 2차 시험 10번 떨어진 고시생을 부른다는 ‘십시’ 등 고시생들만 아는 전문 용어는 서글프고 우울한 현실을 반영한다. ‘범죄의 여왕’의 미덕은 이처럼 곳곳에서 드러나는데, 탄탄한 이야기에 더해진 강하고 독특한 매력의 캐릭터들은 그 정점이라 할 수 있다.

미경에게 가장 적대적인 인물에서 사건 해결의 중요한 조력자로 변모하는 개태, 인간 빙고에 몰두하는 괴짜 고시생 덕구(백수장), 방안에서 게임에만 몰두하는 히키코모리 진숙(이솜), 그리고 고시촌의 유물 같은 존재로 불리는 하준(허정도) 등 개성넘치는 캐릭터의 면면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범죄의 여왕’은 충무로의 젊은 영화제작집단 광화문 시네마가 ‘족구왕’에 이어 내놓은 세 번째 장편영화다. 이번에도 그들은 저예산 고효율이라는 모범적 사례를 성공적으로 증명했다.(장르:스릴러 등급:15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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