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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들] 인생 2막의 동반자 ‘반려식물’

2018-03-16

아파트 베란다 식물정원 꾸민 서태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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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베란다에서 키우고 있는 여러 식물 중 수생식물 알터니포리우스를 들어 보이고 있는 서태원씨. 이들 식물은 곧 그의 와촌 주택으로 옮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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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원씨가 베란다에서 키우고 있는 다양한 식물들.

서태원씨(69·대구 수성구 매호동)는 요즘 마음이 바쁘다. 아파트 안에 있는 화분들을 경산 와촌에 있는 주택으로 슬슬 이동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의 집 안에는 꽤 많은 식물이 있다. 마른 흙에서 자라는 식물, 물이 있는 습지 등에서 자라는 수생식물 등 다양한데 특히 수생식물이 많다. 주위에서는 그를 ‘수생식물 전도사’라고까지 한다.

어릴 때부터 식물을 좋아해 늘 집 안에서 식물을 키워온 그는 몇년 전 15년 동안 키운 ‘까치’라는 개가 죽은 후 더욱 식물에 매달리고 있다.

“까치 때문에 먼 곳이나 장기 여행을 가지 못할 정도로 까치를 좋아했고 식구나 다름없었습니다. 죽고 나니 한동안 마음이 아파서 까치 얘기도 꺼내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아내(김중희·69) 역시 마찬가지였지요.” 까치가 떠난 뒤의 빈 공간을 식물이 채워줬다. 식물은 일반적으로 반려동물보다는 훨씬 더 오래 살기 때문에 그는 더 깊이 빠져들었다. 까치를 잃고 난 뒤의 아픔을 좀 더 빨리 이겨내려는 마음 때문인 듯하다고 했다.

그의 식물 사랑은 대단하다. 2008년 초등학교 교장으로 명퇴한 뒤 곧이어 수생식물 전문화원인 ‘심원식물원’을 열었을 정도다. 그가 특히 수생식물에 빠진 이유는 키우기가 쉽고 번식을 잘 해서 여러 사람에게 나눠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생식물을 키우기 전에는 야생화를 많이 길렀습니다. 야생화는 물 관리가 상당히 힘이 듭니다. 제때 물을 주지 않으면 건강하게 자라지를 않지요. 하지만 수생식물은 물만 넉넉히 주면 바쁠 때는 따로 돌보지 않아도 됩니다. 또 쉽게 번식하기 때문에 여러 사람에게 분양해 주면서 느끼는 보람도 무시 못하지요. 식물을 판매할 생각은 하지 않고 다른 이들에게 나눠줄 생각만 하고 있으니 식물원을 운영했지만 잘 될 리가 없었지요.”

2000년대 초반 시지초등에 재직할 당시, 그는 학부모 회의 등이 있을 때 수생식물 묘목을 나눠주어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100~200개의 묘목을 준비해 나눠주었습니다. 별것 아닌데도 학부모들이 매우 좋아했고, 잘 키우고 있다고 후일담도 전해주곤 했지요. 그 당시 꽃과 잎이 예쁜 가시연꽃을 많이 주었는데 학부모들이 좋아하니 더 열심히 수생식물을 키웠습니다.”

서씨는 2006년에 발병한 위암 때문에 2년 뒤 퇴직을 했는데 병을 치료하는 데도 식물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지금은 완치되었는데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 때 식물들이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고 용기를 북돋워주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흔히 원예치료라고 하지요. 원예치료의 효과를 가장 많이 본 사람이 바로 저입니다.”

이렇듯 고마운 식물이니 자연스럽게 정성이 더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수생식물 때문에 볕 좋고 공기 좋은 와촌에 집을 하나 더 마련했고 매년 봄 와촌 집에 식물들을 가져와서 가을까지 잘 키운 뒤 추위에 약한 식물들은 11월부터 서서히 아파트로 옮긴다. 수생식물 상당수는 아열대지방에서 자라기 때문에 야외에 놔두면 죽는다.

처음 와촌에 집을 마련했을 때는 이들 식물의 겨울나기 때문에 비닐하우스까지 만들려고 했으나 아내의 만류로 포기하고 말았다. 비닐하우스까지 하면 더 많은 식물을 키울 욕심을 내 몸에 무리가 갈 수 있다는 아내의 조언 때문이었다.

2009년 부터는 네이버 카페에서 ‘윤슬’이라는 카페매니저 이름으로 식물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서씨는 자신이 키운 식물을 직접 촬영해서 카페에 올리고 식물에 얽힌 이야기, 식물 관리법 등도 알려준다. 내용도 좋지만 전문가의 손길 어린 멋진 사진들도 눈길을 끈다.

“이제부터 와촌 집에 갈 때마다 화분들을 실어 날라야 합니다. 겨울에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가지만 봄부터 가을까지는 일주일에 절반 정도는 그곳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봄볕이 따사로워지면 얼른 화분을 실어다 놔야지요. 그곳에서 식물들이 더 잘 자라고 건강해지니까요. 그리고 분갈이를 해서 여러 사람에게 분양을 해줘야 합니다. 봄철이 되면 제 수생식물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꽤 많거든요.”

그는 식물들과 놀다 보면 하루가 언제 지나가는지 모른단다. 매일매일 달라지는 식물들의 모양새와 어느 날 쑥 돋아나는 새순, 꽃망울 등을 바라보는 재미가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다.

인터뷰 말미 카페매니저 이름이 윤슬인 이유가 궁금해 물었다. “윤슬은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입니다. 앞으로 윤슬처럼 살고 싶어서요. 요란스럽지 않지만 늘 빛을 간직하고 있는 그 물결처럼요. 식물의 삶이 바로 윤슬 같습니다. 그래서 식물을 키우고 있지만 제가 그들을 보면서 많이 배웁니다. 그들을 키우고 있는 게 아니라 그들을 보면서 제가 성장하고 있는 것이지요.”

최근 식물을 반려동물처럼 키우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 식물들을 ‘반려식물’이라 한다. 반려동물에 비해 키우는 데 경제적, 심리적 부담감이 덜해 점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외로움, 쓸쓸함을 달래주면서 교감할 수 있는 반려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그래서 더 눈길이 간다.

글=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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