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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화요진단]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는다

2020-01-21

病 제대로 치료한다는 與도
견제와 저항을 외치는 野도
현실 인식이 바닥인 듯하다
국민 다수의 마음 얻으려면
진정성 보이는 것이 급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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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설이다. 옛날엔 여러 가지 설렘으로 손꼽아 기다렸던 대표적인 날이었는데 언젠가부터는 별다른 감흥이 없다. 나이가 들고 세상이 달라졌다는 이유만으로는 이 느낌이 명쾌하게 해석되지 않는다. 아마, 안부를 묻고 덕담을 나누기보다 자식이나 돈 자랑, 그리고 정치 이야기가 많아지면서 갈등이 증폭되고 피곤함이 가중되기 때문이지 싶다.

우리 정치는 정치라고 부르기에 민망한 수준이다. 국회는 동물 아니면 식물이고, 밴댕이 소갈딱지 같은 여당이나 아직도 주제 파악을 못하고 있는 제1야당이나 어쩜 저리 기대치를 밑도는지 신기하기도 하다. '희망 고문'에 능한 정부도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몇 년 전 엄청난 주목을 받았던 드라마 '미생'에 나왔던 대사 '대책 없는 희망에 무책임한 위로가 무슨 소용이야'가 깊숙하게 와닿는 느낌이다.

대통령은 올 들어 신년사에 이어, 기자회견에서 늘 그랬듯 희망을 강조했다. 이어, 3권 분립의 한 축인 국회의 의장을 지낸 인사는 논란 속에 총리가 되던 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지만, 책상에서 끄적거리고 잘 포장하는 것과 현실의 차이는 집권 후반기 들어서도 좀처럼 좁혀질 기미가 안 보인다. 이번 설을 앞두고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조사에서는 응답 기업의 70% 정도가 경영이 악화됐다고 했지만, 경제 당국은 앵무새처럼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조국 전 장관에 이어, 검찰개혁 등으로 나라가 조용할 날이 없다. 여당이 야당일 때 했던 여러 말들이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상황에서도 "그때와는 다르다"고 선을 긋는다. 법무부 장관은 취임하던 날 "정확하게 진단하고 병의 부위를 제대로 도려내는 게 명의"라면서 "검찰이 인권을 뒷전으로 한 채 마구 찔러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고 해서 신뢰를 얻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대통령은 기자회견 때 부동산 가격 문제와 관련, "정부는 보다 강력한 대책을 끝없이 내놓을 것"이라며 부동산 안정화 의지를 나타냈다. 나무만 본다면 틀린 말이 아닌듯한데 숲으로 볼 땐 좀 묘하다. 요즘 말로 '케바케'인가.

청와대와 여당의 독주가 잘못됐다고, 아주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견제와 저항을 외치는 제1야당은 뼈아픈 반성이 없다. 극소수를 제외하곤 현실 인식이 바닥이다. 정부나 여당의 정책이 달갑지 않은, 그래서 수권정당의 모습을 고대하는 적지 않은 국민들의 목소리에 제대로 응답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처럼 수많은 정치적 호재를 갖고서도 무능의 극치를 보여준다. 침몰하는 배에서 1등석을 다투려는 건지 질식할 만큼 답답하다.

정권을 내줬다면, 다시 찾아오는 게 야당의 현안이고 숙명이라면 똘똘 뭉쳐 한 목소리를 내도 시원찮을 판에 아직도 기득권 타령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 상대보다 잘하거나, 상대가 넘어지면 1등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상대가 넘어질 기미는커녕 오히려 마이 웨이를 외치며 거침없이 앞서가고 있는 데다, 더 잘할 것 같은 가능성조차 보여주지 못하면서 '꽃놀이패'를 헌납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나쁜 소수는 목소리가 크고 착한 다수는 마음이 크다고 했다. 다수의 마음을 얻으려면 다수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는 게 낫다. 지금처럼 각자 또는 계파 등이 계산기만 두드리고 촌스러운 야당 흉내만 낸다고 평가가 달라지진 않는다. 진정성을 보여야 마음을 움직일 수 있고 그래야 새로운 길을 향한 첫발을 내디딜 수 있다. 그 길은 내 것을 내려놔야 비로소 열린다. 꽃 자체가 목적이라면 몰라도 열매를 얻으려면 결국 꽃은 버려야 한다.

장준영 동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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