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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금주의 영화] 작은 아씨들

2020-02-14

당당하고 사랑스러운 네 자매의 꿈과 사랑
원작에 깃들어 있는 여성에 대한 섬세한 심리묘사
재능 억누르도록 강요 받았던 사회시스템에 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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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결혼을 잘 해야 해." 결혼을 또 다른 의미의 경제적인 거래로 생각하는 대고모(메릴 스트립)는 마치가(家) 네 자매에게도 항상 결혼을 권한다. 하지만 네 자매는 각기 다른 자신들만의 꿈이 있다. 약간의 허영심은 있지만 차분하면서도 다정다감한 맏딸 메그(엠마 왓슨)는 배우를, 지나칠 정도로 활달하면서도 재기 넘치는 둘째 조(시얼샤 로넌)는 작가를, 수줍음을 많이 타지만 헌신적인 셋째 베스(엘리자 스캔런)는 음악가를, 그리고 멋 내기를 좋아하는 야무진 막내 에이미(플로렌스 퓨)는 화가를 꿈꾼다. 이처럼 개성이 충만한 네 자매가 엄마(로라 던)와 함께 남북전쟁에 참전 중인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우면서 서로를 의지해 살아간다.

영화 '작은 아씨들'은 1800년대 말 출간되어 200년 넘게 사랑받아온 루이자 메이 올콧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영화로는 이번이 7번째 리메이크일 만큼 익숙하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소재이다. 영화는 우리가 알고 있는 줄거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남북전쟁 시기를 배경으로 마치가 네 자매의 삶을 그린 이야기를 둘째 조의 관점으로 풀어간다.

원작에 깃들어 있는 여성들의 심리묘사는 꽤 섬세하게 다뤄졌다. 조가 이야기의 화자이지만 특정 캐릭터에 집중하는 대신 각각의 인물에게 공평한 무게를 얹는다. 조와 메그, 베스와 에이미 등이 겪는 일상의 단편이 개별 에피소드에 촘촘히 녹아 있고, 각자의 능력과 신체적 조건, 성격의 차이와 우열 관계를 그들의 삶이 지니는 궁극적 공평함이라는 작품 주제에 맞게 잘 살려냈다.

여성들의 공동체에 대해 나름의 통찰력을 보여준 접근도 주목할 만하다. 어머니와 네 자매는 서로 평등하게 상대방을 친구처럼, 그리고 사이좋은 길동무처럼 여긴다. 남성들의 공동체가 일방적 질서와 복종을 강요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특히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과 재능을 억누르도록 강요받았던 당시 사회시스템에 당당히 맞섰다는 점이 흥미롭다. 여성의 주체적인 목소리가 이제야 조금씩 커지고 있는 작금의 상황과 비교해보면, 얼마나 시대를 앞서간 혁신적인 작품이었는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연출을 맡은 그레타 거윅 감독은 "이 영화의 스토리는 성인이 된 등장인물로부터 시작돼 그들의 유년시절 속으로 들어가는 구조다. 우리가 길을 걸을 때 늘 어린 시절의 나와 함께하고 있다는 현실을 영화에 담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장르:드라마 등급:전체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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