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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가게 매출 80% 싹뚝..."매일 아침 일어나는 것조차 두려웠다"

2020-04-01

위기의 영세사업자들<1> 지산동 카페 사장 신동욱씨
부푼 꿈으로 카페 창업한 20대
"2-3월 집에 가져다줄 돈 한푼 없어"
코로나19로 4년 만에 벼랑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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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대구 수성구 지산동 카페 'DIVE'. 오후 1시, 오픈한지 한시간이 되도록 조용한 가게를 사장인 신동욱씨 혼자 덩그러니 지키고 있다

4년째 대구 수성구 지산동 카페 'DIVE'를 운영하고 있는 신동욱 사장(29). 2017년 8월 한적한 동네 낡은 주택 한 채를 샀다. 인테리어 비용만 1억5천만원을 들여 하나하나 뜯어고쳐 문을 열었다. 중학생 때부터 차곡차곡 모은 종잣돈과 경남 창원 공장에서 1년동안 일해 모은 돈, 그리고 부모님 도움이 밑천이 됐다. 평일 보통 하루 30만원, 주말 50만원 가량 매출을 올렸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먹고 살 정도는 됐다.

하지만 대구지역 첫 코로나19확진자가 나온 지난달 18일이후 벼랑 끝에 매달려 있는 기분이다. 아침에 일어나는 게 두려울 정도다. 대구지역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매출이 줄기 시작, 첫주말 매출은 10만원이 채 안됐다. 평소대비 80%이상 줄어들었다. 가게가 방으로 나뉜 구조여서 모임이나 단체 레슨이 진행됐지만, 모두 취소됐고, 결국 23일 잠시 문을 닫았다.

바로 다음날 다시 문을 열었지만, 영업시간을 정오부터 오후 5시까지로 줄였고, 아르바이트생 3명도 해고했다. 이중 한 명은 이틀 출근했다. 이후 하루 매출은 적게는 2만4천원에서 많아도 5만원을 넘지 않았다.

이런 탓에 23일 이전까지 일했던 2명의 알바비 62만원도 주지 못했다. 벌어서 알바비를 주는 구조를 모르지 않았던 이들이라 "어떻게든 구해서 보내주겠다"고 말하니 "다들 안정되면 달라"고 했다고 신 사장은 전했다. 최대한 빨리 주고 싶지만, 손님이 늘지 않았다. 그런 탓에 평소에 주던 날짜보다 10일이나 넘긴 3월 20일쯤에야 보내줬다.

줄어든 손님, 절벽으로 떨어진 주문량에 도매상으로부터 받던 재료 납품도 일시 중단했다. 특히 상하기 쉬운 우유는 업체로부터 매주 4박스를 받았지만, 지난 한달 1박스를 소비하는 것도 어려워져 인근 마트에서 사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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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라면 가득 차 있어야할 냉장고엔 근처 마트에서 직접 구매해온 우유 하나가 놓여있다. 전날 판매하지 못하고 남은 케이크도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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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든 주문량에 신선함을 유지해야 하는 디저트류 일부 메뉴는 포기했다. 그 앞으로 대구시에서 받은 손소독제가 놓여 있다.
신 사장은 "우유 납품업체도 평소 한번에 30박스씩 대량 주문하던 대형카페들이 5박스씩 주문하고, 횟수도 반으로 줄어 힘들다고 하더라. 특히 우리처럼 주문량이 적어 직접 사다 쓰는 곳도 늘다보니 더 힘들다고 했다"면서 "결국 우리가 문을 닫으면, 납품업체가 타격을 입어 도미노로 쓰러질 판"이라고 했다.

휴업하지 않은 것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나마 최근 2주 사이 확진자가 조금 적게 나온 날과 주말에는 조금씩 손님이 늘어 적자 폭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신 사장은 "3월 한달 매출은 정확히 362만원. 여기에서 전기요금이 30만원, 수도요금 10만원, 경비업체 비용 15만원, 세무사 기장료 8만8천원, 그리고 가게 마련할 때 들어간 월 대출이자 120만원을 빼면 90만원 정도 적자"라며 "휴업을 해도 고정적으로 최소 150만원은 나가야 하는 탓에 문을 여는 게 그나마 적자폭을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전했다.

"정부에서 대출 지원을 해준다고 하지만 제약이 많고, 뉴스만 봐도 줄 선 사람이 가득이라 언제 될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누가 기대를 하겠어요. 그런데 지난 주말 사이 대구시에서 손소독제, 소독약 등 재난방역용품을 담은 키트가 배달됐어요. 처음으로 받은 지원이라 그런지 너무나도 고마웠습니다. 이렇게 내가 찾아가지 않아도 선제적으로 해주는 지원이 필요해요. 요즘 이야기가 나오는 재난긴급생활비나 긴급생계자금 지원도 비슷한 개념인 것 같아 건강보험료를 알아보려고 했는데 어떻게 산정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냥 주민등록번호만 입력하면 나머지는 정부가 알아서 해줄수는 없느냐."

2월에 이어 3월까지 집에 가져다 줄 돈 한푼 없어 직장인 아내가 벌어오는 170만원으로 생활하고 있는 신 사장은 오는 6월까지 견뎌보고, 그때도 나아지지 않으면 가게 영업 시간 외에 할 수 있는 부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글·사진=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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