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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박규완 칼럼] 대구경북 어쩌다 호구가 됐나

2020-05-14

방사광가속기 포항 왔어야
인력 등 집적효과 외면결과
국책사업·투표성향 연관 방증
전략부재 역시 질책 받아야
'묻지마투표'도 곱씹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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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 부지 충북 청주 낙점. 익히 예상했던 대로다. 그래도 뜨악하다. 문재인정부는 애당초 포항에 줄 마음이 1도 없었던 게다. 부지 선정 평가기준에서 이미 정부 의중이 드러났다. 전국이 2시간대 생활권인데 굳이 '접근성' 배점을 높인 이유는 뭘까. 형식적으론 부지선정평가위원회의 심사를 거쳤으니 청주 입지 확정은 일견 공정한 듯 보인다. 하지만 평가기준이 불합리할 뿐더러 결정적 오류를 잉태한 결론이다. 당연히 객관적이지도 상식적이지도 않다.

무엇보다 집적효과를 외면했다. 집적효과는 경제 주체나 연관 산업을 한 곳에 모음으로써 발생하는 시너지 효과다. 비용은 절감되고 생산효율은 높아진다. 산업단지가 우리나라 제조업 진흥의 거점이자 경제성장 엔진이 된 것도 집적효과 덕이었다. 스탠퍼드대와 UC버클리를 토양 삼아 탄생한 실리콘 밸리의 성공도 집적효과의 개가였다. 독일 경제학자 베버는 공업입지론을 통해 집적효과의 이론적 근거를 제시했다.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의 원형 버전이다. 포항은 1994년 구축한 3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2016년 완공한 4세대 선형 방사광가속기를 운용해온 곳이다. 26년 동안 가속기 설계와 구축, 운용에 대한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숙련된 엔지니어·연구원 등 전문 인력만 300명이다. 전후방 산업과 장비 역시 포항이 압도적이다. 단백질 구조분석에 필수적인 초저온 전자현미경을 3대 보유하고 있고, 차세대 이차전지 소재 개발을 위한 가속기 빔라인 건설도 추진 중이다. 한데 청주엔 도대체 뭐가 있나. 다목적 방사광가속기가 한국 경제의 화수분 역할을 하려면 반드시 포항에 왔어야 했다.

그럼에도 왜 포항이 탈락했을까. '정치적 고려'의 함정에 빠진 것이다. 기실 대구경북은 정치적 고려의 가장 큰 희생자다. 영남권 신공항은 김해공항 확장 꼼수에 좌절됐고, 첨단의료복합단지는 대구가 더 높은 점수를 받고도 두 군데로 쪼개졌다. 첨복단지가 양분되지 않았다면 충북 오송에 둥지를 튼 식품의약품안전처·질병관리본부 등 정부기관은 물론 많은 제약·바이오 기업이 대구로 왔을 게 분명하다. 원전해체연구소는 국내 원전의 절반이 밀집해 있는 경북에 건립하는 게 당연한 데도 부산 고리로 갔다. 중수로를 취급하는 분원을 경주에 준 건 반발을 의식한 사탕발림이었다. 경남은 5조원짜리 남부내륙철도가 예타 면제사업으로 선정됐으나 경북의 예타 면제 규모는 4천억원에 불과했다.

희한하게도 대구경북이 놓치거나 잃은 과실(果實)을 하나같이 충청도와 부산·울산·경남이 챙겼다. 국책사업과 투표 성향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방증이다. 포항 탈락이 더 뼈아픈 건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사업의 경제효과가 만만찮아서다. 생산 6조7천억원, 부가가치 2조4천억원, 13만7천명의 고용을 유발한다. 이유야 어떻든 자의적(恣意的) 잣대로 입지를 비틀어버린 정부의 협량은 용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응당 와야 할 프로젝트를 지역으로 견인하지 못한 지자체와 정치권의 전략 부재는 따갑게 질책받아야 한다. 유권자의 '묻지마 투표'도 곱씹어볼 대목이다. 허탈한 건 대구경북이 몰표를 준 정권에게도 배척당했다는 거다.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첨복단지 입지 결정, 사드 성주 배치 등은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 주도하지 않았나. 부지불식간에 보수정권에 짓밟히고 진보정권에 차이는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이쯤 되면 '호구 대구경북'이란 표현이 그리 생경하진 않을 듯싶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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