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
    스토리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00928010004001

영남일보TV

[3040칼럼] '정치 선진국'의 대선

2020-09-29

대통령제·민주주의 상징 美
올 대선 투표행태 변화 논란
보수 대법관 지명도 변수로
트럼프, 패배땐 불복 시사에
평화적 정권이양마저 위협

2020092801000987400040011
김대식 열린연구소장

코로나19라는 변수가 없었다면 전 세계는 미국 대선에 주목하고 있었을 것이다. 대선을 약 한 달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가 선거운동을 하느라 바빴겠지만 상대적으로 조용한 분위기다. 현재까지 각종 주 단위 또는 전국 단위 여론조사를 보면 바이든이 트럼프를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 하지만 선거일에 다가갈수록 지지층의 결집이 이루어질 것이고, 현직 대통령이라는 프리미엄으로 인해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우리나라와 같은 직선제가 아니다. 국민투표의 결과가 특정 대통령의 당선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Electoral College'라는 대의기관을 거쳐 선거 결과가 정해진다. 전국적인 지지보다 주 별 지지 형태가 중요하다. 국민투표에서 이기지 못했더라도 주 별 선거결과에 따라 전체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논란이 되는 제도지만 헌법에서 정하고 있는 내용이라 쉽게 변경할 수도 없다.

이번 선거에는 코로나 피해를 어떻게 관리했는가에 따라 대통령의 업무수행 평가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그에 앞서 이번 선거에서 특히 논란이 되는 부분은 투표행태의 변화다. 미국은 크게 투표소 투표와 우편투표로 나누어 진행한다. 투표소 투표가 어려운 경우 우편투표를 신청할 수 있고, 투표일 전 정해진 절차에 맞춰 우편투표를 진행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론조사 결과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나올 때마다 계속해 우편투표의 신뢰성을 의심하는 발언을 해 온 바 있다. 우편투표는 백인이 아닌 인종의 투표율을 높일 수 있고, 이는 실제로 트럼프에게 불리한 요인이다. 코로나로 인해 현장 투표가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많은 유권자들이 우편투표를 신청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미국은 우리와 달리 선거 결과가 즉각적으로 나오지 않는데, 바이러스 감염 우려로 인해 우편투표가 월등히 많아지게 되면 선거일에 투표가 완료되더라도 그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몇 주 혹은 몇 달이나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런 절차상 연기는 불필요한 의심을 가지게 하는 여지를 줄 수 있어 최악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에 더해 큰 변수가 하나 더 발생했다.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사람 중 한 명이었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 대법관이 사망한 것이다. 미국의 대법관은 종신직이기 때문에 언제 어떤 정권에서 새로운 대법관을 임명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중 이미 2명의 새로운 대법관을 임명했고, 지난 26일 긴즈버그 대법관 후임에 보수 성향의 에이미 코니 베럿 판사를 지명했다. 2000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선 때 대법원에서 선거결과를 확정한 사례가 있는데, 그 당시에도 국민투표와 선거인단의 결과가 달랐다. 트럼프가 보수와 진보 비율을 6대 3으로 만들면서 2000년과 같은 결과를 얻어낼 확률이 높아진다.

대통령제를 시작하고 민주주의의 상징인 미국에서 이러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평화적 정권이양이라는 미국정치 시스템의 대전제가 이번 선거에서 크게 위협받고 있다. 지금도 태극기 옆에 성조기를 흔들며 미국의 우월함을 막연히 믿는 사람들이 있다. 민주화 이후 평화적으로 정권을 이양해온 우리 모습이 지금 그들과 비교해 과연 못하다고 할 수 있을까. 곧 다가올 미국 대선을 보며 우리의 정치가 그들을 닮아가지 않게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대식 열린연구소장


Warning: Invalid argument supplied for foreach() in /home/yeongnam/public_html/mobile/view.php on line 399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남일보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