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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미 대통령 취임식의 축시 낭송

2021-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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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명예교수·시인

지난 20일에 있었던 미국 대통령 취임식 실황중계를 보면 특별히 눈이 가는 장면이 있다. 샛노란 코트의 흑인소녀가 나와 5분간이나 당차게 시낭송을 하고 떠나는 장면이다. 이 여성은 사실은 소녀기를 지난 22세의 흑인 여류시인 어맨더 고먼이다. 노벨문학상 수상 시인이 있는 나라에서 왜 그런 흑인 여류시인을 축시 낭송가로 내세웠을까. 아마도 오늘날 미국이 처한 팬데믹과 인종차별에서 오는 극렬 시위로 나라가 찢겨져 있었기 때문에, 흩어진 민심을 모으고 상처를 치유하는 치유사로서의 시인이 필요했으리라. 그녀를 추천한 사람은 대통령 영부인 질 바이든이었다고 한다.

고먼은 로스앤젤레스에서 편모 밑에서 자라 하버드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재원이다. 하버드 재학 때 미국 의회도서관에서 처음으로 청년국민계관시인 한 명을 선발했는데 그녀가 선발되었다. 하버드대학 총장 취임식에서도 축시를 낭송했다. 그녀는 개인적인 고뇌를 시에 담기보다는 약자들이 당하는 억압·페미니즘·인종문제·주변화·아프리카 디아스포라 같은 주제에 언제나 마음이 가 있고 그런 것을 개선하기 위한 시위에도 참가한다. 그녀가 축시를 쓰고 있는 중에 미국 의회가 폭도들에게 점령당하는 사건이 돌발했다. 그녀는 그 난동을 하나의 치욕으로 매도하기보다는 미국이 거치는 발달 과정의 한 현상으로 보았다. 그녀는 시에서 그 사건을 지워버리기보다는 그것을 포용하고 치유하려는 따뜻한 마음을 보였다. 그런 것이 민주주의에 대한 그녀의 믿음이었다. 이번 축시 '우리가 오르는 언덕에서'에서 "민주주의는 가끔 늦춰지는 일은 있어도 결코 패배하는 일은 없다"라고 한 것도 그런 뜻에서다.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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