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
    스토리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10418010002656

영남일보TV

[송국건 정치칼럼] 국민의힘은 '아사리판'인가

2021-04-19

재보선에서 승리한 정당에
직전 대표가 던진 악담 왜?
야권 질서재편 혼선있지만
정권교체 기회잡은 범보수
김종인과 결별이 우선과제

2021041801000640700026561
서울본부장

'아사리 판'. 뭔가 몹시 난잡하고 무질서하게 엉망인 상태일 때 비유적으로 사용하는 말이다. 견(犬)들이 판치는 '개판', 과거를 보는 마당에서 선비들이 질서 없이 뒤죽박죽인 '난장(亂場)판'과 유사한 의미지만 어원은 명확하지 않다. 보통 자기와는 상관없는 곳에서 벌어지는 한심한 꼴을 보면 툭 튀어나오는 말인데, 꼭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는 거 같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본인이 우겨서 보장받은 대로 4·7 재보선까지 당을 이끌고 8일 의원총회에서 박수받고 떠났다. 그런데 12일 매일경제신문 인터뷰에서 나흘 전까지 몸을 의탁했던 곳을 '아사리판'이라고 욕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아사리판인 국민의힘에 안 갈 것" "나도 국민의힘에 더 이상 애정이 없다"고 했다. 심지어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미래가 없다"고 저주까지 퍼부었다.

먹던 우물에 의도적으로 침을 뱉는 김종인의 노림수는 재론하고 싶지 않다. 윤석열을 국민의힘과 분리시켜 킹메이커를 하고 싶은 복안이더라도 그건 개인차원이다. 대신 평생 보수와 진보를 넘나들며 비례대표(전국구) 국회의원만 5선을 한 김종인의 말대로 지금의 제1야당, 정통 보수정당이 아사리판인지는 따져 볼 일이다. 정말 김종인에게 욕먹을 정도로 한심한 상태이기 때문에 대선에서 미래가 없는가. 그래서 보수 유권자가 그토록 우려하는 진보정권의 장기집권에 어부지리를 주는가. 당장 문재인 정권 남은 1년 동안 견제를 제대로 못해 국민 생활에 악영향을 미치진 않을까.

서울과 부산시장 재보선에서 예상 밖의 압승을 거둔 국민의힘이 어수선한 건 사실이다. 서울시장선거 범야권 후보 단일화를 하면서 오세훈-안철수 후보가 약속했던 합당을 놓고 저울질만 계속이다.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이어갈 지도부 구성을 앞두고 마찰을 빚으면서 밀약설마저 제기됐다. 초선들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차기 대권주자들은 벌써 윤석열을 견제한다. 전리품을 챙기려는 장수들 모습이다. 하지만 이번 전투의 경우 승자(勝者)는 있어도 승장(勝將)은 없다. 4개 여론조사기관이 지난 12~14일 실시한 전국지표조사 결과를 국민의힘과 김종인은 함께 곱씹어야 한다. 국민의힘의 승리 이유를 묻자 '더불어민주당이 잘못해서'가 무려 61%, '전임 시장의 잘못을 심판한 결과'가 18%였다. '국민의힘이 잘해서'는 겨우 7% 나왔다. 적의 지리멸렬로 이겨놓고 서로 승장 행세를 하는 셈이다.

그렇다고 국민의힘이 아사리판이란 말에 동의하는 건 아니다. 어쨌든 전국 규모 선거 5연패의 위기에서 벗어나 반전의 기회를 잡은 건 맞다. 민심을 확인한 차기 대권주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안철수 세력과의 통합도 물 건너가지 않았다. 장외엔 윤석열이란 기대주도 대기 중이다. 야권 질서 재편기의 혼란을 잘 수습하면 정권탈환의 길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 다만 대전제가 있다. 이제 김종인과 결별해 이전의 강한 보수정당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작년 총선 때 김종인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지만 당은 참패했다. 그때 김종인은 "제대로 준비가 안 된 정당을 지지해 달라고 해서 국민께 송구하다"고 했다. 패장(敗將)이 군졸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자기는 빠져나갔다. 그랬음에도 스스로 힘을 키우는데 자신이 없었는지 김종인을 다시 삼고초려해서 모셔갔고, 이번엔 아사리판 취급을 당했다.
서울본부장


Warning: Invalid argument supplied for foreach() in /home/yeongnam/public_html/mobile/view.php on line 399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남일보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