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맥주·야구·여행 즐기는 삶, 좋아한 것으로 연관된 작품 세계,작가에 열광하는 독자를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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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번역 문학 심취·시나리오 작업
야구 개막전 경험 소설가 되기로 결심
연애 소설 '노르웨이 숲'으로 신드롬
그의 삶·작품이 거대하고 독특한 문화
새로운 책 발간때마다 대중 관심집중
日 역사왜곡 비판, 한국 독자층 지지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은 내게 시원한 맥주의 첫 모금 같다. '서른일곱 살, 그때 나는 보잉747기 좌석에 앉아 있었다. 거대한 기체가 두꺼운 비구름을 뚫고 함부르크 공항에 내리려는 참이었다. 11월의 차가운 비가 대지를 어둡게 적시고 비옷을 입은 정비사들, 밋밋한 공항 건물 위에 걸린 깃발, BMW 광고판, 그 모든 것이 플랑드르파의 음울한 그림 배경처럼 보였다. 이런 또 독일이군.' 내가 최초로 읽은 하루키의 '노르웨이 숲'(우리나라에는 처음에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으로 번역돼 나왔다.) 첫 문장이다.
몇 시간 전 서점에서 산 책의 서문 첫 문장은 이러하다. '딱히 물건을 모으는데 흥미가 있는 건 아니지만 어느새 이런저런 물건이 '모이는' 것이 내 인생의 모티브 같다. 다 듣지 못할 양의 LP 레코드, 아마도 다시 읽을 일 없을 책, 잡지 스크랩, 연필깎이에 끼우지도 못할 만큼 짧아진 연필, 별의별 것이 내 주위에 빼곡하게 늘어간다. '어쩌다 보니 거북이를 구한 우라시마 타로' 같은 것으로 이런 걸 모아봐야 소용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일종의 정에 이끌려 물건을 자꾸 쟁이게 된다. 몽당연필을 몇 백 개 모아봤자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데.' 2021년 5월10일 발행된 '무라카미 T'다. 이 글을 쓰기 딱 보름 전 발행본이니 지금으로선 마지막으로 읽은 하루키의 문장이라 해야 하나.
'문화의 등가 교환은 국경을 넘어 영혼이 오가는 길이다. 지난 20년간 동아시아 문화권은 풍부하고 안정된 시장으로 성숙한 길에 접어들었다. 국경선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이상 불행히도 영토 문제는 피할 수 없다. …영토 문제가 실무 과제임을 넘어 국민 감정의 영역에 발을 디디는 순간 그것은 출구 없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한다.' 한중일 동아시아 인접 3국에서 가장 민감한 센카쿠 열도와 독도 문제에 대해 그는 이러한 견해를 밝히는 일본인이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나 중국에서도 그를 신봉하는 사람들이 많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1949년 교토에서 중학교 국어 교사 부부의 외동아들로 태어났다. 책을 좋아하는 부모의 영향으로 활자 중독증에 가까울 정도로 많은 책을 읽는 독서가로 자라난다. 다만 부모의 일본 문학에 대한 집착에 진절머리가 나서 서구 번역 문학에 심취해 10대 시절을 보냈다. 1968년 와세다대 제1문학부에 입학해 연극과에 진학했다. 그때 학교에는 거의 나가지 않고 영화 시나리오를 쓰기도 하며 레코드 가게와 재즈 찻집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1971년 같은 학교에 다니던 다카하시 요코와 결혼해 아내와 함께 도쿄에서 커피점(저녁에는 재즈바) '피터 캣'을 운영했다.
그는 도쿄 야쿠르트 스왈로즈 팀의 열혈 팬인데 1978년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데이브 힐턴의 2루타 소리를 듣고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 후 재즈 찻집을 운영 하면서 매일 밤 부엌 테이블에서 글을 써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군조 신인 문학상'을 수상한다. 이 작품과 이듬해 발표한 '1973년의 핀볼'로 연거푸 아쿠타가와상 및 노마 문예 신인상 후보에 오르지만 수상은 하지 못한다. 1981년 재즈 찻집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전업 작가가 되어 발표한 장편소설 '양을 쫓는 모험'으로 제4회 노마 문예 신인상을 받았다.
1985년에는 두 개의 이야기가 번갈아 가며 진행되는 장편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발표하고 1986년 10월 유럽으로 이주했다. 주된 체류지는 그리스, 이탈리아, 영국인데 지금까지 거의 3년마다 세계 곳곳으로 옮겨 다니며 글을 쓰고 있다. 1987년 '100% 연애 소설' 타이틀을 걸고 발표한 '노르웨이의 숲'은 430만 부 이상이 팔려나가 일본 내 소설 최대 발행 부수 신기록을 세우는 등 일본에서 하루키 신드롬이 일어났다.
커트 보네거트, 리처드 브라우티건 등 미국 문학의 영향을 받은 문체로 주로 현대 도시 생활을 소설로 그려내는 하루키는 이제까지 살면서 만난 가장 중요한 책으로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와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챈들러의 '롱 굿바이' 세 권을 꼽는다. 그의 문체는 평이한 문장으로 난해한 내용을 구사하며 리듬감 있다는 평을 듣는데 그가 늘 듣는다는 재즈와 레이먼드 카버, 피츠제럴드 등의 미국 현대 소설을 일역한 것 등에서 연유한 듯하다. 1989년 '양을 쫓는 모험'이 영역된 것을 필두로 서구권에서 작품 대부분이 번역된 몇 안 되는 일본 작가로 꼽힌다.
그의 소설 속에는 늘 재즈를 비롯한 음악이 작품 속 세계와 연관성을 가지고 나름대로의 역할을 맡는다. 그외 마라톤, 위스키와 맥주, 여행과 야구, 요리, 미술, 역사, 고양이 등도 떼어놓을 수 없다. 거기에 슬럼프가 오면 번역을 하며 글 쓸 힘을 얻는다는 것과 최신간 '무라카미 T'를 낼 정도로 티셔츠를 즐겨 입기로 유명한데 해외 이주지에서 오래된 재즈 음반을 구입하거나 특히 레코드가 그려진 티셔츠는 무조건 사는 등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가볍게 쓴 글들도 하루키스트(Harukist, 하루키 열성독자)들을 열광시킨다. 말 그대로 그의 삶과 소설은 통째로 하나의 거대하고 독특한 문화여서 그의 새로운 책이 발간되는 날을 스마트폰 신모델 발매일처럼 만들어버린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정작 그는 평생을 '전에는 괜찮았는데 이번에 새로 나온 건 전혀 아니야. 못 읽겠더라'는 비판이 나올까 전전긍긍하며 일본을 떠나 외국에서 고립된 채 살았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댄스 댄스 댄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태엽 감는 새' '스푸트니크의 연인' '해변의 카프카' '어둠의 저편' '1Q84'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기사단장 죽이기' 등 장편과 수많은 단편, 산문집을 냈다. 2006년 프란츠 카프카상, 프랭크 오코너 국제 단편상, 2009년 예루살렘상, 2011년 카탈로니아 국제상, 2014년 벨트 문학상, 안데르센문학상 등 국제적인 많은 문학상을 수상했다. 올해도 예외없이 해마다 노벨문학상의 유력한 후보자이기도 하다.
안데르센 문학상 시상식 소감에서 '우리에게 맞게 아무리 역사를 다시 써도 결국에는 우리 자신을 다치게 할 뿐'이라는 말은 특히 일본의 역사 왜곡을 비판하는 우리에겐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자신의 모교인 와세다대 입학식에서 '문학의 작용 없이는 사회가 건강하게 나가지 못한다'는 축사를 했다. 2018년 자신의 자필 원고와 장서, 편지 등 문서들과 음반을 모교에 기증하
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자식이 없기 때문에 사후 자신의 자료가 붕 떠서 흩어지면 곤란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와세다대 측에선 이를 바탕으로 무라카미 연구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저작권 때문에 싣지는 못하지만 후지모토 마사루가 그린 '무라카미씨의 거처'라는 제목을 가진 그림에서 그는 티셔츠에 가볍게 재킷을 걸친 채 '양사나이' 그리고 고양이 '뮤즈'와 함께 LP레코드 플레이어, 맥주와 소풍 바구니가 있는 숲 속 풀밭에 앉아 있다. 누가 봐도 하루키다.
박미영 <시인>
몇 시간 전 서점에서 산 책의 서문 첫 문장은 이러하다. '딱히 물건을 모으는데 흥미가 있는 건 아니지만 어느새 이런저런 물건이 '모이는' 것이 내 인생의 모티브 같다. 다 듣지 못할 양의 LP 레코드, 아마도 다시 읽을 일 없을 책, 잡지 스크랩, 연필깎이에 끼우지도 못할 만큼 짧아진 연필, 별의별 것이 내 주위에 빼곡하게 늘어간다. '어쩌다 보니 거북이를 구한 우라시마 타로' 같은 것으로 이런 걸 모아봐야 소용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일종의 정에 이끌려 물건을 자꾸 쟁이게 된다. 몽당연필을 몇 백 개 모아봤자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데.' 2021년 5월10일 발행된 '무라카미 T'다. 이 글을 쓰기 딱 보름 전 발행본이니 지금으로선 마지막으로 읽은 하루키의 문장이라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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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라카미 T 내가 사랑한 티셔츠. |
무라카미 하루키는 1949년 교토에서 중학교 국어 교사 부부의 외동아들로 태어났다. 책을 좋아하는 부모의 영향으로 활자 중독증에 가까울 정도로 많은 책을 읽는 독서가로 자라난다. 다만 부모의 일본 문학에 대한 집착에 진절머리가 나서 서구 번역 문학에 심취해 10대 시절을 보냈다. 1968년 와세다대 제1문학부에 입학해 연극과에 진학했다. 그때 학교에는 거의 나가지 않고 영화 시나리오를 쓰기도 하며 레코드 가게와 재즈 찻집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1971년 같은 학교에 다니던 다카하시 요코와 결혼해 아내와 함께 도쿄에서 커피점(저녁에는 재즈바) '피터 캣'을 운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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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르웨이 숲' 표지 |
1985년에는 두 개의 이야기가 번갈아 가며 진행되는 장편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발표하고 1986년 10월 유럽으로 이주했다. 주된 체류지는 그리스, 이탈리아, 영국인데 지금까지 거의 3년마다 세계 곳곳으로 옮겨 다니며 글을 쓰고 있다. 1987년 '100% 연애 소설' 타이틀을 걸고 발표한 '노르웨이의 숲'은 430만 부 이상이 팔려나가 일본 내 소설 최대 발행 부수 신기록을 세우는 등 일본에서 하루키 신드롬이 일어났다.
커트 보네거트, 리처드 브라우티건 등 미국 문학의 영향을 받은 문체로 주로 현대 도시 생활을 소설로 그려내는 하루키는 이제까지 살면서 만난 가장 중요한 책으로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와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챈들러의 '롱 굿바이' 세 권을 꼽는다. 그의 문체는 평이한 문장으로 난해한 내용을 구사하며 리듬감 있다는 평을 듣는데 그가 늘 듣는다는 재즈와 레이먼드 카버, 피츠제럴드 등의 미국 현대 소설을 일역한 것 등에서 연유한 듯하다. 1989년 '양을 쫓는 모험'이 영역된 것을 필두로 서구권에서 작품 대부분이 번역된 몇 안 되는 일본 작가로 꼽힌다.
그의 소설 속에는 늘 재즈를 비롯한 음악이 작품 속 세계와 연관성을 가지고 나름대로의 역할을 맡는다. 그외 마라톤, 위스키와 맥주, 여행과 야구, 요리, 미술, 역사, 고양이 등도 떼어놓을 수 없다. 거기에 슬럼프가 오면 번역을 하며 글 쓸 힘을 얻는다는 것과 최신간 '무라카미 T'를 낼 정도로 티셔츠를 즐겨 입기로 유명한데 해외 이주지에서 오래된 재즈 음반을 구입하거나 특히 레코드가 그려진 티셔츠는 무조건 사는 등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가볍게 쓴 글들도 하루키스트(Harukist, 하루키 열성독자)들을 열광시킨다. 말 그대로 그의 삶과 소설은 통째로 하나의 거대하고 독특한 문화여서 그의 새로운 책이 발간되는 날을 스마트폰 신모델 발매일처럼 만들어버린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정작 그는 평생을 '전에는 괜찮았는데 이번에 새로 나온 건 전혀 아니야. 못 읽겠더라'는 비판이 나올까 전전긍긍하며 일본을 떠나 외국에서 고립된 채 살았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댄스 댄스 댄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태엽 감는 새' '스푸트니크의 연인' '해변의 카프카' '어둠의 저편' '1Q84'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기사단장 죽이기' 등 장편과 수많은 단편, 산문집을 냈다. 2006년 프란츠 카프카상, 프랭크 오코너 국제 단편상, 2009년 예루살렘상, 2011년 카탈로니아 국제상, 2014년 벨트 문학상, 안데르센문학상 등 국제적인 많은 문학상을 수상했다. 올해도 예외없이 해마다 노벨문학상의 유력한 후보자이기도 하다.
안데르센 문학상 시상식 소감에서 '우리에게 맞게 아무리 역사를 다시 써도 결국에는 우리 자신을 다치게 할 뿐'이라는 말은 특히 일본의 역사 왜곡을 비판하는 우리에겐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자신의 모교인 와세다대 입학식에서 '문학의 작용 없이는 사회가 건강하게 나가지 못한다'는 축사를 했다. 2018년 자신의 자필 원고와 장서, 편지 등 문서들과 음반을 모교에 기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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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미영 시인 |
저작권 때문에 싣지는 못하지만 후지모토 마사루가 그린 '무라카미씨의 거처'라는 제목을 가진 그림에서 그는 티셔츠에 가볍게 재킷을 걸친 채 '양사나이' 그리고 고양이 '뮤즈'와 함께 LP레코드 플레이어, 맥주와 소풍 바구니가 있는 숲 속 풀밭에 앉아 있다. 누가 봐도 하루키다.
박미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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