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남 투자설 정부 공식 인정…팹 유치하려던 대구 암울
수성알파시티 데이터센터도 핵심 운영사 SK 손떼 ‘정치적 입김 의혹’
TK공항도 정부 지원 없어 동력 잃은 지 오래…광주는 로드맵 제시 ‘대조’
2차 공공기관 이전도 “호남에 몰아주는 것 아니냐” 우려
이러다 대구 산업 대전환 ‘골든타임’ 놓칠라 위기감 팽배
김용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경북의 경제적 고립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6·3 지방선거 직후 제기된 호남권 초대형 반도체 투자설은 공식화 수순에 들어가고, 대기업 직접 투자로 대구경제 대개조의 마중물로 기대를 모았던 수성알파시티 AI데이터센터는 핵심 운영사 SK의 돌연 투자 철회로 사업 자체가 난항에 빠졌다. 여기에 TK공항(대구경북 민·군 통합공항) 건설은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고, 2차 공공기관 이전은 호남에 몰아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대형사업마다 노골적 '대구 패싱' 논란이 반복되면서 대구·경북의 미래가 암울해지고 있다. '이러다 대구가 다 죽는다' '경북도 죽는다'라는 비통 섞인 말이 나올 정도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2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남 투자를 사실상 인정했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관련해 김 실장은 "논의가 마무리 단계"라며 두 대기업의 호남 투자설을 정부 차원에서 처음 공식화했다. 당초 후공정 패키징 공장 수준의 투자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최대 500조원 규모의 전공정 생산시설(팹)과 대규모 AI데이터센터 조성까지 거론되면서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구상이 구체화하고 있다. 문제는 투자 규모와 범위가 당초 알려진 수준을 넘어서면서 대구경북에서 추진되던 관련 사업이 위축 혹은 무산의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점이다.
호남의 반도체 팹 조성은 추경호 대구시장 당선인의 공약을 무위로 만들며 '대구 패싱'에 기름을 부었다. 또 이 과정에서 공교롭게도 수성알파시티 AI데이터센터 건립을 약속했던 SK 측이 대구시와 연락을 끊고 사업에서 손을 떼 '정치적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짙어진다. 반도체 팹 경우 상실감이 크다. 대구가 전력 공급, 에너지 인프라, 우수인재 확보 등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유치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 온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제조업 생태계가 호남권 반도체산업 중심으로 재편될 경우 대구가 산업 대전환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2차 공공기관 이전 역시 대구·경북에는 녹록지 않은 과제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공기업 분산 배치는 효과가 떨어질 수 있어 집적 이전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전남광주특별시 중심의 이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대구경북 100년 대계인 TK공항 사업은 정부 차원의 지원이 없어 동력을 잃은 지 오래다. 반면 광주 군공항 이전 사업은 구체적인 로드맵이 제시돼 대조를 보이고 있다.
현재 대구·경북 경제계의 위기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상공계 한 인사는 "반도체산업은 향후 10~20년 지역 미래를 좌우할 핵심 산업"이라며 "정치적 판단으로 연구개발과 인재 양성, 소재·부품 산업 전반에 파급효과를 미치는 제조업 생태계가 호남 중심으로 재편되고, 그 과정에서 대구경북이 핵심 산업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고 우려했다.
윤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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