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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맘상담실] "아이들에 묻지만 말고, 부모의 일과로도 대화 유도"

2021-06-21

■ 집에서 아이 표현능력 키우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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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역 한 초등학교 학생이 수업시간에 자신감 있게 발표를 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의사소통 역량은 2015개정 교육과정의 핵심 역량 중 하나다. 의사소통 역량이란 다양한 상황에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며 존중하는 역량을 뜻한다. 이런 역량을 키워주는 방법 중 하나가 '발표'다. 발표는 초등학생들이 공적인 말하기를 경험하게 하는 거의 유일한 기회다. 하지만 주변에는 아이가 발표를 어려워하거나 잘 못한다고 이야기하는 부모들이 꽤 많다. 발표를 잘 하지 못하는 것에는 '표현력 부족' '자신감 부족' 등의 원인이 있다. 가정에서 부모가 아이의 표현능력을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지 현직 교사의 조언을 들어보자.

처음에는 아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에 대해 많이 물어보고
무조건 정답 알게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편안한 분위기 마련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대화…스스로 설명해 나가도록 도와야


Q: 표현력을 길러주기 위해서 집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하브루타에 대해서는 다들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유대인들의 독특한 대화법이라고 해서 질문에 질문으로 응하며 논쟁을 통해 진리를 찾아가는 대화법이지요. 보통의 집에서 학부모와 아이 간 대화는 "오늘 학교에서 뭐 했어?" "그냥, 별일 없었어." "누가 괴롭히는 사람 없었어? 재미있었어?" "응. 재미있었어"와 같은 패턴이 많습니다.

학부모님께서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학생과 구체적이고 자세한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직장을 마치고 학생과 이야기를 많이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렇게 대화를 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은 아이의 키를 더 크게 하기 위해 운동을 시키거나 영어학원을 꾸준히 보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일 수 있습니다.

"아이가 별로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싶어 하지 않는데, 어떤 대화를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하는 부모님들도 있는데, 처음에는 아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에 대해 많이 물어보고 대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단순히 묻기만 하기보다는 학부모님도 본인의 하루에 대해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아이가 모델링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어느 정도 대화가 능숙해졌다면 다음으로 가장 좋은 것은 오늘 배운 것에 대해 설명해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가령 5학년 아이가 '약분'에 대해 배웠다면, 오늘의 대화는 "약분이 뭐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아이는 부모님께 약분에 대해 설명하는 동안 자신이 명확하게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별하게 되고 자신이 모르는 부분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게 됩니다. 이때 무조건 정답을 알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보다 스스로 설명해나갈 수 있도록 적절한 질문을 해 주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Q: 표현력이 부족한 아이, 어떻게 성장시킬 수 있나요.

A: '발표'가 준비되지 않은 학생을 갑자기 무대에 끌어올리는 형태가 되지 않아야 한다고 늘 생각합니다. 모든 것에는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발표할 내용에 대해 미리 말할 준비를 시키듯 가정에서도 늘 '표현'을 준비시켜야 합니다. 제가 학생들의 표현력을 신장시키기 위해 교실에서 연습하는 전략은 바로 TTE라는 것입니다. 첫 글자들을 따와서 이름을 만들었는데 첫 번째 T는 Think out loud, 바로 소리 내어 생각하기입니다. 소리 내어 생각하기는 머릿속 개념을 문장으로 표현하는 활동으로 자신의 머릿속에 '모호하게 자리 잡은 개념'을 '내가 설명할 수 있는 지식'으로 바꾸어 주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두 번째 T는 Teach Each Other, 서로 가르치기입니다. 앞서 학부모님께 말씀드린 첫 번째 팁, 하브루타와 관련이 있는 활동이지요.

마지막 세 번째 E는 Express Appealingly, 매력적으로 표현하기입니다. 아이가 태어나 걷기 위해 수백 번을 넘어지듯 표현 또한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처음 말문이 트인 이후로 '늘 말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표현하는 연습에 대해서는 주목하지 않습니다. 모두가 달릴 수 있지만 달리기 선수는 달리기 연습을 꾸준히 합니다. 말하기 또한 그렇고 듣기 역시 그렇습니다. 말을 할 줄 알더라도 더 잘 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절차를 가지고 연습해야 합니다.

Q: 자신감이 부족한 아이,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마지막 원인인 '자신감'은 잘 알게 되고, 표현력이 늘면 자연스럽게 생겨날 요소입니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학생의 오답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학생이 편안하게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해주어야 합니다. 학교에서는 그것을 래포(rapport)라고 합니다. 설령 틀린 답을 말하더라도 괜찮다고 여길 수 있는 상호간의 믿음, 감정적으로 느끼는 친근감입니다. '이게 답이 아니면 어떡하지? 틀리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되면 입을 뗄 수 없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반이라도 간다'라는 속담, 아니 악담은 우리는 시도하지 못하는 존재로 만듭니다. 미국의 전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가 우리나라 기자들에게 "질문하세요"라고 기회를 준 인터뷰가 있었습니다. 수 분을 기다려주었지만 아무도 질문하지 않았고, 옆에 앉아 있던 중국 기자가 "제가 아시아를 대표해서 대신 질문해도 될까요?"라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것도 모르니? 넌 어떻게 그런 대답을 할 수 있니?"라는 말은 아이의 입을 닫게 만드는 악수입니다. 정답을 묻지 마시고, 생각을 물어봐주세요. "왜 그렇게 생각했니?"라고 말이죠. 정답을 말하는 것보다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서 더 중요한 일이 될 테니까요. 이런 기회가 점점 늘어난다면 우리 아이는 지식과 표현력, 자신감 모두를 갖춘 훌륭한 연설가이자 능숙한 대화상대로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도움말=손광수 남대구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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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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