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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신간] 지금 다시 계몽… "선동가들의 암울한 예언은 그만 세상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

2021-10-15

다양한 그래프 75개나 보이며 세계의 건강·지식·행복 증가하고 있음을 제시
계몽주의 이념은 순진한 희망·바람 아닌 인류의 노력 쌓아 이룬 결과라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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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진보하고 있는가. 아니면 망해가고 있을까. 진보의 이상은 폐물이 되었을까.

인지과학자이자 대중적 지식인인 저자는 이제 소름 끼치는 헤드라인과 암울한 예언에서 멀어지라고 말한다. 우리의 심리적 편향을 악마의 모습으로 그리는 모든 저주에서 벗어나라고. 대신 객관적인 데이터에 귀를 기울여 보라고 촉구한다. 그는 다양한 통계를 보여주는 그래프들을 75개나 보여주면서 서양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삶, 건강, 번영, 안전, 평화, 지식, 행복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진보는 어떤 우주의 힘이나 마법이 아니다. 계몽주의, 즉 지식이 인간 번영을 증진할 수 있다는 믿음이 그 원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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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핑커 지음/김한영 옮김/ 사이언스북스/864쪽/5만원

계몽주의는 순진한 희망이 아니며 실제로 작동해 왔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옹호가 필요하다. 계몽은 선동자들이 즐겨 이용하는 인간 본성(권위주의, 악마화, 마술적 사고 등)에 반대한다. 계몽주의는 서양 문명이 구제 불능 상태에 이르렀다고 주장하는 종교, 정치, 문화 분야의 비관주의자들에게 맹렬히 공격당하고 있다. 그 결과 숙명론이 암처럼 번지고 자유 민주주의와 지구적 협력에 기초한 소중한 제도들이 난파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

저자는 이런 냉소와 공포에 도전한다. 인간은 본래 불합리한 존재일까. 도덕성을 세우기 위해 종교가 꼭 필요할까. 근대성이 우리에게 외로움과 자살만 남겨 주었을까. 우리는 '탈진실 시대'에 살고 있을까. 전면적인 핵전쟁, 자원 고갈, 기후 변화, 고삐 풀린 인공지능이 어느 순간에 이 모든 것을 파괴할까.

저자는 지적 깊이와 문학적 재능을 발휘하며 이성, 과학, 휴머니즘을 옹호한다. 우리가 현실 문제와 맞서고 인류의 진보를 이어가는 데 꼭 필요한, 소중한 이상들이다.

저자는 '지금 다시 계몽'에서 계몽주의의 이념과 진보의 정의를 새롭게 규정한다. 다양한 정부 기관과 국제기구에서 생성된 데이터 집합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도표의 형태로 우리 세상이 진보해 왔음을, 진보는 실재하는 현상이라는 것을 증명해 준다. 동시에 그 진보가 필연적인 것은 아님도 함께 보여 준다.

어떤 신학적 원리가 있어 세상이 목적론적으로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정반합 논리가 지배하는 역사 법칙이 진보를 추동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지식을 인류의 복리와 안녕을 증진하는 데 사용하자는 노력, 바로 계몽주의의 이상에 따른 인간들의 적은 노력이 쌓여 엔트로피와 무작위적 진화가 지배하는 무정한 우주에서 점진적인 진보를 이룩해 왔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모두 3부 2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계몽주의의 핵심 이념을 재정의하는 1부 '계몽', 진보의 실재성과 그 실적을 데이터로 보여 주는 2부 '진보', 그리고 저자 핑커가 생각하는 계몽주의 핵심 이념인 이성, 과학, 휴머니즘을 현대의 철학 사조와 정치·경제적 상황에 따라 새롭게 옹호하는 3부 '이성, 과학, 휴머니즘'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21세기의 언어와 개념으로 계몽주의의 이념을 지금 다시 기술하면서, 먼저 근대 과학이 밝힌 인간 조건을 이해할 수 있는 틀 하나를 펼쳐 보인다. 그리고 21세기 특유의 방식인 데이터로 계몽주의의 이상을 옹호하는 일에 이 책의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이렇게 증거에 기초해서 계몽주의 프로젝트를 고찰하면 그 운동이 순진한 희망이 아니었음이 드러난다. 계몽주의는 실제로 효력을 발휘해 왔다. 가장 중요한데도 모두가 외면해 온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계몽주의의 승리를 노래하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 토대가 되는 이성, 과학, 휴머니즘이라는 이념마저도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 이념들은 합의가 이루어져서 무덤덤해지기는커녕, 오늘날의 지식인들에게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고, 회의적으로 때로는 모욕적으로 다루어진다. 올바르게 이해할 때 계몽주의의 이념은 진정한 감동과 영감과 숭고함을 다시 불러낸다고, 다시 말해 살아갈 이유를 준다고 나는 믿는다."

김봉규기자 bg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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