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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오징어 게임'과 목숨값

2021-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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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아 사회적기업 〈주〉공감씨즈 대표

"난 오징어 게임 속 '말'일 뿐". 버티고 버티던 내가 '오징어게임'이라는 드라마 시리즈물을 보게 된 건 순전히 이 말 때문이었다. 6년 정도 대리로 일한 후 '산재 위로금'이라며 퇴직금으로 50억원을 받은 30대 청년이 억울함을 토로하며 했다는 이 말. 그래, 내가 보고 만다. 1.5배속으로 쉬지 않고 봐냈다.

드라마 초반, 천장에 매달린 커다란 황금빛 돼지 저금통에 쌓이는 탈락자 1인의 목숨값 1억원의 운명이 궁금했다. 1억원은 최후의 승자 1인에게 돌아갈 누적 상금이 되지만, 세 개의 게임 규칙 중 마지막 3항('게임 참가자 과반이 동의할 경우 언제든 게임을 중단할 수 있다')에 의해 게임 중단 시 죽은 탈락자의 유족에게 '위로금'으로 간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생존자들에게는 한 푼도 주지 않는다. 죽을지도 모르고 참가해서 미친 듯이 게임에 임했는데 한 푼도 안 준다니! 첫 번째 게임 후 무일푼과 비인간성 사이에 고민하던 생존자들은 단 1표 차이로 게임을 중단했다. 바깥세상이 더 지옥인 과반의 참가자들 대부분은 다시 게임으로 돌아갔고 유족에게 준다던 '위로금'은 여전히 돼지 저금통에 있었다.(일하다가 죽었으니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거, 산재로 승인될 경우 산재 보상금의 일종인 '유족 급여'가 되겠지만, 드라마에서는 게임 설계자의 자비를 드러내는 위로금이라 불렸다.)

게임 진행자 프런트맨은 '게임 참가자들은 자발적으로 참여했고, 게임은 공정하게 진행된다'고 누누이 강조한다. 그러나 어떤 게임인지(무슨 일을 하게 되는지), 탈락하면 사살되는지(위험 고지 및 사전 예방)도 알려주지 않는다. 연습 게임도 없다.(교육과 훈련) 참가자들에겐 오직 하나, 규칙 3항에 의거한 게임중지권만 있다. 그것도 과반이 동의할 경우에만.

지난 6일 여수 앞바다에서 18세의 특성화고 실습생 홍정운군은 잠수하여 요트 바닥에 붙은 따개비를 떼어내는 작업을 하다 사망하였다. 홍군이 해야 했던 스쿠버 잠수작업은 사업주가 그 작업에 필요한 자격·면허·경험 또는 기능을 가진 근로자가 아닌 사람에게 그 작업을 하게 해서는 안 되는 작업에 속한다(산업안전보건법 140조, 자격 등에 의한 취업 제한 등). 또 이 스쿠버 잠수 작업은 2인1조로 작업해야 하며, 잠수 작업을 하는 곳에 감시인을 둬 잠수 작업자의 이상 유무를 감시하게 해야 한다(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545조, 스쿠버 잠수 작업 시 조치). 모두 지켜지지 않았다. 왜? 돈이 2배 이상 드는 일이니까.

2016년 구의역 김군, 2018년 태안 화력발전소 김용균, 2021년 평택항 이선호, 2021년 여수 선착장 홍정운. 2인1조 작업이 원칙인 작업에서 홀로 일하다 사망한 젊은이들이다. 사망 당시 그들의 나이는 김군 19세, 김용균 24세, 이선호 23세였으며 산재 보상금은 각각 7천900만원, 1억3천만원, 1억3천900만원이었다고 한다. 2인1조 작업 원칙이 지켜지고, 위험한 작업을 거부할 권리인 작업 중지권(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이 가능했다면 이들은 어땠을까. 법은 있는데 도대체 왜 안 지켜질까. 다른 법을 만들어야 하나? 법을 바꾸어야 하나? 행정 집행의 문제인가?

'오징어 게임'에서 게임이 딱 한 번이라도 멈췄던 것은 과반의 동의가 있을 때였다. '일하다 아프기 여사, 일하다 죽기 여사'라는 잔혹함은 멈춰야 하지 않은가. 과반의 잔혹성을 생각한다. 어느 쪽 과반인가?
김성아 <사회적기업 〈주〉공감씨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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