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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지대] 윤석열 당선인에게 건네는 대구 젊은 여성 창작자 3인의 말

2022-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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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가경 (도서출판 사월의눈 대표)

1989년 흑인 페미니스트 법학자인 킴벌리 크렌쇼는 '교차성(intersectionality)'이라는 용어를 창안했다. 차별이 인종뿐만 아니라 성별·계급과 같은 다양한 삶의 구성 조건들이 교차하는 가운데 일어날 수 있음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미국 사회에서 흑인 여성은 성별뿐만 아니라 인종 및 계급에 의해 백인 여성보다 중층적인 차별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과연 한국에서도 이 개념을 적용할 수 있을까? '보수 성지'라는 꼬리표가 붙는 대구에서 '교차성'은 지역 여성의 정체성과 차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번 20대 대선에서 보수정당 국민의힘 후보였던 윤석열은 대구 시민 75%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언론은 대구의 보수성에 주목하고, 이를 당연한 결과로 보도했다. 그 과정에서 보수 유권자들의 목소리는 '과대표'되고, 대구의 '다른' 시민들은 '저대표(underrepresent)'된다. 심지어 저대표되는 그 지형 안에서조차도 대구의 젊은 여성 창작자들은 더욱 불리하다. 성별뿐만 아니라 지역 및 문화예술계라는 조건과 이유로 더욱 차별적인 위치에 처하기 때문이다. 대구에서 절대적 소수자 집단이기 때문에 발언권이 박탈당하는 것은 가뜩이나 보수적인 도시에서 지역 여성에 대한 차별을 보다 공고하게 만드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심지어 이러한 차별이 '구조적'으로 여전히 선명하게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당선인은 선거 전에는 '구조적 성차별'이 없고, 선거 후에는 '할당제'가 없다며 지역의 젊은 여성들을 이중·삼중으로 차별했다. 이에 대한 반기로서 1천800자의 지면을 발언대 삼아 대구의 젊은 여성 창작자 3명의 목소리를 담는다. 지역의 젊은 여성 창작자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기엔 매우 좁은 지면이지만, 좁고 작다는 이유가 당선인이 귀담지 말아야 할 이유가 되어선 안 된다.

"윤석열 당선인이 이번 선거에서 받은 지지는 뒤틀린 휴머니즘이다. 동정과 의리, 여성과 남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 편 가르기가 빚어낸 결과다. 여가부 폐지를 주장하고, 페미니즘이 휴머니즘이라고 말하는 당선인을 보며 지역에서 활동하는 여성 창작자로서 걱정이 앞선다. 75%가 국민의힘 윤석열 당선인을 선택한 대구에서 내가 여성으로서 목소리를 내고, 창작물을 만드는 것이 두렵지 않은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 김민정(34세·일러스트레이터)

"구조적 차별은 현재진행형이다. 성별, 학력, 재산, 인종, 직업, 지역 등 다양한 차별이 존재하며 나·그리고 우리는 일상에서 매일 차별을 경험한다. 새 정부의 정책 수립에 따라 여가부 폐지, 지역·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제, 민간 의료 비중 확대, 기업 규제 완화 등의 소식이 들려온다. 구조적 차별을 더욱 강화하는 내용이다. 앞으로 5년은 대부분의 국민에게 힘든 시간일 것이다. 하지만 그 5년이 우리 삶의 전부가 아니기에 나와 내 동료들은 차별과 혐오에 맞서 미래를 바꿀 것이다." - 최윤경(40세·기획자)

"개표 과정을 지켜보며 새벽까지 친구와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나는 태어나자마자 여자라서 친할머니를 실망하게 했고, 친구는 셋째 딸로 태어나 남(男)으로 끝나는 이름을 가졌다. 넷째는 남아가 태어나길 간절히 바라면서. 성 감별로 여아 낙태가 가능하던 시대에 이렇게나마 태어난 건 다행일지도 모른다. 여성으로 태어나 자신을 수없이 증명하며 살아왔다. 출산과 육아의 도구가 아니며, 기분이 나쁘다고 죽여도 되는 존재가 아니라고. 반여성적 공약, 차별과 혐오를 전면에 세운 후보가 당선되었지만 그럼에도 희망을 품지 않는 법을 나는 모른다. 지켜보고, 싸우고, 바꾸고, 쟁취할 것이다." - 장혜진(32세·자영업자)

전가경 (도서출판 사월의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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