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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칼럼] 배터리도 여권이 필요한 시대가 오고 있다

2022-07-20

국적과 신분 사항 담긴 여권
獨, 디지털 배터리 여권 준비
전기차 CO2 배출 규제 위해
배터리와 관련된 정보 기록
온실가스 배출 감소에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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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우 (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

여권(Passport)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기원전 14세기 아시리아 지역의 미탄니 왕국이 이집트에 파견한 대표단의 신변 보호를 위해 발급한 인장 점토판이 대영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로마 시대에는 황제가 발행한 증명서를 소지한 여행자에게 해를 가하는 것은 황제에게 선전포고한 것으로 간주했다는 기록도 있다.

여권은 항구(port)뿐만 아니라 도시 성벽의 문(porte)을 통과하기(pass) 위해 필요했던 문서에서 유래했다. 19세기 유럽에 철도가 건설되고 교역이 증가하면서 국제 여행이 크게 늘어났지만 여권의 표준화는 쉽지 않았다. 오랜 논의 끝에 1980년이 되어서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주도로 여권이 표준화된다. 이때부터 여권은 소지자의 국적 및 신분에 관한 사항을 담고 외국 관청에 보호를 의뢰한 공적 문서로 자리 잡았다.

지난 4월 독일에서는 '디지털 배터리 여권'을 준비 중이라고 발표했다. 전기차가 일반화되면서 배터리도 여권이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이번 조치로 인해 배터리의 재료 조달부터 재활용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에 대한 정보를 기록한 '디지털 배터리 여권'이 등장할 예정이다. 독일의 경제·기후보호부(BMWK)는 820만 유로의 예산을 편성하고 2026년 도입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배터리 여권에 대한 국제적인 논의는 크게 두 가지로 진행되고 있다. EU는 2020년 12월 배터리 규칙 개정안을 마련하였고 2027년부터 유럽에서 판매되는 모든 전기차, 교통 및 산업용 배터리에 대해 CO2 배출 한도 준수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세계경제포럼도 2020년 9월 글로벌 배터리 연합(GBA) 활동을 시작했다. 원료 조달에서 생산·이용·재활용에 이르는 과정에 대한 투명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100여 개 기관과 기업이 참여해 인증 제도를 만들고 있다.

앞의 두 가지 논의가 초입단계인 데 비해 독일정부가 추진 중인 디지털 배터리 여권은 훨씬 구체적이어서 강력한 규제가 될 전망이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공급망 실사법과 연계해 생산과정의 인권 관련 정보도 기록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여권 프로젝트에는 탄소중립을 목표로 11개 민간기업·연구기관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작년 12월 출범한 숄츠정부는 금년 1월 기준 62만대에 불과한 배터리 전기차(BEV)를 2030년까지 1천500만대를 보급시킬 계획이어서 배터리 여권에 담길 내용이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독일이 배터리 전기차 보급에 집중하는 것은 전기차가 가솔린차에 비해 온실가스(GHG) 배출량이 40~50% 이상 적기 때문이다. 게다가 배터리에 사용한 재료, 생산과정, 공급망, 탄소 발자국, 재활용 등의 정보를 기록한 여권을 만들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한층 더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무분별한 배터리의 생산은 심각한 사회적·환경적 위험을 가져온다. 광물의 추출과정에서 아동 노동, 안전, 원주민 권리 등은 물론 생산 공정에서 물 사용, 생물 다양성 손실, 환경오염까지 다양한 이슈가 논란거리다. 여권에 담을 내용, 활용 방안, 공급망 관리 등은 아직 미지수다. 배터리에도 여권을 발행하는 세상을 살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하게 된다.

김영우 (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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