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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왜곡” vs “표현의 자유”…영화 ‘암살자(들)’ 스크린 밖 공방 확산

2026-10-03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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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故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 소재 극영화
지난달 28일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 “사실 왜곡”
‘표현의 자유’ 논란…“문제 없다” 옹호 의견도
‘타짜’ 누르고 1위 탈환…대구선 순위 회복 못해

허진호 감독의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이 스크린 밖 공방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대구 동성로에 위치한 CGV한일 입구. 정수민기자

허진호 감독의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이 스크린 밖 공방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대구 동성로에 위치한 CGV한일 입구. 정수민기자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가 공개한 영화 암살자(들) 레트로 스틸컷.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가 공개한 영화 '암살자(들)' 레트로 스틸컷.

1974년 8·15 고(故)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허진호 감독의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이 스크린 밖 정치·사회적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영화는 재일교포 2세 문세광이 8·15 광복절 경축식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저격하려다 육 여사가 사망한 사건을 소재로, 그 배후와 의혹을 추적하는 과정을 그렸다. 그러나 피격 사건의 배후에 박 전 대통령 측이나 중앙정보부가 개입했을 가능성을 암시했다는 이유로 논란이 촉발됐다.


지난달 28일 대구경북(TK)을 비롯한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영화적 상상력을 넘어 역사적 사실을 왜곡했다며 영화를 강하게 비판했다. 같은 날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측은 제작사의 사과와 상영 중단을 요구했으며, 다음 날에는 이종배 전 서울시의원이 제작진을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논란이 확산되자 제작진은 지난달 28일 입장문을 내고 "역사적 사건과 관련해 작성된 다양한 기록을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한 극영화"라며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영화 속 가설과 극적 설정을 역사적 사실로 제시하고 있지 않다. 특정한 정치적 목적으로 제작된 영화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임상수 감독의 영화 그 때 그 사람들(2005)은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 끝에 일부 장면을 삭제하는 조건부로 상영된 바 있다. 영화 그 때 그 사람들 스틸컷.

임상수 감독의 영화 '그 때 그 사람들'(2005)은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 끝에 일부 장면을 삭제하는 조건부로 상영된 바 있다. 영화 '그 때 그 사람들' 스틸컷.

◆근현대사 소재 영화, '표현의 자유' 허용 범위는


10·26 사건을 다룬 영화 남산의 부장들 스틸컷.

10·26 사건을 다룬 영화 '남산의 부장들' 스틸컷.

'암살자(들)'처럼 한국 근현대사를 다룬 영화들은 꾸준히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여 왔다. 10·26 사건을 다룬 임상수 감독의 영화 '그 때 그 사람들'(2005)은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 끝에 일부 장면을 삭제하는 조건으로 상영됐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의 장남 박지만씨가 손해배상 소송을 하면서 3년간의 법정 다툼 끝에 서울고법의 조정으로 종결되기도 했다.


같은 사건을 소재로 한 '남산의 부장들'을 비롯해, 12·12 군사반란을 다룬 천만영화 '서울의 봄'(2023)도 논란을 피해 가지 못했다. '남산의 부장들'은 일각에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을 미화했다는 비판을, '서울의 봄'은 역사적 사건을 실제 역사보다 과장되게 각색해 왜곡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번 논란으로 민주사회의 핵심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정병기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역사적 사건에 해석의 여지가 있다면 표현의 자유 범위에 들어갈 수 있다"며 "당시 제기됐던 의혹을 등장인물의 대사에 담았더라도 사실을 재현한 것이지 왜곡이 아니다. 최종 해석을 관객에게 맡겼다면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표현의 자유는 국민의 알 권리에 부합될 때 허용되는데, 공인인 대통령 부부와 공식 행사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은 그럴 권리가 있는 공적인 사안"이라며 "영화는 이러한 의문점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더한 것이며, 엔딩 크레딧에도 그 의도를 밝히고 있다. 오히려 이번 일을 사건의 진상 규명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도 "영화가 정치적으로 과열되고 있다"며 "정치적 공방이 아닌 연구자들의 학술적 토론을 통해 사실관계를 검증해야 할 사안"이라고 제언했다.


반면 지역 영화계의 시선은 엇갈렸다. 권현준 대구영상미디어센터장은 "근현대사 소재 영화는 비교적 가까운 과거를 다뤄 더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며 "표현의 자유는 어느 정도 허용돼야 하지만, 역사적 사실을 다룰 때는 균형감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의 한 영화감독은 "대중적 파급력이 큰 상업영화로서 완전한 창작이 아닌 민감한 역사 소재를 다뤘기에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9일 방문한 CGV한일 내부 모습. 이날 영화 암살자(들)의 대구 지역 일일 관객 수는 타짜: 벨제 붑의 노래(3천212명)보다 적은 2천652명으로 집계됐다.  정수민기자

지난달 29일 방문한 CGV한일 내부 모습. 이날 영화 '암살자(들)'의 대구 지역 일일 관객 수는 '타짜: 벨제 붑의 노래'(3천212명)보다 적은 2천652명으로 집계됐다. 정수민기자

◆논란에도 韓 영화 1위…대구만 '타짜'에 밀려


이런 논란 속에서도 '암살자(들)'은 누적 관객수 176만 명을 돌파하며 한국 영화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앞서 영화는 개봉일인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추석 연휴 나흘간 140만여 명을 동원하면서 추석 극장가를 뜨겁게 달궜다. 정치권의 비판이 본격화된 지난달 28일 '타짜: 벨제붑의 노래'에 잠시 1위 자리를 내줬으나, 다음날인 29일 다시 정상을 탈환했다.


그러나 대구에서는 대조적인 흐름이 나타났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대구 지역 역시 지난달 27일까지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암살자(들)'의 대구 지역 일일 관객 수는 3천14명으로, '타짜:벨제붑의 노래'(3천962명)에 밀리면서 3일 현재까지도 순위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사건과 연루된 당사자들이 생존해 있는 등 '당사자성'이 짙어 지역 사회가 한층 민감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병기 교수는 "대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살고 있고, 정치적 보수성이 분명한 지역이기 때문에 시민들의 거부감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헌식 평론가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관객의 판단 기회를 박탈하거나 시장을 왜곡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구 지역 관객 수가 주춤한 것은 정치적 불편함이 작용한 결과라는 점에서 아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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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민

공연장 지박령. 지역의 문화·예술 이야기를 구석구석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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