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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뼈 한 조각에 새긴 오래전 대구 사람들의 물음

2026-10-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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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중 국립대구박물관 학예연구사

김혁중 국립대구박물관 학예연구사

최근 화제를 모은 한 예능 방송은 무속인부터 사주·관상·타로 전문가까지 등장해 저마다의 방식으로 운명을 읽었다. 방송을 계기로 젊은 세대 사이에서도 사주와 타로가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지하철이나 카페에서 스마트폰으로 오늘의 운세를 확인하고, 새해가 되면 한 해의 길흉을 궁금해하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알 수 없는 내일 앞에서 답을 구하고 싶은 마음은 어쩌면 아주 오래된 인간의 습관일지도 모른다.


2천 년 전 이 땅의 사람들도 다르지 않았다. 사냥이 잘될지, 농사가 풍성할지, 전쟁의 결과는 어떨지 알 수 없을 때 사람들은 짐승의 뼈에 물음을 맡겼다. 이것이 점치는 뼈, 복골(卜骨)이다. 사슴이나 멧돼지의 어깨뼈 등을 골라 매끈하게 다듬고 표면에 홈을 판 뒤 불로 지지면 반대쪽 면에 균열이 생긴다. 그 갈라진 흔적을 읽어 길흉을 판단했다. 점치는 뼈는 중국 동북지방에서부터 한반도 서남해안, 일본 규슈지역까지 발견된다. 한반도에서는 함경북도 무산 호곡동에서 일찍이 확인됐고, 기원 전후 남해안 패총을 중심으로 널리 퍼져 영남 내륙까지 이어졌다.


대구에도 미래를 묻던 이 오래된 습관의 흔적이 남아 있다. 금호강이 크게 휘어드는 동구 봉무동 유적의 주거지에서 나온 짐승의 어깨뼈가 그것이다. 조사를 맡은 영남문화재연구원은 발굴조사 보고서에서 이 공간을 제의 행위가 이루어진 장소로 보았다. 단순히 사람들이 먹고 자던 살림집 한편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이 어떤 답을 구하기 위해 모였던 자리였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길이 18.3㎝, 너비 11.4㎝ 크기의 이 뼈는 오랜 세월에 표면이 벗겨지고 일부는 떨어져 나갔지만, 지름 0.3~0.8㎝의 둥근 점흔은 두 줄로 나뉘어 남아 있다. 지금은 작은 구멍과 흔적에 지나지 않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저마다의 물음을 담은 흔적이었을 것이다. 사냥을 떠나도 좋을지, 농사가 잘될지, 혹은 마을에 닥친 어떤 일을 두고 답을 구했을지도 모른다. 도면 속 뼈의 옆모습을 들여다볼 때마다 결과를 기다리며 숨죽였을 누군가의 표정까지 함께 떠오른다.


대구와 맞닿은 경산의 임당동 저습지 유적에서도 소의 갈비뼈로 만든 복골이 여럿 나왔는데, 그중 한 점에는 160여 개의 점흔이 촘촘히 남아 있다. 하나의 뼈를 오랫동안 되풀이해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당시 사람들이 얼마나 자주 미래의 답을 구했는지 짐작하게 한다.


방법은 달라졌지만 마음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스마트폰 화면 속 타로 카드와 뼈에 남은 작은 균열 사이에는 2천 년의 시간이 놓여 있다. 그러나 알 수 없는 내일 앞에서 무언가에 마음을 기대고 답을 구하려는 마음만큼은 묘하게 닮아 있다. 대구 땅속에 오래 묻혀 있던 뼈 한 조각이 오늘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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