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축제 담긴 진심
정겨움만으로는 한계
지역 고유의 색 담아야
방문객 기억 남으려면
차별화 전략 고민할 때
최미애 경북도청팀 책임기자
김혼비·박태하 부부가 쓴 '전국축제자랑'은 한국 지역 축제의 풍경을 복잡 미묘한 시선으로 포착한다. 두 저자는 전국 12곳의 축제를 찾아간 끝에 이 모든 축제를 아우르는 단어 하나를 떠올렸다. 일명 'K스러움'. 이들은 이 단어를 '어떤 종류의 끈적끈적함과 어떤 종류의 매끈함이 세련되지 못하게 결합한 것'으로 정의한다. 이들이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축제 현장 이면에서 발견한 건 사람들의 '진심'이다. 무대는 서툴고 행사는 어수선할지라도 먼 길을 찾아온 사람 모두에게 준비한 것을 다 보여주겠다는 태도만은 어느 축제나 한결같았다는 것이다.
이 시선을 경북의 상황에 대입해 본다. 경북은 산과 바다를 품은 수려한 자연경관과 전통을 간직한 마을들이 넓은 면적에 걸쳐 곳곳에 흩어져 있다. 대도시와 비교하면 문화 인프라의 밀도는 현저히 낮다. 그래서 일 년에 몇 번 열리는 축제는 지역민이 공연을 보고,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드문 기회다. 물론 이는 경북이 아니더라도 지방 중소도시 대부분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두 저자는 축제가 인구 유출을 막거나 지역 경제를 살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생존의 갈림길에 선 지방 중소도시에는 축제가 '최후의 보루'라고 말한다. 심각한 수준의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경북의 시·군에도 꼭 들어맞는 진단이다.
실제 지역 축제는 때로 어설프고 투박하다. 두 저자의 말처럼 관객 규모와 무관하게 진행되는 무명 가수의 공연, 사뭇 진지한 태도로 임하는 주민 장기자랑이 무대를 채운다. 외부 관광객의 눈에는 조금 어수선해 보일 수도 있다. 관객 또한 무대의 질적 완성도에 얽매이지 않고 호응한다. 어쩌면 이러한 투박함이야말로 두 저자가 말하는 'K스러움'의 모습일 것이다.
그렇다고 사람들의 정겨움만으로 외부 관광객을 지속해서 유치할 수는 없다. 단기적인 축제가 장기적인 체류형 관광으로 이어지려면 그 지역이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가 선명해야 한다. 그렇게 찾아온 관광객은 축제 현장을 벗어나 근처의 고택을 걷거나 인근 산을 오르고, 동해의 바람을 쐬며 지역 전체를 폭넓게 경험하고 돌아간다. 잘 기획된 지역 축제는 그 지역 고유의 풍경을 다시 한번 찾아오게 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지역 축제가 지닌 본연의 가치를 당장의 경제적 수익이나 정량적인 성과 지표만으로 재단할 수는 없다. 문화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 주민들의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고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는 무형의 역할 역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 축제 대부분이 지자체의 예산, 즉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막연한 정겨움이나 정량화할 수 없는 가치에만 의존해 행사를 관행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비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유사한 초청 가수와 특색 없는 먹거리 장터로는 방문객의 기억 속에 차별화된 인상을 남기기 어렵다.
올가을에는 이름난 큰 행사 대신 낯선 고장의 작은 축제에 들러보면 어떨까. 촌스럽지만 묘하게 시선을 끌고, 엉성한 듯하면서도 진심인 풍경이 바로 우리 곁에 있다. 다만 그 진심이 방문객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되고 실질적인 지역 관광 활성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축제 기획자의 치열한 고민이 뒤따라야 한다. 오직 그 지역만이 보여줄 수 있는 고유한 색깔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묻고 그 답을 온전히 축제에 담아내야 한다. 투박한 정성에 고유한 매력이 더해질 때, 다시 찾아오고 싶은 축제를 완성할 수 있다.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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