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늘었지만 체류형 관광 전략은 답보
기초 데이터는 해수욕장 방문객 집계 수준에 그쳐
해상누각에서 바라본 영일대해수욕장. 전준혁기자
경북 포항시가 복합해양레저관광도시 조성을 위해 2034년까지 1조원 이상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지만, 가장 기초적인 데이터 수집에서조차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작 해양관광의 출발점인 해수욕장 운영만 보더라도 방문객 수 집계에 머물고 있어 체류형 관광 전략을 정교하게 세우기 위한 기초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실정이다.
포항 관광산업의 흐름 자체는 긍정적이다. 한국관광데이터랩 기준 2019년 5천96만1천명이던 포항 관광객은 2025년 5천758만명으로 6년 만에 700만명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 역시 8월 기준 3천847만7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만명 늘었다.
하지만 관광객 수 증가가 지역에 머무르고 소비하는 관광으로 이어졌는지는 불분명하다. 포항시가 추구하는 '체류형 관광'을 확대하려면 누가, 어디에서, 얼마나 머무는지에 대한 분석이 전제돼야 하지만 현재 이를 파악하기 위한 체계적인 조사와 데이터 구축은 미흡하다.
이 같은 한계는 해양레저관광의 대표 자원인 해수욕장으로 범위를 좁히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포항시 해수욕장 방문객은 2023년 약 28만명, 2024년 21만명에서 2025년 15만2천명으로 크게 감소했고 올해는 약 20만명 수준으로 회복했다.
그러나 지난해 방문객 감소 원인에 대해 시는 날씨 등의 영향 가능성을 언급할 뿐 명확한 분석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해수욕장 방문객 수 자체도 개장 기간에 한정해 집계되고 있어 나머지 기간 해변이 관광자원으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해수욕장 방문객의 외지인 비중과 숙박 여부, 체류시간, 지역 내 소비액 등도 별도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물론 이 모든 항목을 행정기관이 실시간으로 집계하기는 어렵지만, 체류·소비 중심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최소한 전략 수립에 필요한 표본조사나 추정자료조차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다는 점은 짚어볼 필요가 있다.
문제는 데이터 부족이 단순한 통계상의 한계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관광객이 무엇 때문에 포항을 찾는지뿐 아니라 무엇 때문에 불편을 느끼고 다시 찾지 않는지까지 파악해야 실제 체류시간과 재방문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이 영일대해수욕장이다. 포항시는 영일대를 접근성이 좋고 숙박·음식점·카페와 야간경관 등이 갖춰진 관광 거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반면 현장에서는 음주와 흡연, 버스킹, 고성방가 등으로 조용한 휴식을 원하는 외지 관광객들이 불편을 느낀다는 목소리가 숙박업계 등을 통해 나오고 있다. 자전거와 러너, 보행자가 산책로를 함께 이용하면서 동선이 충돌하는 등 안전 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불편이 실제 관광객 만족도나 숙박률, 체류시간, 재방문 의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포항시가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결국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장점을 추가하는 것 못지않게, 기존 관광지에서 관광객을 불편하게 만드는 요소를 찾아내고 없애는 작업도 필요한데 이에 대한 진단은 충분하지 않은 셈이다.
포항시는 체류형 관광객 유입과 소비 확대를 위해 2027년 관광 페이백 제도를 본격 시행하고 관광객 유치 인센티브도 확대할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일본과 중국 등을 대상으로 관광설명회와 팸투어를 진행하고 해외 관광상품 개발과 현지 홍보도 강화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신세영 포항시 관광마케팅팀장은 "아직 포항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더 많아 포항이 어딘지를 알리는 것을 우선적으로 하고 있다"라며 "최근 네이버와 다음 등에 올라온 관광객 후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만족·불만족 요인을 파악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데이터 기반 관광정책 역시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은 분명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포항이 복합해양레저관광도시를 목표로 한다면 관광객을 얼마나 유치했는지만으로는 부족하다. 누가 찾아왔고, 어디에서 얼마나 머물렀으며, 무엇을 소비했고, 무엇을 불편해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어야 투자 우선순위와 관광 콘텐츠의 효과도 판단할 수 있다.
관광은 장점을 더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관광객을 머물게 하는 이유를 만드는 것과 함께, 관광객을 떠나게 하는 이유를 찾아 없애는 작업도 병행돼야 한다. 1조원대 해양관광 투자가 실질적인 지역경제 효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이제 방문객 수를 넘어 체류와 소비, 만족도까지 보여주는 데이터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전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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