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2025년 외국인 기숙사 입사자 2년 새 107% 증가, 내국인은 4.5% 감소
‘유학생 유치하려면 필요’ vs ‘한정된 공간, 내국인도 배려해야’
기숙사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대구경북권 대학 기숙사에서 외국인 입사자가 크게 늘어난 반면 내국인 입사자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학생 유치가 늘면서 대학 기숙사에서도 외국인 학생 비중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대학과 학생 간 시선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 위기 속에서 지역 대학은 외국인 학생을 많이 유치하려 한다. 그러려면 일정 수준 주거 공간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내 학생들은 한정된 기숙사 공간에서 내국인 학생 이용 기회도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구경북권 대학 외국인 유학생의 기숙사 입사 비율이 크게 증가했다. 출처 대학알리미, 인포그래픽=클로드
◆외국인 유학생 입사자 2배 이상 증가
8일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대구경북권 대학의 '2023~2025년 기숙사 현황'을 분석한 결과, 외국인 입사자는 2023년 2천347명에서 2025년 4천859명으로 2천512명(107.0%)이나 증가했다. 전체 기숙사 입사자 중 외국인 유학생 비중도 같은 기간 6.7%→13.5%로 크게 늘었다.
반면 내국인 입사자는 같은 기간 3만2천502명→3만1천26명, 1천476명(4.5%)이 쪼그라들었다.
대학별로 보면 변화 폭은 더 두드러진다. 2025년말 기준 기숙사 입사자가 500명 이상인 대학 중 외국인 유학생 비중이 15%를 넘은 곳은 8곳이다. 이중 5곳은 20% 이상, 2곳은 30%를 넘었다. 내국인 입사자가 2023년보다 10% 이상 감소한 대학은 6곳이나 됐다.
다만, 외국인 유학생 입사자 증가와 내국인 입사자 감소 양상은 대학별로 달랐다. 경산에 있는 한 4년제 대학은 기숙사 수용 규모는 똑같지만 외국인 입사자가 200여명이나 불어났다. 내국인 입사자는 그만큼 줄어든 셈이다. 반면 경북 북부권에 소재한 대학의 경우, 외국인 학생 증가와 함께 기숙사 수용 규모 자체가 ⅓ 줄었다. 이 대학의 내국인 입사자는 40% 가까이 감소했다. 결국 기숙사 규모와 재학생 수, 입사 기준에 따라 외국인 유학생 입사자 증가와 내국인 입사자 감소를 직접적으로 연결할 순 없는 셈이다.
대구경북권 대학 외국인 유학생 기숙사 입사 비율 상위 대학 수. 출처 대학알리미, 인포그래픽=클로드
◆학생들, 기숙사 경쟁 더 치열해져
그래도 학생들이 느끼는 체감도는 다른 편이다. 기숙사가 한정된 상황에서 외국인 유학생 기숙사 입사가 늘면 내국인 학생 입사 경쟁도 그만큼 치열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 주변에 원룸 등 학생 주거시설이 충분하지 않은 지역에선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기숙사에 못 들어가면 학교와 먼 곳에서 통학하거나 상대적으로 높은 비용을 부담하면서 주거지를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 밖 주거시설'에 대한 안전 문제도 학생들이 고려하는 부분이다. 기숙사에 비해 보안이나 관리 측면에서 불안하다고 느낄 수 있다. 또 보안시설이 갖춰진 원룸을 선택하려면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기숙사 입사가 더 어려워질 수 있는 점도 맞물렸다. 신입생 중심으로 기숙사 배정이 이뤄질 경우 2·3학년 학생들의 선택지가 그만큼 줄어든다. 여기에 외국인 유학생까지 배정되면 경쟁은 더 치열할 수밖에 없다.
지난 학기 기숙사에 지원했다가 탈락한 이희수(가명·여·21·안동)씨는 "유학생이 느는 건 이해하지만 기숙사에 들어가고 싶어도 자리가 부족한 학생들을 배려하거나 입사 기준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필요하다"며 "가뜩이나 2학년 이상은 자리가 한정돼 있다. 기숙사 입사가 더 힘들어졌다"고 호소했다.
◆대학 불만 알지만 묘수 골머리
대학 입장에선 기숙사를 둘러싼 상황이 간단치만은 않다. 외국인 유학생에게 기숙사를 더 배정하면 국내 학생들의 이용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걸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할 때 기숙사 규모를 안내하더라도 모든 유학생의 입사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성적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 입사가 가능하다. 그렇다고 기숙사가 적으면 그만큼 유학생 유치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현실적인 고민도 해야 한다.
기숙사를 늘리는 것도 쉽지 않다. 내국인 신입생은 물론 외국인 유학생도 입학 후 계속 기숙사에 머무는 것은 아니어서 수요 예측이 어렵다. 처음 적응하는 기간엔 기숙사를 이용해도 1년 정도 지나면 외국인 학생끼리 모여 학교 주변 원룸을 구해 생활하는 경우가 적잖다. 야간 외출이 자유로워 아르바이트 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숙사 선호 환경이 예전과 달라진 점도 변수다. 코로나19 이후 3~4인실보다 1~2인실을 선호하는 학생들이 늘었다. 결국 기존 기숙사 공간을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도 발생한다.
익명을 요구한 대구의 한 대학교 외국인 유학생 담당자는 "학령인구 급감이 이미 예고된 가운데 외국인 유학생 유치는 대학 생존과 직결된다"면서 "기숙사를 비롯해 국내 학생들에게 '역차별'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노력하지만 수요 예측 등 변수가 너무 많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김현목
대구경북 대학과 보훈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살아 있는 기사를 작성하는데 집중하고 한번쯤 생각날수 있는 기사를 추구합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