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에도 구조적 양극화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한국 경제 전반에 걸쳐 구조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소수 대기업과 수도권에 부가 집중되고 다수의 중소기업과 지방 경제는 위축되는 현상이 더욱 뚜렷해 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3대 메가프로젝트를 통해 지방에 첨단산업을 육성하는 메가프로젝트를 추진할 예정이지만, 기반시설 확보와 갈등 조정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삼전닉스에 영업익 63% 집중…중소기업은 빚 부담
9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107조4천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상장기업 전체의 당기순이익도 1분기 111조원에서 2분기 189조원으로 급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을 합하면 244조8천800억원으로,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의 63.1%를 차지했다.
문제는 반도체 기업들의 약진이 내수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가데이터처의 8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상품 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보다 1.8% 감소했다. 7월 2.6% 감소에 이어 두 달째 줄었다. 내구재 판매는 4.5%, 비내구재 판매는 1.6% 각각 감소했다. 반도체 기업의 기록적인 이익과 소비 현장의 온도차가 나타나는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기업의 2분기 매출액영업이익률은 지난해 5.1%에서 올해 19.1%로 뛰었지만, 중소기업은 5.0%에서 5.3%로 사실상 제자리였다. 두 집단의 영업이익률 차이는 0.1%포인트에서 13.8%포인트로 벌어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재무 상황도 엇갈린다. 대기업 부채비율은 1분기 83.8%에서 2분기 79.8%로 낮아진 반면 중소기업은 103.0%에서 112.1%로 상승했다. 대기업은 이익을 늘리며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중소기업은 낮은 수익성에 부채 부담까지 커지고 있는 셈이다.
◆생산·자산 수도권 쏠림…지방 재정 여력도 반토막
대기업 본사가 수도권에 몰려있다는 것도 문제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지난해 국내 500대 기업의 본사 소재지를 조사한 결과 서울·인천·경기에 본사를 둔 기업은 385곳으로 77%였다. 이 가운데 서울에만 284곳으로 전체의 56.8%가 몰려 있었다.
이에 따라 수도권과 비수도권간 지역내총생산(GRDP) 격차도 커지는 추세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수도권의 전국 명목 GRDP 비중은 2015년 50.1%에서 2024년 잠정치 52.8%로 높아진 반면 비수도권은 49.9%에서 47.2%로 낮아졌다. 이 때문에 두 권역의 GRDP 비중 차이는 0.2%포인트에서 5.6%포인트로 확대됐다.
자산도 수도권으로 쏠렸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수도권의 비금융자산 비중은 2001년 50.9%에서 2023년 56.4%로 상승했다. 비금융자산에는 생산설비와 건물·토지 등이 포함된다.
자산의 축적이 기업의 생산과 투자 활동을 뒷받침하는 기반이란 점을 감안하면 자산의 수도권 집중은 당장의 경제 규모뿐 아니라 미래 성장 여건마저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에 더해 지역 인구감소 위험도 커지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7일 재지정한 인구 감소 지역은 기존 89곳에서 92곳으로 늘었다. 여기에다 지역경제를 뒷받침할 재정 여력도 줄어든 실정이다.
국민의힘 이종욱 의원이 비수도권 14개 광역지자체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재정안정화계정 잔액은 2022년 말 7천546억원에서 지난해 말 3천467억원으로 54.1% 감소했다. 예상하지 못한 재정 수요 등에 대응할 완충재원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군공항 이전·용수 확보에 갈등…메가프로젝트 예산도 편중 논란
이에 정부는 지난 6월 반도체·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피지컬 AI를 중심으로 한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국가가 기반시설을 지원하고 민간 투자를 유도해 지방에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지만, 해결해야 할 난제가 적지 않다.
우선 호남 반도체 사업은 전력·용수·도로 등 기반시설 확보와 광주 군공항 이전을 함께 풀어야 한다. 광주 군공항은 유사시 미군 증원 전력이 사용하는 기지여서 이전 과정에 미국과의 협의가 필요하다. 정부는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구 군공항 이전을 위해 2021년 시작된 한미포괄협정 협의는 6년째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미국은 광주 군공항 이전 또한 대구·광주 등 5개 공동작전기지에 적용할 포괄협정 체결이 우선이란 입장을 분명히했다.
미국의 반도체 투자 요구와 맞물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한국 정부가 마스터플랜을 갖고 강하게 추진하면 미국은 한국 정부와 이야기해 자국에 공장을 유치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군공항 기능의 임시 분산 배치도 주민 반발에 부딪혔다. 국방부는 지난 8월 예천·서산·충주 기지로의 임시 분산 배치 계획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예천 주민들은 기존 소음 피해가 가중될 것을 우려해 지난달 30일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와 별개로 메가프로젝트 충청권 사업의 용수 확보와 관련된 지천댐도 청양군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한 지역의 산업 육성을 위해 다른 지역이 소음이나 댐 건설 부담을 떠안는 비용과 편익의 불일치가 지역민의 반발과 갈등으로 표출되고 있는 셈이다.
예산 배분도 논란이다. 내년도 메가프로젝트 예산안 3조528억원 중 호남 관련 사업은 1조5천198억원으로 약 절반을 차지한 반면 대경권은 약 148억원, 동남권은 98억원에 불과해 정치권을 중심으로 반발이 확산될 조짐이다.
국민의힘 조지연 의원(경북 경산)은 지난 6일 산업부 국감에서 "모든 지역이 형평성 있게 성장하도록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정부가 편성한 예산대로라면 호남 1극 성장을 위한 프로젝트"라고 비판했다.
구경모(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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