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당구장 빌려 생활용품 판매행사…무료 화장지 내걸고 고령층 대상 홍보
주민들 “며칠 전부터 전단지 배포…관음동 넘어 인근 지역서도 찾아와”
2층 천장 반자 탈락에 38명 경상…북구청, 건물 폐쇄하고 추가 안전점검
10일 대구 북구 관음동의 한 상가건물 2층에서 천장 마감 구조물이 떨어져 38명이 다친 가운데, 소방대원들이 사고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바닥에는 떨어진 천장 패널과 철제 지지대가 뒤엉켜 있고, 천장에는 전선 등이 어지럽게 늘어져 있다. 김종윤기자
천만다행이었다. 사망자는 없었다. 10일 오전 관음동 한 상가건물 2층 천장 마감재 낙하사고로 당시 현장에 있던 어르신 66명중 절반이 넘는 이들이 부상을 입은채 긴급대피했다. 이번 사고에선 왜 그 시간, 빈 건물에 어르신이 있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됐다. 취재결과 어르신이 운집할 만한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이날 현장에서 사고를 목격한 인근 주민들에게 물어본 결과, 70대 이상으로 보이는 어르신 수십 명이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 2층에 소복이 모여 있었다.
한 관음동 주민은 "어르신들이 한꺼번에 몰려나왔다. 급한 마음과 달리 몸이 쉽게 움직이지 않아 계단에서 하마터면 더 큰 사고가 날 뻔했다"며 혀를 끌끌 찼다.
◆무료 화장지 내건 판매행사…인근 지역 어르신도 참석
사고가 난 이 건물 2층은 과거 당구장으로 사용되던 공간이다. 최근 한 업체가 이 공간을 임차해 생활용품 판매행사를 진행해 왔다.
실제 건물 출입구에는 '시식 및 체험 박람회장'이라는 홍보 전단이 붙어 있었다. 안내문에는 '30롤 화장지' '국수' '라면' '계란' 등 각종 제품 사진과 함께 행사 장소인 'A마트 2층', 시작 시각 '오전 10시' 등이 적혀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60대 여성 주민은 "최근 이곳에서 건강식품이나 약 등을 판매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며 "무료 선물로 사람들을 모은 뒤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주변에선 '떴다방'이나 다단계 판매가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주민은 "며칠 전부터 행사 전단이 배포되면서 입소문이 났다"며 "관음동뿐 아니라 인근 지역에서도 찾아왔다"고 했다.
다만 불법 방문판매나 다단계 영업 의혹은 확인되지 않았다. 실제 운영 방식과 판매 실태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민들의 의견이 많았다.
10일 대구 북구 관음동의 한 상가건물 2층에서 천장 마감 구조물이 떨어져 38명이 다친 가운데, 건물 앞에 소방대원과 관계자들이 모여 사고 수습에 나서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건물 1층에는 K마트가 입점해 있다. 김종윤기자
◆건물 폐쇄 결정…12일 건물주와 추가 안전 확인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건물의 콘크리트 천장이 아닌 그 아래 설치된 반자 구조물이 이탈하면서 발생했다. '반자'는 천장 마감재와 이를 지탱하는 철제 틀 등으로 구성된다.
피해자인 어르신들은 하나같이 "무대 뒤쪽부터 천장이 점차 내려앉기 시작해 2층 반자 전체가 무너졌다"고 취재진에게 설명했다. 현장에는 마감재와 철제 지지대가 넓은 범위에 걸쳐 떨어져 있었다.
1994년 준공된 사고 건물은 지상 4층 규모의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이다. 1층 식자재마트는 지난 9월부터 영업을 중단했으며, 3~4층은 개인 거주지로 파악됐다.
일단 대구 북구청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건물을 당분간 폐쇄하기로 했다. 연락이 닿은 건물주는 오는 12일 현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구청은 다른 층의 천장 시설물의 안전 상태도 살필 계획이다.
북구청 양동수 도시국장은 "건물주에게 사고 상황을 알렸으며, 현재로선 건물 자체의 결함이나 구조적 안전에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며 "일단 건물 출입을 폐쇄하고 다른 층에도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겠다"고 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조만간 반자 구조물의 고정 상태와 시설물 관리 이력 등을 조사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할 방침이다.
10일 대구 북구 관음동의 한 상가건물 2층에서 천장 마감 구조물이 떨어져 38명이 다친 가운데, 사고 건물 1층 출입구에 '시식 및 체험 박람회장' 홍보 전단지가 붙어 있다. 전단지에는 화장지 증정 안내와 함께 행사 장소가 '마트 2층'으로 표시돼 있다. 김현목기자
◆경찰·국과수 11일 합동감식
대구경찰청도 33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꾸린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과 합동감식에 나서 사고 원인과 안전관리 책임을 규명할 방침이다.
전담수사팀장은 광역수사대장이 맡는다. 중대재해수사계 등 3개 팀 23명과 과학수사계 6명, 홍보계 2명, 피해자보호팀 2명으로 구성된다.
경찰은 11일 오전 9시쯤 국과수 및 관계기관과 현장 합동감식을 한다. 천장 구조물의 결함 여부와 시설물 유지·관리 상태,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조치 이행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건물 및 행사장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도 본격적으로 진행한다.
김현목
대구경북 대학과 보훈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살아 있는 기사를 작성하는데 집중하고 한번쯤 생각날수 있는 기사를 추구합니다.
김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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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현(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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