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락하늘철교. 철로가 놓여 있던 트러스 상부를 월영열차가 달린다. 멈춰 서 있는 열차는 쉼터이자 전망대다.
열차를 기다린다. 작은 무인 매표소 앞에서. 철길은 매표소 모서리에서부터 살짝 휘어진 길의 소실점까지 100m쯤 된다. 이 철길은 1941년 7월1일 개통된 중앙선이다. 2020년 말 중앙선 복선전철화 사업으로 안동역이 이전되고 철길은 걷혔는데 그때 남겨놓은 한 뼘의 기억이다. 이것은 나머지 폐선 부지와 함께 월영가람길로 재탄생했다. 임청각에서 성락하늘철교를 지나 와룡빛터널까지 이어지는 2.6㎞ 구간이다. 그 길을 월영열차가 달린다. 지난 9월부터다. 저기 빨간 월영 열차가 온다. 작은 버스 모양의 월영열차는 친환경 전기 무궤도열차다. 사실 열차라고 하기엔 쭈뼛하지만, 어쨌든 열차다.
월영가람길의 시작점. 철길은 무인매표소 모서리에서부터 살짝 휘어진 길의 소실점까지 100m 쯤 된다. 이 철길은 1941년 7월 1일 개통된 중앙선의 일부다.
◆ 열차타고 달리는 월영 가람길
열차가 달린다. 덜컹 덜컹, 걸음보다는 빠르다. 곧 13칸이나 되는 긴 바깥 행랑채를 지난다. 이 집이 월영가람길의 시작이자 보물 제182호로 지정되어 있는 임청각(臨淸閣)이다. 조선 중종 때인 1519년, 형조좌랑을 지낸 고성이씨 이명이 99칸으로 지었다. 이 집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인 석주 이상룡 선생이 태어났다. 선생은 한일강제병합이 되자 노비를 풀어주고 조상의 위패를 땅에 묻은 뒤 만주로 향했다. 그리고 1932년 중국 지린(吉林)에서 사망할 때까지 나라의 독립을 위해 활동했다. 선생의 집념은 동생, 아들, 손자, 조카 등 3대 11명에 이르는 독립 운동가를 낳았다. 99칸 집은 중앙선 철로가 놓이면서 행랑채와 부속채 등 절반이 허물어졌다. 높은 기단 위에 앉은 사랑채 군자정(君子亭)이 한눈에 보인다. 몇 사람이 주변을 거닌다. 나라를 찾기 전에는 다시 돌아오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떠났던 군자정의 주인은 유해로 1990년에야 조국으로 돌아왔다. 철길을 걷어낼 때 임청각 앞 선로를 최우선으로 철거했다고 한다. 높은 방음벽으로 그늘져 있던 임청각이 환하다.
곧바로 나타나는 탑은 '안동 법흥사지 칠층전탑'이다. 검고, 높고, 세밀하고, 웅장하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전탑이고 국보다. 탑은 통일신라시대의 것으로 추정된다. 자료는 거의 없지만 기단부의 신장상을 통해 8세기 중엽을 상한 연대로 본다. 신장상은 원래부터 기단부에 있던 것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기단부는 철로 공사 때 파괴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때 신장을 새긴 판돌들의 위치가 변했고 그 위쪽은 시멘트로 보수되었다고 전한다. 임청각과 탑을 지나서야 주변을 둘러본다. 길 따라 군데군데 쉼터가 있다. 걷어낸 침목을 쌓아 색을 입혀 놓기도 했다. 창 밖 아주 가까운 곳에서 숲이 술렁거리고 그 너머로 거대한 낙동강이 소리 없이 흐른다.
◆ 성락하늘철교
성락하늘철교에서 보이는 낙동강과 월영교. 강변 도로와 멀리 안동댐까지 훤히 보인다.
강변도로에서 올려다 본 성락하늘철교. 상로 트러스 구조로 이와 같은 형식의 철도교는 남북한 통틀어 이곳 하나뿐이라고 한다. 아래 물길이 진모래 전설이 있는 가수천이다.
월영교 건너 강 너머에서 바라본 성락하늘철교. 와룡 빛 터널에 있는 옛 진모래 철교 사진과 비슷한 구도다.
넓은 쉼터와 함께 성락하늘철교가 시작된다. 철교는 와룡면 이상리에서 발원한 가수천이 낙동강에 합류하는 목 위에 높다랗게 걸쳐져 있다. 다리 시작점과 끝 지점 해발고도가 다르고 구조가 특이해 아주 유명한 철교다. '조선교통사'를 보면 중앙선 건설에 관한 내용 중 이 철교가 짧게 언급되는데 그 마지막 문장이 '조선 철도 최초로 상로 트러스를 사용하였다'라는 것이다. 상로 트러스는 트러스 위에 궤도를 깔았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는 트러스 양식 철도교가 그리 많지 않은데, 대개 상판 위에 트러스 구조물이 달려 있고 열차는 트러스 구조물 안으로 달린다. 그러나 성락철교는 트러스가 상판을 떠받치고 그 위로 열차가 달렸다. 이와 같은 형식의 철도교는 남북한 통틀어 이곳 하나뿐이라고 한다. 하늘 철교라 이름 붙은 것은 높아서일 게다. 높이가 20m쯤 되는데 건설 당시 안동사람들이 도르래와 밧줄로 들어 올렸다고 한다.
강으로 흘러드는 천에는 군데군데 모래톱이 드러나 있다. 성락철교라 당연히 성락천인줄 알았는데 가수천이란다. 가수(佳水), 아름다운 물이다. 가수천은 안동 삼태사(三太師)가 왕건을 도와 견훤을 물리쳤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다. 삼태사는 고려 개국 공신인 김선평(金宣平), 권행(權幸), 장정필(張貞弼)을 가리키는 말이다. 견훤은 불리하면 지렁이로 변신해 긴 모래톱에 숨어버려서 좀처럼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자 삼태사는 물길을 막고 소금을 풀어 두었는데, 소금물이 모래에 스며들자 견훤이 견디지 못하고 도망갔다는 이야기다. 가수천은 당시 시체로 인해 냇물이 거꾸로 흘렀다고 해서 역수천(逆水川), 소금물이 흐른 냇물이라 하여 가수내(간수내)라고도 한다. 견훤이 숨어 있던 모래밭은 진모래(長沙, 긴모래)라 불리는데, 안동 사람들은 성락철교를 진모래 철교라 부른다. 안동댐이 들어서기 전 진모래철교 아래로 학생들이 소풍도 많이 오고 그랬단다. 월영공원과 월영교가 내려다보인다.
한 외국인이 철교 위에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월영열차를 본다. 그녀의 몸짓과 눈빛에서 히치하이커의 분위기를 읽는다. 소박하고 즐거운 일이 일어나기를 내심 바랐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긴, 달리는 열차를 무엇으로 세울 수 있겠는가. 월영열차는 아주 느리게, 그러나 순식간에 다리를 건넜다. 월영교는 종착역까지 오래 바라다 보인다.
◆ 와룡 빛 터널
와룡 빛 터널은 옛 와룡터널을 활용한 미디어아트 공간이다. 안동역도 재현되어 있다. 터널 안의 쉼터다.
와룡 빛 터널은 구간마다 색과 연출이 다르다. 그 가운데 하회탈을 모티브로 한 포토존은 대단히 멋있다.
월영열차의 종착역은 와룡 빛 터널 앞 광장이다. 와룡 빛 터널은 옛 와룡터널을 활용한 미디어아트 공간이다. 구간마다 색과 연출이 달라서 보라, 분홍, 파랑, 청록 빛 등의 조명부터 온갖 형상의 빛과 영상 등 다양한 공간으로 채워져 있다. 터널에 들어서면 먼저 어둠 속에 환하게 떠 있는 오래된 사진들을 볼 수 있다. 1960년 3월 8일 안동역 신축 기공식, 1959년 안동 철도국 정문, 1970년대 구 안동역 거리, 우리 기술로 조립한 첫 증기기관차, 1971년 진모래철교 -현 성락철교의 풍경, 안동역을 향해 들어오는 완행열차와 3등 칸 열차 안의 사람들. 태어나기도 전의 모습들인데 왜 아련한 것이냐. 안동역도 재현되어 있다. 터널 안의 쉼터다. 젊다기보다 거의 어린 애기엄마가 할머니의 어깨를 감싸 안고 역 앞에서 포즈를 취한다. 아기를 안은 아빠는 한 손으로 능숙하게 사진을 찍는다. 다정한 삼대다. 하회탈을 모티브로 한 포토존은 대단히 멋있다.
터널은 서늘하고, 약간의 곡선을 띠고 있고, 생각보다 높아서 답답한 느낌이 없다. 콘크리트 벽체는 1930년대 말에서 40년대 초 특유의 송판거푸집 공법으로 건설되어 독특한 질감이 있다. 터널을 빠져나오면 작은 쉼터다. 길은 이어지지만 출입은 금지되어 있다. 십여 명의 사람들이 여기저기 자유롭게 나누어 앉아 있는데 어딘가 후련한 얼굴들이다. 터널 외벽에는 '와룡 560'이라 적힌 낡은 표지판이 붙어 있고, 낙동강은 이제 보이지 않는다. 돌아가는 열차에는 그 젊은 부부 일행이 함께다. 아기는 착하게도 잠이 들었고, 젊은 엄마는 착하게도 할머니에게 잔소리를 한다. 잘 먹어야 한다고. 차창 밖으로 사람들이 지나간다. 그들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월영열차를, 또 우리를 바라본다. 그들 중 한 사람이 손을 흔든다. 그를 지나치고 나서야 생각한다. 아, 나도 손을 흔들걸.
글·사진=류혜숙 전문기자 archigoo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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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번 중앙고속도로 남안동IC로 나가 5번 국도를 타고 시청방향으로 간다. 안동대교, 영호대교, 영가대교 중 어느 다리를 건너든 곧바로 우회전해 월영교, 안동댐 방향으로 직진한다. 월영교 가기 전 왼편에 임청각이 있다. 월영가람길은 임청각 근처 법흥육거리에서 시작된다. 주변에 주차장이 넓다. 월영열차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10회 운행하며 요금은 왕복 3천원이다. 와룡빛터널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 요금은 성인 5천원, 중고등학생 3천원, 초등학생 1천원이다. 월영열차와 와룡빛터널은 매주 월요일 휴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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