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알파시티·첨복단지 매출 상승세 ‘뚜렷’
서부권 노후산단 쇠락…매출 비중은 여전
60년 제3산단의 반전…신산업 품고 매출↑
입지 공식 변화…동대구~수성 신산업축 주목
대구 신산업 핵심 거점인 수성구 수성알파시티 전경. 대구시 제공
대구 산업의 중심축이 '동진(東進)'을 거듭하고 있다. 성서·달성·국가산업단지 등 서남부권에 편중됐던 성장 축이 수성알파시티와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제3산업단지 등 동북부권으로 빠르게 확장되면서다. 섬유·기계·자동차부품 등 전통 제조업에서 AI·반도체·바이오 등 고부가가치 신산업으로 지역 산업구조가 다변화하면서 나타난 변화상이다. 산업 경쟁력 핵심이 '땅'에서 '사람'으로 옮겨가면서 기업들의 입지 공식마저 달라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사람·정책 몰리는 동부권
대구 핵심 신산업 의료·바이오 거점인 대구경북첨단복합의료단지 전경. 대구시 제공
8일 대구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수성구에 있는 수성알파시티 입주기업의 총매출은 1조3천600억원으로 추산된다. 4년 전인 2021년(7천830억원)보다 73.1% 급증한 액수다. 입주기업과 직원도 큰 폭 증가했다. 수성알파시티 입주기업은 2021년 114개에서 이듬해 139개, 2023년 243개, 2024년 283개에 이어 작년 300개를 돌파했다. 같은 기간 종사자도 2천995명에서 약 6천300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동구 첨복단지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감지된다. 2021년 1조1천316억원이던 입주기업 매출은 지난해 1조3천644억원으로 4년 새 20.6% 증가했다. 이 기간 입주기업은 84개에서 75개로 줄었지만, 종사자는 2천653명에서 3천761명으로 41.8% 늘었다. 단순히 입주기업 수를 늘리는 단계에서 벗어나 기존 기업의 고도화 및 연구·전문인력이 집적되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동부권의 급성장은 대구시 신산업 정책과 궤를 같이한다. 시가 산업정책의 중심을 'AX'(인공지능 전환)에 두면서 지역 신산업 거점인 수성알파시티와 첨복단지의 위상이 더욱 커졌다. 수성알파시티는 2030년까지 총사업비 4천207억원이 투입되는 '지역거점 AX 혁신기술개발사업'의 핵심 거점이다. 시는 비수도권 최대 IT기업 집적지 수성알파시티를 중심으로 기업과 인재, 연구개발(R&D), 기업지원 인프라를 집적할 계획이다. 첨복단지 역시 대구 핵심 미래전략산업인 의료·바이오산업의 핵심 축이다. 수성알파시티의 AI·SW 역량과 첨복단지의 의료·바이오 역량을 연결해 지역 주력산업의 AX를 이끌겠다는 구상이다.
정민규 대구시 인공지능정책관은 "수성알파시티는 단순한 IT기업 집적지가 아니라 AI 기술과 인재, 기업이 모여 지역 AX를 이끄는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했다"며 "수성알파시티의 디지털 기술을 대구의 탄탄한 제조역량과 결합해 지역산업 전반의 경쟁력 제고는 물론, AI로봇 등 신산업 육성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서남권 제조벨트 명암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산업단지이자 산업 구조 전환 모범모델로 꼽히는 북구 제3산업단지 전경. 대구시 제공
반면 서부권에 자리 잡은 섬유·기계부품 등 전통 제조업 중심 노후산단에선 성장세 둔화가 뚜렷하다. 섬유·기계부품이 중심인 서대구산단의 작년 매출은 2조3천934억원으로, 2년 전(2조6천775억원)보다 10.7% 감소했다. 한때 대구 경제를 떠받친 염색산단 매출도 2022년 7천462억원에서 2023년 6천305억원, 2024년 5천462억원, 지난해 5천164억원을 기록하는 등 악화일로다. 인력도 이들 산단을 떠나고 있다. 2023년 1만7천360명이던 서대구산단 입주기업 종사자는 2025년 1만6천757명으로 600명 넘게 줄었다. 같은 기간 염색산단 직원도 400명 넘게 감소(4천621명→4천211명)했다.
다만, 대구 산업의 중심축이 서부권에서 동부권으로 완전히 넘어갔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 대구 산업단지 매출의 상당 부분을 여전히 성서·달성·대구국가산단을 잇는 서남권 제조벨트가 떠받치고 있어서다. 지역 대표 제조업 집적지 성서산단(1~5차)의 작년 매출은 18조9천535억원으로 전체 산단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지역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주>이수페타시스가 입주한 달성1차산단 작년 매출도 6조7천343억원에 달했다. 엘앤에프 등 2차전지 관련 기업이 집적한 대구국가산단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따라 매출이 출렁이는 경향이 나타났다.
때문에 최근 변화는 서남권 제조벨트의 쇠퇴보다는 대구 산업의 성장축이 다변화하는 과정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성서에서 달성·국가산단으로 이어지는 기존 제조업 축이 건재한 가운데 수성알파시티의 디지털·AX, 첨복단지의 의료·바이오·R&D 등 고부가가치 신산업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성장축이 동북부권에서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같은 흐름은 민선 9기 대구시의 핵심전략인 '대구경제 대개조'와도 맞물린다. 기존 제조업 기반은 고도화하면서 신산업 성장축은 확장하는 '투트랙' 전략이 실제 산업지형 변화로도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경북대 김현덕 교수(전기전자공학부)는 "산업의 중심축이 서남권에서 동부권으로 완전히 이동했다기보다는 확대되고 있다고 보는 게 적확하다"며 "소프트웨어와 바이오 같은 고부가가치 첨단업종은 동북권이 상징적인 거점이 되고 있다. 기존 산업단지에서도 전통적인 기계·자동차부품에서 전자·융합형 자동차부품이나 고부가가치 기계부품으로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60년 노후산단 반전…매출 2.5배 뛴 제3산단
대구 산업구조 재편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북구 제3산업단지다. 1968년 준공된 제3산단을 대구를 대표하는 노후산단이지만, 최근 매출 흐름은 가파르다. 작년 매출은 1조8천679억원으로 4년 전인 2021년(7천403억원)보다 153.5% 증가했다. 특이점은 입주기업과 종사자 수는 제자리걸음 혹은 오히려 뒷걸음질쳤다는 점이다. 2021년 2천481개였던 입주업체는 지난해 2천529개로 큰 변화가 없었고, 같은 기간 종사자는 1만2천384명에서 8천659명으로 30.1%나 줄었다.
이 같은 변화의 이유로는 제3산단의 산업구조 변화가 꼽힌다. 제3산단의 반등은 애초 신산업 거점으로 육성된 수성알파시티·첨복단지 사례와는 성격이 다르다. 과거 자동차부품 조립·가공과 도장·도색 등이 주력이던 제3산단에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자리 잡은 이후부터 로봇 관련 기업이 유입됐고, 최근에는 방산·2차전지 부품 등으로 산업군이 넓어졌다는 게 대구시의 설명이다. 특히, 기존에 축적된 정밀가공 기술이 새로운 산업과 결합되면서 전통 제조업 기반의 노후산단이 첨단 제조업을 품는 형태로 체질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노경완 대구시 산단진흥과장은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유치 이후 로봇과 방산·2차전지 관련 기업들이 들어오면서 산업군이 다양해진 것이 매출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제3산단이 강점을 가진 정밀가공 기술이 연관 산업을 뒷받침하면서 신산업과 융합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땅'보다 '인재'…기업 입지 공식 바뀌었다
산업지도 변화 이면에는 기업의 '입지 공식' 변화도 큰 영향을 미쳤다. 전통 제조업 중심에서 AI·SW·바이오 등 신산업으로 다변화하면서 넓고 저렴한 부지나 물류 접근성 못지않게 전문인력 확보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의 2024년 입주사업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이 창업이나 이전 지역을 결정한 요인으로 '교통여건이 우수해 출퇴근이 용이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45.3%로 가장 많았다. 이어 '안정적인 상권 형성'(44.4%), '향후 신도시 발전 가능성'(32.0%), '주변 관련업체 집적'(29.8%) 등의 순이었다.
산업 경쟁력의 핵심 '넓고 싼 땅'에서 '고급인력 확보'로 옮겨가면서 기업이 선호하는 공간도 달라지고 있다. 특히 고급인력 의존도가 높은 신산업일수록 출퇴근이 편리하고 주거·교육 등 정주여건이 입지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이 향후 동대구벤처밸리에서 수성알파시티로 이어지는 신산업축에 주목하는 이유다.
윤대식 영남대 명예교수(도시공학과)는 "서울을 보면 초기 벤처기업들이 강남 테혜란로에 집적했다. 임대료가 비싸더라도 고급인력을 구하기 쉽고, 금융 기능도 집중돼 있기 때문"이라며 "대구에서도 고급인력이 필요한 신산업 분야 기업들은 금융기관과 각종 지원 기능이 집적된 동대구벤처밸리를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기업 입지에서 교통 접근성뿐 아니라 정주 여건이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는 추세다. 윤 교수는 "서울에서는 지하철 접근성이 중요한 정주여건이라면, 대구에서는 학군의 영향력이 크다. 결국엔 우수한 정주여건을 갖춘 수성구로 기업이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앞으로는 업종별로 대구 산업지도가 다르게 그려질 수 있다. 동구·수성구는 R&D 중심, 서대구역과 연접한 서대구는 유통·물류, 서남권 제조벨트는 제조업 등 산업별 거점이 분화되는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엽
대구시청 경제부서와 산업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작은 목소리도 끝까지 듣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