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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예술에서 나를 돌아보다

2026-10-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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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빅타이거그룹 대표·기타리스트

김대호 빅타이거그룹 대표·기타리스트

대학부 시절, 은사님에게 기타리스트 짐 홀은 음악을 만들 때 미술 작품을 보며 영감을 얻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런 사례는 짐 홀뿐만 아니라 다른 예술가들에게서도 심심치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익숙한 장르에서 한 걸음 벗어나 다른 예술을 만날 때,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도 한다.


나 역시 다른 장르의 예술을 접하며 비슷한 경험을 종종 하는 편이다. 얼마 전 미야자키 하야오의 창작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작품 속 남들은 알아채지 못할 아주 작은 선 하나를 놓고도 수없이 지웠다 다시 그리기를 반복하고, 자신의 머릿속 세계를 현실로 옮기기 위해 집요하게 매달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작품에 대한 그의 몰입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꿈과 현실, 창작과 일상의 경계가 흐려질 정도로 자신의 세계에 깊이 들어가 있는 모습을 보며 존경심이 생겼다. 나는 과연 저렇게 몰입해 본 적이 있을까. 익숙하다는 이유로 적당히 넘어간 것은 없었을까.


비슷한 예로 연극 연출가 고선웅을 알아가는 과정에서도 같은 것을 느꼈다. 그의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인간의 본질을 꿰뚫는 시선과 속도감 있는 전개, 감탄을 멈출 수 없게 만드는 연출에 매료됐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의 작품을 넘어 '고선웅이라는 사람' 자체가 궁금해졌다. 후에 그의 인터뷰와 작업에 관한 이야기를 한동안 찾아본 적이 있다. 그는 연극을 할수록 단순함에 끌린다고 이야기하며, 비워낸 공간과 배우의 몸, 대사의 리듬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작품을 만드는 기술보다 작품을 바라보는 자신의 관점이 분명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이야기를 찾아볼수록 내가 작품을 만들 때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됐다.


미야자키 하야오와 고선웅은 다른 사람이다. 하지만 두 사람에게서 공통적으로 느낀 것은 자신의 세계를 끝까지 파고드는 집요함이었다. 그 태도를 바라보는 순간 자연스럽게 나 자신의 창작을 돌아보게 됐다.


창작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의 장르 안에 갇히기 쉽다. 음악가는 음악만 보고, 극작가는 연극만 보게 된다. 하지만 다른 장르의 예술은 익숙함에 가려져 있던 것을 다시 보게 만든다. 음악에서 발견하지 못했던 것을 연극에서 발견하고, 연극에서 얻지 못했던 영감을 미술이나 영화에서 얻기도 한다.


다른 예술을 만나는 일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것만이 아니다. 다른 예술가의 작품과 태도를 바라보며 나의 창작을 돌아보는 일이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장르가 무엇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결국 모든 예술은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오는 24일 달서아트센터에서는 고선웅이 연출하는 '낙타상자'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평소 연극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이들이라면, 이번 기회에 그의 작품을 꼭 만나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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