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유일 군 단위 야간관광 특화도시, 24억원 투입해 3년째 실험
프로그램 참가자 목표 최대 5.8배…방문객·관광소비도 증가
평균 체류시간은 11.6% 감소…상권·숙박 연계가 지속가능성 관건
지난 9~10일 성주 성밖숲에서 열린 '나이트 참크닉&워킹'과 '2026 대한민국 밤밤페스타'의 풍경. 성주군 제공
수백 년 된 왕버들 사이로 은은한 빛이 스며든다. 낮 동안 짙은 그늘을 드리우던 성밖숲은 밤이 되자 전혀 다른 공간으로 변신했다. 산책로에는 '구름 물고기' 빛 조형물이 등장하고, 왕버들 아래에서는 한복 체험과 공연이 펼쳐졌다.
지난 9~10일 성주군 성밖숲에서 열린 '나이트 참크닉&워킹'과 '2026 대한민국 밤밤페스타'의 풍경이다. 첫날에는 '연분' 공연과 한복 체험이, 이튿날에는 밤밤여행도서관과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상영, 캔들라이트 콘서트가 이어졌다.
해가 지면 관광도 끝나던 농촌도시 성주가 '밤'을 관광자원으로 바꾸기 시작한 지 3년째다. 그러나 이제 질문은 달라지고 있다. 밤에도 관광객을 불러올 수 있느냐가 아니라, 이들이 성주에서 밥을 먹고 물건을 사고 하룻밤을 묵을 것인가다.
성주 야간관광의 진짜 승부는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데서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소비를 남기는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느냐에 달렸다.
◆전국 유일 군 단위 야간관광…관광객 유치 가능성 확인
지난 9~10일 성주 성밖숲에서 열린 '나이트 참크닉&워킹'과 '2026 대한민국 밤밤페스타'의 풍경. 성주군 제공
성주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전국 10개 야간관광 특화도시 가운데 유일한 군 단위 지역이다. 2024년부터 2027년까지 국비 12억원, 도비 3억6천만원, 군비 8억4천만원 등 총 24억원이 투입된다.
대규모 상업시설과 숙박 인프라가 부족한 성주군이 선택한 전략은 기존 자연·문화유산의 이용시간을 밤까지 확대하는 것이었다.
성밖숲의 왕버들에 조명과 문화공연을 결합하고, 성산동 고분군에 역사 이야기를 더했다. 지난해에는 가야산으로 영역을 넓혔고 올해는 세종대왕자태실까지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대구·구미·김천 등 인근 도시의 어린이 동반 30~40대와 조부모를 포함한 '3대 가족'을 주요 관광객으로 설정했다.
초기 성적표는 긍정적이다. 2024년 프로그램 참가자는 9천663명으로 목표 1천670명의 5.8배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우천으로 5개 사업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면서 참가자가 5천505명으로 줄었지만, 목표 2천320명의 2.4배였다.
프로그램 만족도 역시 5점 만점에 2024년 4.54점에서 지난해 4.61점으로 상승했다. 재방문 의도는 4.63점에서 4.65점으로, 프로그램 재참여 의도는 4.63점에서 4.72점으로 높아졌다.
지난달 가야산 나이트 트레킹과 세종대왕자태실 별빛 역사워킹은 사전 접수 당일 신청이 마감되기도 했다.
적어도 '성주의 밤을 보러 올 사람이 있는가'라는 첫 번째 질문에는 가능성을 확인한 셈이다.
◆관광객·소비 늘었지만 체류시간은 오히려 감소
지난 10일 성주 성밖숲에서 열린 '나이트 참크닉&워킹'과 '2026 대한민국 밤밤페스타'의 풍경, 영화 '왕과 사는 남자' 가 상영되고 있다. 성주군 제공
문제는 관광객 증가가 지역경제 활성화로 얼마나 이어졌느냐다.
본지가 한국관광 데이터랩을 활용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사업 시행 전인 2023년 성주군 전체 방문객은 723만6천358명에서 지난해 767만787명으로 6.0% 증가했다.
외지인 관광소비액도 같은 기간 404억원에서 439억원으로 8.7% 늘었다. 평균 숙박일 역시 2.53일에서 2.59일로 소폭 증가했다.
그러나 평균 체류시간은 1천76분에서 951분으로 11.6% 감소했다. 관광객과 소비액이 늘었지만 평균적으로 머무는 시간은 오히려 짧아진 것이다.
물론 이 지표는 성주군 전체 방문객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야간관광 참가자만의 체류시간을 의미하지 않는다. 전체 방문객과 관광소비 증가 역시 야간관광 사업만의 성과로 단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야간관광의 핵심 목표가 체류 확대와 지역소비 촉진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대목이다.
사업 초기인 2024년에도 한계는 드러났다. 성주읍 야간시간대 관광소비액은 전년 동기보다 5.8% 감소했고, 성주군 관광소비에서 숙박이 차지하는 비중은 3.6%, 성주읍은 0.9%에 그쳤다.
성주의 밤에 관광객을 모으는 것과 이들의 소비를 지역에 남기는 것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존재하는 셈이다.
성주의 체류시간 감소는 다른 야간관광 특화도시들과 대조적이다. 한국관광공사의 '야간관광 실태조사' 등에 따르면, 통영과 진주 등 앞서 선정된 특화도시들은 야간관광 도입 후 평균 체류시간과 숙박 방문자 비율이 동반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는 도심 내 풍부한 숙박 인프라와 야간 상권이 촘촘히 엮여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배민정 성주군 관광과 관광마케팅팀 팀장은 "성주는 자연 중심의 점적 관광지 형태를 띠고 있다"며 "행사가 끝난 뒤 관광객을 읍내 상권이나 숙박시설로 유인할 '징검다리' 콘텐츠가 다소 부족한 것이 체류시간 단축의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체류형 관광으로의 전환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은 절대적인 숙박 인프라 부족이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에 따르면, 성주군 내 등록된 숙박업소 대부분은 소규모 펜션이나 일반 모텔에 편중되어 있으며, 가족 단위나 청년층이 선호하는 대규모 리조트나 현대적 감각의 숙박시설은 극히 드물다.
야간관광 주 타깃층인 '3대 가족'이나 '어린이 동반 30~40대'가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양질의 체류 공간이 확보되지 않는 한, 행사 관람 후 대구나 구미 등 인근 자택으로 돌아가는 '당일치기 야간관광'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
◆성밖숲의 불빛, 읍내 상권까지 번졌나
지난 9~10일 성주 성밖숲에서 열린 '나이트 참크닉&워킹'과 '2026 대한민국 밤밤페스타'의 풍경, 전화식 성주군수 내외가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성주군 제공
지난 9~10일 성밖숲 행사는 성주 야간관광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숲길을 걷고 한복을 체험하며 영화와 음악을 즐기는 프로그램을 통해 기존 자연유산을 야간 문화공간으로 확장했다.
그러나 행사의 성패를 참가자 수와 현장 분위기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행사장을 찾은 외지 관광객이 성주읍 음식점이나 전통시장을 이용했는지, 숙박으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성과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관련 연구도 이러한 한계를 지적한다.
오수진 러스틱코리아 대표가 올해 발표한 '지방소멸 대응과 지역관광 지속가능성을 위한 야간관광 정책 촉매효과 분석'은 성주의 야간관광을 5단계 발전 과정 가운데 약 1.5단계로 평가했다.
공공투자로 기존 관광자원을 야간 콘텐츠로 전환한 1단계는 충족했지만, 민간 참여와 관광거점 형성이 이뤄지는 2단계에는 초기 진입한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일부 상인이 행정 요청에 따른 참여에서 자발적 참여로 변화하고 있지만, 관광 활성화 효과가 주변 상권과 숙박업으로 확산되는 3단계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고 봤다.
결국 성밖숲에 모인 관광객을 읍내 음식점과 전통시장, 숙박업소로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다음 과제다.
◆'부르는 관광'에서 '머무는 관광'으로 전략 전환
성주군도 올해 사업 방향을 조정했다. 3차년도 추진계획의 핵심은 상설 콘텐츠 확대와 체류형 관광객 유치, 지역상권 연계 강화다.
대표적인 변화가 성밖숲 나이트 워킹이다. 특정 날짜에 집중됐던 프로그램을 올해는 10월9일부터 31일까지 23일간 운영하는 일정으로 확대했다. 하루 평균 100명, 총 2천300명 유치를 목표로 한다.
일회성 행사에서 벗어나 주민과 관광객이 일상적으로 찾는 야간 보행 명소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가야산에서는 야간 트레킹에 성주 참외를 활용한 '별빛 디저트 다이닝'을 결합했다. 세종대왕자태실에서는 역사 해설과 야간 워킹을 접목했다.
숙박객을 유치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야간 콘텐츠나 관광지를 방문하고 성주지역 숙박을 인증하면 성주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프로모션이다.
관광객이 밤까지 머물고, 지역에서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다만 실제 숙박 전환율과 상품권 사용 실적, 지역 상권의 추가 매출이 얼마나 발생했는지는 앞으로 검증해야 할 과제다.
◆2027년 국비 종료…민간이 운영하는 관광산업으로
성주 야간관광의 더 큰 시험대는 2027년 이후다.
국비가 투입되는 야간관광 특화도시 사업이 종료되면 프로그램 운영과 콘텐츠 유지에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가 과제로 남는다.
성주군은 지방비와 도비 확보, 지방소멸대응기금 연계, 관광두레를 통한 민관 협력 등을 검토하고 있다. 지역 청년협동조합과 상인의 참여를 확대하고 숙박·음식·체험을 결합한 관광상품을 육성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관련 연구에서도 전담조직 부재와 불안정한 재원, 소도시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평가체계가 지속가능한 관광생태계 형성의 제약 요인으로 분석됐다.
전화식 성주군수는 최근 성밖숲 야간행사와 관련해 "앞으로도 성주만의 독창적인 야간관광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누구나 찾고 싶은 매력적인 관광도시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3년 동안 성주는 밤에도 찾을 만한 관광지를 만드는 데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관광객을 불러오는 일과 이들이 지역에서 머물며 소비하도록 만드는 일은 다르다.
앞으로는 참가자 수뿐 아니라 평균 체류시간, 숙박 전환율, 지역상권 소비액과 재방문율이 새로운 성적표가 돼야 한다.
성주의 밤을 밝히는 데는 공공재정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 불빛을 계속 켜둘 힘은 결국 지역 상권과 주민에게서 나와야 한다.
2027년 국비 지원 종료 후 자생력 확보를 위해서는 지역 상권과의 유기적 결합이 필수적이다.
강릉시의 경우, 야간관광 특화도시 사업 초기부터 지역 맥주 양조장, 독립서점, 야간 카페 등 로컬 크리에이터들과 협업해 '밤마실'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상권 매출을 끌어올린 바 있다.
성주 역시 관 주도의 일회성 행사를 넘어, 성주읍 내 전통시장이나 지역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심야 영업에 동참하고 연계 할인 혜택을 제공하도록 유도하는 민관 협력 거버넌스 구축이 시급하다.
2027년 국비 지원이 끝난 뒤에도 관광객이 성주의 밤을 찾아오고, 지역 상인들이 스스로 관광 콘텐츠를 운영할 수 있다면 성밖숲에서 시작된 작은 불빛은 비로소 하나의 지역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석현철
지역의 변화와 사람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