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만든 레고 스톰모션 VR을 선보이고 있는 암갈랑투르군(왼쪽).
지난달 28일 대구 달서구 성서종합사회복지관(관장 김병우)에서 이주배경 아동 미디어 진로 프로그램 '세이브더칠드림(Save the Chill Dream)'의 가족·친구 초청 상영회와 '다름이 아름다운 창작 스튜디오' 개소식이 함께 열렸다. 이날 무대의 주인공은 전문 창작자가 아닌, 각자의 생각과 이야기를 영상으로 직접 풀어낸 이주배경 아동들이었다.
양친이 모두 몽골 사람인 암갈랑투르(신당초 4) 군은 다양성과 포용을 다룬 레고 스톱모션 팀에서 활약했다. 친구들과 아이디어를 모으고 레고 장면을 연출한 뒤, 조금씩 움직여 가며 사진을 찍어 한 편의 영상을 완성했다. 친구들과 의견이 달라 갈등을 겪기도 했고, 섬세한 촬영 탓에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수개월간 공들인 결실을 가족들에게 선보이던 날, 그에게는 소중한 깨달음이 찾아왔다.
암갈랑투르 군은 "처음에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몰랐으나 영상을 직접 촬영하고 제작해 보며 좋아하는 일을 찾게 됐다"라며 "제 작품을 보고 감동받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뿌듯함을 느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프로그램은 아이들에게 진로를 일방적으로 정해주는 대신, 스스로 적성을 발견하고 꿈을 자유롭게 그릴 기회를 선물했다. 변화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가정 내에서도 피어났다. 참여 아동의 아버지 박영조(58·신당동)씨는 "부모교육과 양육태도 진단검사를 받으며 자녀에게 길을 지시하기보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먼저 묻고 기다려주는 역할이 중요함을 깨달았다"라고 만족감을 내비쳤다.
이날 문을 연 '다름이 아름다운 창작 스튜디오'는 이주배경 아이들의 도전을 지속해 나갈 전용 공간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iM뱅크대구은행지부의 후원으로 조성된 이곳은 크로마키 촬영부터 라디오 녹음, 영상 제작 시설을 완비했다. 매번 장비를 설치하고 철수해야 했던 기존의 공간적 불편도 크게 해소됐다.
'세이브더칠드림'에 참여한 아이들은 실감모션 메타버스 드라마, 레고 스톱모션 무비, 샌드아트 애니메이션, 협동 컷툰 애니메이션 등 총 4편의 작품을 완성했다. 작품 속에는 서로 다르다는 이유로 배제하기보다 각자의 색깔을 인정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아이들의 솔직한 시선이 담겼다. 이들의 결실은 '2026 대한민국 다문화 어울림 엑스포'에서도 VR 콘텐츠로 출품돼 시민들과 만났다.
김병우 관장은 "아이들이 잘해야 한다는 부담 없이 마음껏 시도하고 실패하며 자기 목소리를 찾아갈 때 꿈도 비로소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김호순 시민기자 hosoo03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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