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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곳이 계급인 나라 ⑬] 밤 11시30분, 서울은 버스 타고 귀가…대구는 막차 걱정

2026-10-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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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심야 1시간 이동권 92% 유지…대구는 갈 수 있는 곳 줄어
대구시 “이용객 적어 심야버스 계획 없어”…이동 수요 조사는 부재
전문가 “주요 거점 연결하는 심야버스 1~2개 노선 시범운행 필요”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밤 11시30분. 서울과 대구를 오가며 일하는 김지민(35·가명)씨는 기차에서 내리는 역에 따라 귀갓길이 달라진다. 서울역에 도착하면 경기도 구리시에 있는 친정집으로 향한다.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청량리역에서 버스로 갈아타면 1시간 내 갈 수 있다. 201번 버스를 이용하면 1시간 20여분이 걸리지만 환승할 필요가 없다. 막차 시간도 오전 1시20분으로 비교적 여유가 있다.


동대구역에 내리면 사정은 달라진다. 수성구 시지에 있는 집으로 가는 937번 버스는 밤 11시26분이면 이미 역을 지나간 뒤다. 택시를 타거나 가족에게 마중을 부탁해야 한다. 서울에선 대중교통으로 다른 도시까지 갈 수 있지만, 대구에선 같은 시내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기도 쉽지 않다.


밤이 깊어질수록 서울과 대구의 대중교통 이용 서비스 격차가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은 늦은 밤에도 버스와 지하철로 갈 수 있는 지역이 비교적 넓다. 반면 대구는 막차가 끊기면서 이동할 수 있는 곳이 빠르게 줄었다. 밤에는 대구에서 택시 없이 이동하기 어려워지는 셈이다. 늦게까지 일하는 직장인이나 야간에 귀가하는 시민에게는 막차 시간이 일상생활을 좌우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서울은 여유, 대구는 막차 걱정


평일 오후 7시30분, 11시30분, 익일 오전 0시30분 기준 서울역을 기점으로 대중교통과 도보를 활용해 30분·60분 내 도달할 수 있는 범위를 표시한 지도.

평일 오후 7시30분, 11시30분, 익일 오전 0시30분 기준 서울역을 기점으로 대중교통과 도보를 활용해 30분·60분 내 도달할 수 있는 범위를 표시한 지도.

평일 오후 7시30분, 11시30분, 익일 오전 0시30분 기준 대구 동대구역을 기점으로 대중교통과 도보를 활용해 30분·60분 내 도달할 수 있는 범위를 표시한 지도.

평일 오후 7시30분, 11시30분, 익일 오전 0시30분 기준 대구 동대구역을 기점으로 대중교통과 도보를 활용해 30분·60분 내 도달할 수 있는 범위를 표시한 지도.

영남일보가 서울과 대구 주요 지역 33곳의 대중교통 이용 여건을 분석했다. 서울 17곳, 대구 16곳을 조사했다. 기차역과 번화가, 직장과 대학 밀집지 등 성격이 비슷한 곳을 골랐다. 조사는 평일 오후 7시30분과 밤 11시30분, 다음 날 오전 0시30분을 기준으로 진행했다. 각 지점에서 버스나 지하철로 1시간 안에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살폈다. 정류장까지 걷는 시간과 대기·환승 시간도 포함했다. 이어 이동 가능한 지역에 사는 주민 수를 계산했다. 서울과 대구에 인접한 도시도 조사 범위에 포함시켰다.


버스가 다니는 지역만 비교한 것은 아니다. 정류장에 도착했더라도 다음 버스를 오래 기다려야 한다면 실제 이동 시간은 늘어난다. 갈아타야 할 버스가 이미 끊겼다면 목적지까지 갈 수도 없다. 이런 상황까지 반영해 시민이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수 있는 범위를 들여다봤다. 그 결과 저녁 7시30분 대비 밤 11시30분에 한 시간 안에 갈 수 있는 지역의 주민 수가 서울에서는 평균 22.5%, 대구에서는 평균 64.7% 줄었다.


서울역에서 오후 7시30분에 출발하면 약 1천75만명이 사는 지역까지 1시간 안에 갈 수 있었다. 밤 11시30분에도 약 987만명이 거주하는 지역에 닿을 수 있었다. 출발 시간이 4시간 늦어졌지만 이동 가능한 지역의 주민 수는 약 8% 줄어드는 데 그쳤다.


반면 대구는 저녁에 버스와 도시철도로 오갈 수 있던 곳도 밤이 늦어지면서 1시간 안에 가기 어려워졌다. 자정이 가까워질수록 대중교통 선택지는 더 좁아졌다. 같은 1시간이라도 어느 도시에 사느냐에 따라 갈 수 있는 곳이 달라진 셈이다. 이는 버스 한두 대를 놓치는 문제가 아니다. 밤늦게까지 일하거나 외출한 시민이 집으로 돌아갈 때 선택할 수 있는 교통수단 자체가 줄어든다. 대중교통이 끊기면 택시비를 부담하거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특히 늦은 시간 이동이 잦은 시민에게는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구지역 주요 거점 16곳의 저녁 7시30분 대비 밤 11시30분의 시민 대중교통 이동권 잔존율 현황.

대구지역 주요 거점 16곳의 저녁 7시30분 대비 밤 11시30분의 시민 대중교통 이동권 잔존율 현황.

◆대구시 "심야버스 도입 계획 없어"


대구시는 현재 심야버스를 도입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밤 11시 이후 시내버스 이용객이 전체의 약 0.5%에 그쳐 운행을 확대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버스기사 근무 여건도 걸림돌이다. 주 52시간 근무제와 노사 단체협약 등을 고려하면 일부 노선의 막차 시간을 늦추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운행 시간을 늘리려면 기사 인력과 배차 조정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택시업계에 미칠 영향도 고려하고 있다. 대구시가 지난해 3월 진행한 택시 총량 연구에선 전체 면허 대수의 34.7%가 적정 공급 수준을 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택시가 이미 필요한 수준보다 많이 공급돼 있다는 의미다.


대구시 임길호 버스운영과장은 "택시 공급에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심야시간대 버스를 추가 투입하면 택시 영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심야버스 이용객이 적다고 해서 밤늦게 이동하려는 시민까지 적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버스가 끊겨 택시를 이용하거나 가족에게 차량 픽업을 부탁하는 사람은 시내버스 이용 통계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택시 공급이 충분하다는 분석도 시민들이 심야에 얼마나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지와는 별개의 사안이다. 택시가 많더라도 버스보다 요금 부담이 크다. 시민 입장에선 택시를 탈 수 있는지뿐 아니라 부담 없이 귀가할 수 있는지 여부도 중요하다. 대구시는 밤 11시 이후 시민들이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하는지 파악한 별도 조사 자료가 없다고 설명했다.


임 과장은 "도심에서 시지·달서구·칠곡 등으로 향하는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구체적인 조사 결과는 없다"고 했다.


◆전문가 "심야 이동 수요부터 파악해야"


대구 북구 일대에 운행하는 DRT 모습. 영남일보 DB

대구 북구 일대에 운행하는 DRT 모습. 영남일보 DB

교통 전문가들은 심야시간대 시민 이동 상황부터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버스 이용 기록뿐 아니라 택시 승·하차 장소와 늦은 밤 유동인구 등을 함께 분석해야 한다는 것. 경일대 이은학 교수(철도운전시스템학부)는 "늦은 밤 사람들이 어디에 남아 있고 어디로 가려 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며 "이동이 집중되는 곳은 주요 거점을 잇는 심야버스로 연결하고, 수요가 흩어진 지역은 승객 요청에 따라 운행하는 교통수단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대안으로는 수요응답형 교통수단(DRT)이 손꼽힌다. DRT는 일반 버스처럼 정해진 노선만 다니는 대신, 승객이 요청하면 일정 구역 안에서 이동할 수 있도록 운행하는 방식이다. 이용자가 적은 지역까지 대형 버스를 운행하기보다 실제 수요에 맞춰 교통편을 제공하는 게 더 효율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경일대 우용한 교수(철도운전시스템학부)는 심야 대중교통을 교통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다만 기존 시내버스 운행 시간을 일괄적으로 늘리기보다 늦은 밤 이용객이 몰리는 지역을 중심으로 별도 노선을 만드는 편이 효과적이라고 봤다.


기차역과 번화가 등 주요 거점에서 주거지역을 잇고, 이용객이 많은 정류장 위주로 운행하는 방식이다. 우선 1~2개 노선을 시범 운영한 뒤 이용 실적과 시민 반응을 살펴 확대 여부를 결정하자는 제안도 함께 내놨다.


이는 모든 지역에 심야버스를 한꺼번에 도입하기 어렵다면 수요가 많은 곳부터 시작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시범운행을 통해 실제 이용객과 운영 비용을 확인하면 노선 확대 여부도 판단할 수 있다. 시민의 귀갓길을 넓히면서 불필요한 운행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자는 취지다.


우 교수는 "일정한 이동 수요가 있으면 짧은 고정 노선을 운영하고, 수요가 흩어진 곳은 정해진 구역 안에서 탄력적으로 운행할 수 있다"며 "지역 여건에 맞는 교통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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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웅

현장의 질문을 끝까지 따라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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